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름 12㎝원반에 책6백권 정보기억하는 전자책 CD롬 시대 온다

지름 12㎝ 두께 1.2㎜의 광디스크에 4백페이지짜리 책 6백권 분량의 정보를 기억하는 CD롬. 멀티미디어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이 전자책이 2000년간 인류문화의 증거물이었던 종이매체를 대신할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약 5천종의 CD타이틀이 출간됐다. 미국이 4천여종 일본이 3백여종인데 비해 국내에서 출간된 CD롬은 경우 3종에 불과하다.

종이를 대신할 전자책의 시대가 올 것 인가.

2000년간 인류문화의 증거물로 자리잡아온 종이매체가 최근 새로운 전자매체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옆구리에 두꺼운 책을 한 권 끼고 낙엽이 떨어지는 대학로를 걸어가는 낭만이 미래에는 어쩌면 사라질는지도 모른다. 모든 책이 전자매체에 기록된다면.

전자매체의 대표주자는 단연 CD롬이다. 플로피디스크나 테이프 같은 전자매체들이 있지만 기억용량이나 기능면에서 CD롬에 훨씬 뒤떨어진다. 가령 플로피디스크나 하드디스크 같은 자기디스크는 CD롬보다 저장 능력이 떨어지고 물리적 손상의 가능성이 크다. VTR에서 쓰이는 비디오테이프는 화상 및 음악정보는 기억하지만 문자정보 기억 능력은 없다. 대형컴퓨터에서 쓰는 자기테이프도 있지만 휴대용으로는 부적합하다.

CD롬의 CD는 물론 콤팩트디스크(Compact Disk)를 의미한다. 지름 12㎝ 크기의 플라스틱 원판에 알루미늄 금속표면을 입혀 그 위에 정보를 저장하고 이 정보를 레이저광으로 판독한다. 표면에 자성(磁性)재료를 발라 자기헤드가 이를 읽어들이는 자기디스크와는 다른 광디스크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CD롬은 오디오용으로 쓰이는 CD와 외양 및 구조가 같다.

CD롬이 음악용 CD와 다른 점은 그 속에 음악 뿐만 아니라 문자정보, 그림정보, 움직이는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CD를 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CDP)에 끼우면 단순히 음악만 들을 수 있지만, CD롬은 그 속에 들어있는 문자 그림 화상 음악 등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CD롬의 정보를 읽으려면 물론 CD롬 드라이브라 불리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

롬(ROM, Read Only Memory)이란 읽기만 하고 그 곳에 새로운 정보를 다시 기억시킬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반도체 용어다. 즉 CD롬속에 어떤 정보를 저장하면 그것이 손상당하기 전에는 지워지지 않고 그곳에 다시 다른 정보를 기억시킬 수 없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은 램(RAM, Radom Access Memory)이다. 가령 비디오테이프나 폴로피디스크는 그 속에 있는 정보를 지우기도 하고 다시 새로운 내용을 기억시킬 수도 있으므로 램이라 볼 수 있다. 음악용 CD도 한번 정보가 기억되면 다시 지워지지 않으므로 롬이다. 따라서 CD 롬과 CD 는 다같이 롬이지만 문자 화상 등 다양한 정보매체로 쓰이는 CD롬을 CD와 구별하기 위해 롬이란 명칭을 붙인 것이 다를 뿐이다.

백과사전 한 질을 주머니 속에

CD롬이 기억매체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CD롬이 종이 등 인쇄매체나 자기디스크 자기테이프 등 다른 전자매체와 다른 특징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CD롬의 최대 장점은 기존 매체에 비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표준화된 지름 12㎝의 CD롬 한 장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6백40메가바이트(MB)다. 이 중 순수하게 데이터 기록용으로만 약 5백50MB를 사용할 수 있다. 5,6백 MB가 잘 실감나지 않는다면 컴퓨터에서 쓰는 고밀도(2HD) 디스켓의 용량이 고작 1.2MB라는 사실과 비교해보라. 문자만 기억시킨다면 CD롬 한 장에 4백페이지짜리 책 6백권 분량의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다.

CD롬의 두번째 특징은 크기와 무게가 작고 휴대용으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책상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잡지들과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CD롬 몇 장으로 압축해 서랍속에 넣어둔다면 얼마나 간단할까. 이사갈 때 무거운 책들을 박스에 넣고 짐싸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휴대용으로도 편리하다. 주머니에 CD롬 한 장만 넣고 다니면 웬만한 백과사전 한 질을 지닌 것처럼 든든하다. 출판사측으로서도 무거운 종이책 대신에 CD롬으로 책을 내면 유통과정에서 우송료나 손상으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CD롬 한 장을 찍는데 드는 비용은(종이매체로 치면 인쇄비용) 1천원 이하로 저렴하다. 물론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CD롬의 가격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의 비용과 정보를 가공하는데 든 비용을 포함한 가격이고,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는 빈 CD롬의 비용은 종이값에 비해 훨씬 싸다.

