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1. 핵무기 배치와 핵전략 흔들리는「공포의 균형」

핵무기의 정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선제공격의 충동이 커지고 있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에놀라 게이'라는 애칭의 B29 폭격기가 '히로시마' 상공에 은빛날개를 번쩍이며 나타났다. 조금 전 공습경보가 해제돼 방심하던 이 도시는 상공 5백80m 지점에서 작렬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으로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7만5천명이 즉사했으며 10만명 이상이 부상했고, 건물의 90%가 잿더미로 변했다. 사망자수는 1950년까지 20만명에 달했다.
 

'리틀 보이'라 불리우는 이 폭탄에 내장된 우라늄 235의 양의 60kg. 이 가운데 실제로 핵분열한 것은 7백g에 불과했지만 파괴력은 TNT 1만2천5백t에 상당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핵무기에 비하면 히로시마의 원폭은 '딱총 화약'에 불과하다. 요즘의 핵탄두 가운데 규모가 큰 1메가톤급의 경우 히로시마 원폭의 70배 이상의 위력을 갖는다.
 

1메가톤이라면 TNT 1백만t에 해당한다. 이것을 화물차에 싣는다면 그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길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폭발력은 1만 3천메가톤이라고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급 원폭이 1백만개나 있는 셈이다. 또 지구상의 인류에게 이 폭발력에 해당하는 TNT를 고루 나눈다면, 한 사람당 3t의 TNT를 머리에 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1945년까지 몇 발밖에 없던 핵폭탄이 인류를 수십번 거듭죽일 수 있을만큼 늘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또 그 핵무기는 어느곳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배치되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감으로써 오늘날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평화'의 문제를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핵폭발 분화구^1백킬로톤의 핵폭발로 생긴 미국 네바다 지하 핵실험장에 생긴 분화구. 깊이96m폭3백80m


핵억지전략의 패러독스


1949년 소련은 원폭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핵독점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동시에 핵무기 개발경쟁이라는 세기적인 악순환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후 근 40년에 걸쳐 미·소는 냉전체제(60년대까지)와 데탕트(70년대) 그리고 신냉전체제(80년대)를 통해 '종말병기'를 양산했고 그럼으로써 초강대국의 자리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을 지탱한 것은 핵억지전략이라는 신화이다. 즉 핵무기의 파괴적 위력이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고 세계 평화의 유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핵억지전략은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파괴되지 않은 핵무기의 치명적인 보복에 대한 공포가 선제공격을 억제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핵무기의 개발은 무기체계의 수단과 목적사이의 전통적인 관계를 붕괴시켰다. 전에는 군비의 확충은 부분적으로 적의 공격을 억제시키는 목적이 있었지만 주목적은 적을 공격해 승리를 얻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전략하에서는 전쟁과 평화가 분명히 구분되었다. 그러나 핵무기는 너무나 강력해서 전쟁을 위해서는 사실상 쓸모가 없고, 오로지 핵전쟁을 회피하는데만 유용하다는 패러독스를 안고 있다. 그 결과 명확한 평화라는 개념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고 '공포의 균형' 속에서 핵무기의 확충으로 치닫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공포의 균형'이라는 사고방식에는 균형을 깨뜨리는 자기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공포의 균형의 관건은 파괴되지 않는 보복전력, 즉 제2격능력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실태를 100% 예측하기가 어렵고 또 핵무기체계가 기술혁신으로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군사전략가들은 항상 '최악의 분석'을 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핵보유국은 가상적인 균형상태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의 전력을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최대한으로 잡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억지전략은 핵무기경쟁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볼 때 핵전력이 상대방에게 치명적 보복을 할 수 있는 '최소억지력'만 갖추면 충분한데도 실상 그 수십배의 핵전력을 미·소가 모두 보유하고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림1) 종말의 시계

 

「공포의 균형」에서 선제공격론으로


그러나 60년대의 핵억지이론에 기초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 MAD)전략은 70년대에 들어와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선제공격을 전제로한 대병력공격(counterforce)전략이 대두한 것이다. 핵무기의 명중도와 신뢰성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까지 주요 목표이던 대도시와 산업중추는 물론 핵 미사일 저장고자체가 공격목표권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공격으로 핵전력이 궤멸되기 전에 상대방의 핵무기에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병력공격전략은 필연적으로 핵무기 경쟁을 격화시킨다. 왜냐하면 대병력공격의 목표는 미사일사일로, 핵폭탄저장고, 전략공군기지, 핵잠수함기지, 전투사령부, 통신센터 등 적의 일체의 군사 시설을 망라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공격목표가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기 위해선 핵무기의 높은 정밀도와 전자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세분화된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해선 많은 수의 핵무기가 비축돼야 한다. 따라서 핵무기는 소형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처럼 대병력공격전략은 핵무기의 '양적 경쟁'과 함께 '질적 경쟁'을 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선제공격을 위한 미·소의 과잉핵전력은 자료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있다. 소련내의 1차적인 지상 핵공격목표는 7백개의 명령·통제소와 1천4백개의 미사일사일로 등 2천1백개소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총 1천8백개의 핵탄두를 갖는 5백50기의 미니트맨 III형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계획된 MX미사일 1백기(탄두 1천개)와 90년까지 11척의 오하이오급 원자력잠수함에 배치될 트라이던트 I·II형 미사일(탄구 총 2천1백개)을 모두 갖추면 소련내 공격목표 1개당 2개의 탄두를 할당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핵공격 목표는 3~4백개의 명령·통제소와 1천2백개의 미사일사일로, 폭격기지 등 1천5백에서 2천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련은 정교한 지상미사일 SS-17, 18, 19로 3천9백29개의 탄두를 보낼 수 있어 마찬가지로 목표당 2개씩의 핵탄두로 공격이 가능한 셈이다.
 

(그림2) 전세계 전략 핵무기 배치도

 

2차대전 6번 치를 파괴력


84년 현재 전세계에 배치된 미국과 소련의 장거리핵탄두는 미국 1만8백48개 소련 8천7백44개 등 거의 2만개를 헤아리고 있다. 여기에 단거리와 중거리 핵탄두까지 합치면 그 폭발력은 1만3천메가톤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된다. 인류를 수십번이나 거듭 죽일 수 있는 양이다. 이만한 폭발력이면 2차대전을 6번이나 치를 수 있다.
 

(표1) 미국의 전략핵무기(1983년말 현재)


게다가 하나의 미사일로 한꺼번에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4개까지의 핵탄두를 개별 목표에 돌입시킬 수 있는 다탄두 개별유도 재돌입체(MIRV)가 거의 모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장비됨으로써 핵탄두의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70년부터 80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장거리 핵탄두수는 4천개에서 1만개로, 소현의 경우는 1천8백개에서 6천개로 늘어났다.
 

현재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곳은 미국과 소련을 제외하고 동구의 제국과 유럽의 서독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스 중동의 터키 그리고 아시아의 한국을 포함한 미군기지로 알려져 있다.
 

(표2) 소련의 전략핵무기(1983년말 현재)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 진로 추천

  • 국제학
  • 정치외교학
  • 군사·국방·안보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