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각종 오일이 가득 차 움직이는 기름덩어리이기도 하다. 차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오일을 제때 갈아주거나 보충해주어야 한다.
자동차를 몇 년씩 몰아본 사람들이 초보운전자에게 해주는 조언 중에는 “엔진오일은 얼마에 한번씩 바꾸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엔진오일은 필요 이상으로 자주 갈아주면서도 브레이크의 작동을 담당하는 브레이크액은 폐차를 시킬 때까지 교환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자동차에는 엔진오일 외에도 각종 액체들이 여러 방면에서 이용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소모품이므로 적정기간이 지나면 교환해주어야 한다.
엔진오일을 포함한 윤활유의 사용은 기원전 14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2륜마차의 바퀴에 사용한 탈로우라는 동물 기름이 최초다. 이후 15세기에 윤활에 대한 기본원리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의해 연구됐으나 별다른 기술 발전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윤활기술이 발달하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 미국 드레이크 유전 개발로 원유가 생산되면서부터다. 석유로 윤활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광물성 윤활유는 발전을 거듭, 최근에는 더욱 성능이 강화된 글리콜이나 에스테르계 합성오일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가용의 엔진이 더 쉽게 마모되는 이유
윤활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개의 물체가 서로 접촉해 운동을 하면 그 접촉면 사이에 반드시 마찰이 생긴다. 엔진 내부의 피스톤과 실린더벽처럼 금속끼리 마찰을 하면 마모가 심해지고 과열되기 쉽다. 이때 금속 사이에 윤활유로 매끄러운 막을 형성해주면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의 피스톤은 실린더 내부에서 분당 수천번 왕복운동을 한다. 또한 각종 밸브 등 엔진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도 분당 수천에서 수만번 움직인다. 윤활유는 엔진의 작동 중 생기는 이같은 금속마찰을 유체마찰로 바꾸어줌으로써 마찰계수를 줄여주는 노릇을 한다. 엔진에 사용되는 윤활유라는 점에서 흔히 엔진오일이라고 부른다.
엔진오일은 시동을 걸기 전에는 엔진의 가장 아래 부분인 크랭크케이스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엔진이 작동하면 엔진의 동력으로 오일펌프가 작동해서 엔진의 가장 윗부분인 밸브에서부터 아래쪽으로 흐르는 일을 반복하며 금속부분의 마찰을 줄여준다. 따라서 시동을 걸 때는 엔진오일이 엔진 윗부분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마모가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같은 주행거리를 달린 영업용 택시와 자가용 승용차를 비교해보면 보통 자가용의 엔진 마모율이 더 높다. 단거리 주행이 많은 자가용이 그만큼 자주 시동을 걸기 때문이다. 평소 승용차를 자주 주행하지 않는 경우라면 여분의 엔진오일을 준비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시동을 걸기 전 엔진 윗부분의 오일 주입구에 약간량의 오일을 넣어주어 부품들을 적셔놓면 마모를 피할 수 있다.
엔진오일은 마찰감소 작용 외에도 녹이나 부식으로부터 부품을 보호하는 방청기능도 하며, 기관 내에 퇴적되는 탄소 등을 세척하는 작용도 한다. 물론 이때는 각종 첨가제들이 들어간다.
엔진오일의 성능등급은 보통 미국자동차기술자협회(SAE :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의 구분법을 사용하고 있다. 휘발유 엔진오일은 S, 디젤은 C자를 앞에 놓고 그뒤에 A부터 J까지 알파벳문자로 표시한다. 문자가 뒤의 것일수록 성능이 보강된 것이다.