CD롬의 세번째 특징은 그것이 컴퓨터와 결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단지 기억용량이 크고 가격이 싼 것만으로는 기존 종이매체의 양적인 확장에 불과하다. CD롬은 컴퓨터와 연결되면서 출판분야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가령 지도책을 CD롬으로 만든다고 하자. 종이로 된 책은 아시아의 어떤 지명을 찾기 위해서 그 지역의 지도를 펼쳐놓고 작은 활자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 그러나 CD롬 지도책은 그 지명을 선택만 하면 그 지명이 수록된 지도가 화면에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그 지명에 속한 관광지나 역사적인 유물, 그리고 인구 특산물 등 지리적인 특성까지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오디오 정보까지 수록된다면 그 국가의 음악이나 언어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즉 종이의 한계로 인해 활자매체에서 느끼던 답답함을 CD롬이 말끔하 씻어주는 것이다. 수백권의 책속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CD롬에 부탁하면 1초 이내에 그 정보를 불러낸다(CD롬의 평균 데이터 억세스시간은 0.7초). CD롬은 엄청난 정보저장능력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정보검색능력 정보처리능력과 결합함으로써 멀티미디어(multimedia)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CD롬은 레이저광에 의해 비접촉식으로 정보가 재생되므로 디스크가 마모 되지 않는다. 또 전자기나 물리적 손상에 강해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정보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기록매체로서 CD롬은 안성맞춤이다.

빌 게이츠와 CD롬

CD롬으로 만든 책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5천여종이 나와 있다. CD롬 타이틀(CD롬 책을 title이라 부른다)이 출현한 지는 5년 안팎이지만 매년 두배 가까이 양적으로 증가 하고 있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도서박람회에서는 CD롬 등 전자책의 종류가 방대해지자 내년부터 '뉴미디어코너'를 새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CD롬이 이와 같이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기까지는 필립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 계적인 전자업체들의 공이 컸다. 70년대초 월남전에서 유도탄의 일종인 스마트폭탄에 쓰여 '살인광선'이란 무시무시한 별명을 얻은 레이저광을 기록매체에 이용하기로 착안한 기업은 네덜란드의 필립스사. 이 회사는 1982년 음악용 CD를 상품화하는데 성공 한다.

이후 필립스는 CD를 음악용 뿐만 아니라 정보매체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 소니사와 경쟁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 두 회사가 중심이 되어 1985년 CD롬 표준화를 위한 기구를 만드는데, 이 기구에 참여한 필립스 소니 히타치 DEC 스리엠(3M) 애플 등을 하이시에라(High-sierra)그룹이라 부른다. 이들은 이듬해 지름 12㎝ 두께 1.2㎜의 CD롬을 표준으로 정하고 1987년에 국제표준기구(ISO)로부터 인정받는다.

필립스와 소니가 주도한 CD롬 개발에 소프트웨어적인 힘을 불어넣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식'(BASIC)과 IBM PC의 운영체제인 '도스'(MS-DOS)의 성공으로 미국 최대의 갑부가 된 게이츠는 CD롬이 자신이 추구하는 새로운 컴퓨팅환경 '멀티미디어'의 핵심이 될 거라고 보고 일찍부터 여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몇년 동안 CD롬 및 멀티미디어에 관한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주관해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90년 게이츠가 차세대 운영체제로 자랑하던 '윈도우즈'(Windows)와 오디오보드 그리고 CD롬을 장착한 멀티미디어 PC의 기본사양을 확정한다. 탠디 등 11개 PC업체들이 이를 채택하자 컴퓨터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준을 따라가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이 PC속에 CD롬 드라이브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멀티미디어를 구현해 가는 동안 필립스 소니 등 가전업체들은 외장형의 새로운 CD롬 드라이브를 선보인다.

90년 7월 소니는 액정화면을 가진 손바닥 만한 크기의 CD롬플레이어 데이터디스크맨(DD-1)을 발표했다. 지름 8㎝에 2백MB 용량의 CD롬을 구동시키는 이 장치는 무게가 5백20g에 불과해 휴대용으로 적당하다. 이와 함께 소니는 일본어, 일영(曰英), 영일(英曰), 외래어 워드프로세서, 한자 등 다섯 가지 사전기능을 가진 CD롬을 내놓았다.

