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너의 떨림을 내게 보여줘!

‘주파수가 맞다.’


취향이나 생각이 유독 일치하는 사람이 있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과 수다를 떨다 보면 신나서 목소리와 행동이 커지곤 하죠. 사실 이 말은 물리법칙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과학적인(?) 표현입니다. 물체도 사람처럼 주파수가 맞으면 크게 요동치거든요. 


물체는 외부 영향 없이도 제각기 다른 진동수(주파수)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체 고유의 진동수를 고유진동수라고 부릅니다.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을 외부에서 가해주면, 진폭이 배가 돼 진동이 커집니다. 이 현상이 공진현상입니다. 군인들이 발맞춰 다리를 행진했더니 다리가 우르르 무너져버렸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군인들이 행진하는 발소리의 진동수가 우연히 일치해, 다리가 큰 폭으로 진동하다 무너져 버린 거죠.


공진현상을 이용해 물체의 떨림을 눈으로 직접 관찰해 봅시다. 우선 준비한 그릇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넣고, 랩으로 그릇 위를 팽팽히 감쌉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면, 이 소리에 맞춰 랩이 공진합니다. 랩 한가운데에 작은 거울 조각을 붙이고, 여기에 레이저를 비춥니다. 랩이 진동하면서 그 위의 거울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거울에 반사된 레이저는 이에 따라 벽에 독특한 그림을 그립니다. 


다양한 주파수의 음을 들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면 주파수를 바꿔가며 레이저가 그리는 그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막내기자는 220Hz(헤르츠)와 100Hz의 주파수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재생했죠. 그랬더니 220Hz의 경우엔 일직선 모양으로 그려지던 레이저 그림이 100Hz에서는 굴곡이 많은 곡선 모양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주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물체가 공진해 떨리는 모습인 공진 모드는 주파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며 “220Hz는 랩 위 거울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하도록 만드는 공진 주파수와 가까웠던 것 아닐까 추측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100Hz는 거울이 시소처럼 움직이는 공진 모드와 상하운동하는 공진 모드가 섞여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죠. 


레이저가 그린 그림은 마치 빛의 춤사위처럼 보입니다. 혹시 그릇 위를 감싼 랩은 100Hz에서 더 많이 신났던 게 아닐까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사진

    이명희

🎓️ 진로 추천

  • 물리학
  • 기계공학
  • 음악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