예를 들어 SB는 최소한의 긁힘, 산화 및 부식방지성을 가지는 오일이며 SD는 고온 및 저온 부착물 방지기능이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른바 ‘최고급 엔진오일’은 1993년에 제정된 SH급이다. 1989년에 제정된 SG급보다 성능이 강화되고 사후 품질관리를 보증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에는 환경부분이 강화된 SJ급이 제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SJ급 엔진오일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엔진오일은 SG급 이상이면 성능에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엔진오일, 교환보다는 점검을
엔진오일은 운전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천km를 주행한 뒤 교환해주는 것이 좋다. 많은 오너드라이버들이 3천km를 주행하고 나서 엔진오일을 교환해주는데, 이는 비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안된다.
5천km를 주행하지 않았더라도 엔진오일 점검은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잘 알고 있다시피 엔진 부위에 있는 계측막대를 빼보아 적정 유량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 때 색깔은 중요한 정보가 된다. 오일의 색깔이 검정색이라면 심하게 오염된 것이다. 다만 주의할 일은 기존의 석유계 오일 색깔과 달리 합성오일은 처음부터 검은색을 띠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는 색깔이 검더라도 휴지에 묻혀보아서 흡수가 지나치게 빠르다든지, 불순물이 보이면 오염된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
엔진오일 색이 붉은 계통을 띨 때도 있다. 이는 연료인 휘발유가 유입된 경우다. 앞서 언급했듯이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의 마찰을 막기 위해 피스톤의 옆부분에는 엔진오일이 항상 순환한다. 그리고 피스톤의 상단부에는 엔진오일이 연료와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으로 된 링이 달려 있다. 오일링이 망가져 연료와 엔진오일이 섞이면 엔진을 뜯어야 하는 대작업이 필요하다.
도로에서 오토바이들이 주행하는 것을 자세히보면 머플러에서 흰 연기가 유난히 많이 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는 연료인 휘발유에 윤활유가 혼합돼 같이 연소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승용차와는 달리 2행정기관이라 윤활계통을 따로 두지 않고 혼합해 사용한다.
그러나 승용차에서 오토바이처럼 흰연기가 나면 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특히 장거리운행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 엔진오일이 연소되면서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엔진오일이 우유처럼 흰색을 띠는 경우라면 엔진오일에 물이 섞인 것이므로 냉각계통을 점검해야 한다.
오토매틱은 변속기 오일이 생명
차에 사용되는 윤활유가 엔진오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기어들이 함께 회전하는 변속기 내부에 사용하는 기어오일도 윤활유다. 특히 자동변속기 차량의 기본 점검은 기어오일에서 출발한다. 변속기 내부의 동력전달은 서로 맞대어놓은 프로펠러 2개의 중간에 오일이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오일의 상태는 변속기 상태를 파악하는 열쇠다.
자동변속기 기어오일은 크게 제너럴 모터스형과 포드형으로 양분되는데, 국산차 모두 제너럴 모터스형인 덱스론을 사용한다. 투명도가 높은 붉은색으로 파워핸들 구동장치에도 이 오일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점검할 때는 반드시 평평한 곳에서 게이지로 측정하고 오일 온도가 60-70℃에 이를 때까지 워밍업을 한 다음에 살펴야 된다. 교환주기는 보통 1만km이지만, 교환주기와 관계없이 색깔이 검어지면 클러치 디스크가 마모된 것으로 반드시 전체를 교환해주어야 한다.
기어오일의 색상이 니스처럼 변한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오일이 고열로 인해 타버리고 클러치와 밴드 등 부품의 마모가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오일을 교환해주어도 소용이 없고 자동변속기를 수리해야 한다.
한편 붉은색을 띠어야 정상인 자동변속기 오일이 유백색이나 엷은 녹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냉각수가 섞이고 있는 것으로, 냉각수계통을 먼저 수리한 후 오일을 교환해주어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자동변속기 오일도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일을 라디에이터를 통과시켜 방열시킨다. 따라서 자동변속기오일을 교환할 때는 라디에이터에 남아있는 것도 완전히 빼주어야 한다. 이에 비해 수동변속기 기어오일은 자동변속기 기어오일만큼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주로 3만 내지 4만km 주행 후 교환해주면 된다.