데이터디스크맨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았다. 월 5천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던 소니는 주문이 쇄도하자 생산라인을 월 2만대로 늘렸다. 데이터디스크맨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가격이 5만8천엔으로 기존 CD롬 드라이브에 비해 절반 이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는 영어회화, 숙박정보, 영화 및 CD작품가이드, 기업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 디스크맨용 CD롬이 나와 있다.

필립스는 지난해 10월 TV에 연결해 쓸 수 있는 CD-I(Compact Disk Interactive)를 선보였다. 이 장치는 모든 가정에 컬러 TV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노린 것. TV가 이미 있다면 이 장치만 구입하면 CD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사진을 CD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TV를 통해 감상하는 코닥사의 포토CD란 제품도 나와 있다.
CD룸이 컴퓨터의 기억매체로 등장하면서 멀티미디어연구는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CD롬 드라이브를 내장하고 고성능스피커와 멀티미디어 운영체제를 갖춘 멀티미디어 PC를 선보이고 있다.

잡지도 CD롬으로 제작

현재까지 나온 CD롬 타이틀을 놓고 보면 미국이 압도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출간된 CD롬 책 5천여종 가운데 80% 정도가 미국 출판사들이 내놓은 것이다. 최근 CD롬 출판이 붐을 이루고 있는 일본에도 3백종 정도의 CD롬 타이틀이 나와 있다.

세계적인 정보회사인 IHS사는 지난해 CD롬의 세계시장 규모를 2억1천3백50만달러로 추산했다. IHS가 보고 있는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3억달러 정도 지난해말까지 세계적으로 81만대의 CD롬 드라이브가 보급됐다.

CD롬 타이틀의 분야별 분포를 보면 경영산업(20%) 도서관(18%) 과학기술(16%) 의학 건강(11%) 컴퓨터(10% ) 등 데이터베이스(DB,database)용이 아직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방대한 데이터를 CD롬에 저장해 도서관이나 기업에서 편리하게 검색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전자업체들이 이 분야에 직접 뛰어들면서 멀티미디어를 강조하는 CD롬 타이틀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영국의 도링 킨더슬리라는 출판사의 주식을 상당 부분 인수, 전자책 발간에 직접 참여했다. 킨더슬리사는 몇년전 미국의학협회와 공동으로 가정의료서 및 의학사전을 CD롬으로 발간하기로 한 바 있어 이 작업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외에도 프로그램제작 정보를 종합한 '프로그래머라이브러리' 등 다수의 CD롬 타이틀을 제작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내 CD롬 타이틀 베스트셀러를 보면 △ 미국 이카데미사전 21권을 수록한 전자대사전(9백만단어와 사진 1천5백장) △ 미국역사(미국사 1백7권 전문 수록) △ 맥그로힐 과학기술용어사전 △ PC-SIG 라이브러리(워드프로세서 게임 등 활용도가 높은 소프트웨어모음집) △ 국립지리학회에서 만든 포유동물복합미디어사전(동물음성 TV다큐먼터리 비디오 수록) 등이 있다.

이외에 타임워너사가 49달러짜리 셰익스피어작품 모음집과 9천만명의 인명 주소 전화번호를 모아 수록한 CD롬 타이틀을 선보였으며, 컴퓨터라이브러리사는 자사에서 발간하는 잡지 'PC WEEK'를 CD롬으로 제작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신문보존판을 CD롬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왕국 일본의 실제 실력은?

데이터디스크맨 발표 이후 일본의 CD롬 열기는 오히려 본고장 미국을 능가한다. 미국처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한 CD롬 타이틀은 별로 없지만 전자왕국답게 문자 소리 화상 등을 적절하게 활용한 멀티미디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사가 낸 '비즈니스 영어회화핸드북'이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사가 낸 '만화 일본경제입문'은 단순한 문자정보 뿐 아니라 소리와 그림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와 CD롬 분야에 있어서 일본의 저력은 현재 실력 이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멀티미디어에 있어서 하드웨어와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기술도 중요하지만, '누가 얼마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난다. 여기에서 정보는 문자정보 뿐만 아니라 소리 그림 영상 등을 포함한 정보를 말한다. 소니와 마쓰시타가 미국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컬럼비아 MGM 등 영화사를 인수한 진짜 목적이 이러한 정보 확보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CD롬의 대중적 확산이 게임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의 부각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컬러컴퓨터의 확대와 좀더 실제 상황에 가까운 게임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로 인해 게임소프트웨어의 부피는 점차 커지고 있다. 플로피디스크나 하드디스크가 더이상 게임소프트웨어를 담기에 부적합 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세계적인 게임기메이커 닌텐도와 세가는 조만간 게임소프트웨어를 CD롬에 담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CD롬과 CD롬드라이브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니의 데이터디스크맨^지름 8cm의 CD룸을 구동시키는 이 장치는 무게가 5백20g에 불과, 휴대용으로 적합하다.