4계절용 부동액은 1년에 한번 교환
자동차에서 두번째로 많이 접하는 액체는 냉각수다. 냉각수는 엔진에서 발생된 열을 엔진룸 맨 앞에 위치한 라디에이터와 순환하면서 팬이나 자연바람으로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 엔진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부동액도 냉각수의 일종이다. 냉각수가 얼면 체적이 팽창해 실린더 블록이나 헤드에 균열이 생기고 라디에이터가 파열한다. 부동액은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전에는 메탄올을 주원료로 해 부동액을 만들었지만, 이는 비등점이 80℃로 낮아 최근에는 에틸렌글리콜을 주로 사용고 있다. 에틸렌글리콜은 어는점이 메탄올계와 마찬가지로 -30℃나 돼 혹한기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비등점이 1백97.2℃로 사용 중 증발에 의한 손실이 적고 냉각수가 감소됐을 때 맑은 물만 보충해주면 된다. 냄새가 없고 증발하지도 않으며 도료를 침식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혹한기는 물론 혹서기에도 사용할 수 있어 보통 ‘4계절용 부동액’이라고 불린다.
경정비업소들은 매년 늦가을이 되면 부동액을 넣고 봄에는 냉각작용을 더욱 강화시킨 일명 ‘쿨란트’란 냉각액을 넣어줄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4계절용을 넣어주었다면 바꿔줄 필요가 없다.
부동액에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은 염기성으로 오래 사용하게 되면 산화현상이 일어나며 금속을 부식시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부식방지제를 함유하고 있다. 부식방지제는 보통 알루미늄 등 11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의 함유비율은 각 제조업체마다 다르다. 따라서 부동액을 보충할 때는 같은 메이커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부동액은 1년에 한번 정도 교환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식방지성능의 저하에 있다. 최근에는 부동액 기술이 급격히 발달, 부식방지효과가 3년 이상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엘지칼텍스정유에서 미국 텍사코사와 손잡고 차세대부동액을 생산하고 있다.
부동액을 교환해 줄 때는 라디에이터와 엔진 냉각통로에 기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포가 생기면(‘에어가 찾다’고 말 함) 냉각성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과열 등으로 엔진이 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냉각수의 압력은 보통 0.3-0.7kg/cm3다. 적정 압력보다 높아지면 라디에이터 맨 위에 있는 압력식 캡이 작동해서 팽창된 양만큼 보조탱크로 보내준다. 압력이 낮아지면 다시 라디에이터로 돌아간다. 라디에이터와 호스로 연결된 프라스틱 용기가 바로 부동액 보조통이다.
가끔 유리세척액통과 혼동해 부동액통에 세척액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매우 위험한 일이다. 유리세척액은 주로 물에 메탄올과 세제 등을 넣어둔 것으로, 이것이 부동액과 섞이면 비등점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액은 물과 적정비율로 혼합했을 때 제성능을 발휘한다. 부동액이 적다고 그대로 보충해주면 오히려 어는점이 올라가 부동효과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많은 운전자들은 여름에 엔진과열을 걱정해서 운전 중 수온계의 눈금이 절반 정도만 올라가도 걱정을 한다. 하지만 엔진의 효율은 온도가 높을수록 좋아진다. 경고표시인 붉은 색으로 표시된 곳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겨울철에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올라가 있는 것이 좋다. 엔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 실내난방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엔진에서 데워진 냉각수를 차안에 설치된 조그만 라디에이터를 통과시켜서 난방을 한다. 겨울철 시동을 처음 걸고 꽤 오래 기다려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냉각수가 데워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부동액은 보통 청록이나 황록색을 띠고 있다. 에틸렌글리콜의 색상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착색한 것이다. 최근에는 에틸렌글리콜보다 독성이 덜한 프로필렌그리콜을 사용한 부동액도 시판되고 있다. 프로필렌글리콜제품은 자주색으로 착색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