"5년 이내에 대중화될 것"

국내에는 올들어 CD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8년 포항공대에 CD롬 드라이브가 처음 도입됐으나 지난해말까지 CD롬 드라이브의 설치대수는 8백여대에 불과했다. 올들어 연구소와 기업 도서관 등에서 CD롬 도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연말경에는 2천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데이터베이스용이 주류를 이룬다.

국내 출판사들은 그동안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출판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CD롬에는 무지했던 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나 각종 전시회로부터 CD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서 차츰 눈을 뜨고 있다. 국내에서 CD롬에 대한 접근은 네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곳은 대학도서관 병원 연구소 기업 등의 데이터베이스 활용. 국내에 도입된 대부분의 CD롬 타이틀과 드라이브가 이곳에 설치돼 있다. 아직까지 값비싼 CD롬과 드라이브를 개인이 구입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용 CD롬을 판매하는 교보문고 첨단정보센터의 홍영표과장은 "2백여종의 국내외 CD롬 타이틀을 구비해놓고 있는 데 하루 평균 20여명의 고객이 들러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고 있다. 주고객은 해외산업정보를 구하려는 기업체 직원과 논문을 검색하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이고 IHS사의 DODISS(미국군사산업규격)와 HAYS-TACK(산업기술정보 1천3백만건)을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교보문고는 CD롬 사업을 지난 89년에 시작했지만 지난 5월 새 단장하면서 공간과 장비를 크게 늘렸다.

두번째 갈래는 컴퓨터업체들. 현재 국내에서 제작된 3종의 CD롬 타이틀은 이들이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다이내믹잉글리시' '액티브잉글리시' 등 영어회화학습용과 큐닉스에서 내놓은 '성경라이브러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D롬의 가격이 수십만원인데다 CD롬을 장착한 컴퓨터마저 보급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큐닉스컴퓨터의 김용현전무는 "멀티미디어분야에 투자한다는 생각에서 성경라이브러리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CD롬 사업에 자신을 얻었다. 5년 이내에 CD롬이 대중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킬러어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나온다면 이것을 하기 위해 너도나도 CD롬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하드디스크를 장착 하듯이 CD롬 드라이브를 컴퓨터에 달게 되고, 드라이브의 가격도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최근 조선일보사는 삼보컴퓨터의 자회사인 솔빛미디어에 3억7천만원의 자본을 투자,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멀티미디어사업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와 솔빛미디어는 체신부에 '텍스트 및 이미지 DB를 CD롬에 수용하기 위한 정보검색시스템 개발과제'를 제출, 1억2천5백만원의 출연금을 받기로 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이지컴퓨터가 CD롬 유통 및 개발에 나서고 있다.

드라이브 보급이 관건

세번째 갈래는 현재 CD롬 사업에 가장적 극성을 보이는 학습지 출판사들이다. 웅진터미네이터라는 디스켓 학습지를 선보인 바 있는 웅진미디어는 이 디스켓을 전부 CD롬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로 국민학교 4,5,6학년용 CD롬 개발을 이미 완료하고 최종테스트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웅진측은 웅진터미네이터를 CD롬으로 바꾸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 한 학년용 학습디스켓이 1백10장(3백60KB짜리)이나 되는데 학생들이 이것을 관리하기가 복잡할 뿐더러 공부할 때도 과목을 바꿀 때마다 일일이 디스켓을 갈아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 이것을 CD롬 한 장으로 압축하면 이러한 모든 문제는 일거에 사라진다. 이외에도 CD롬 제품에는 인터뷰나 시낭송 등 음성이 추가된다.

웅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품화를 미루고 있는 주된 이유를 "CD롬 드라이브까지 함께 팔아야 하므로 수익성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90년부터 뉴미디어부를 운영하고 있는 동아출판사도 학습용 소프트웨어, 백과사전, 어학사전 등을 CD롬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계몽사 (주)대교 등도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학습지출판사들이 막강한 영업력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CD롬을 상품화하면 상당히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학습지출판사들은 CD롬 드라이브의 가격이 비싸 CD롬을 상품화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CD롬에 관심을 보이는 마지막 갈래는 가전업체들. 삼성 금성 등 국내가전업체들은 "멀티미디어가 현실화하면 가전과 컴퓨터의 구별이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이분야에 엄청난 투자를하고 있다. 필립스가 상품화한 CD-I 같은 제품도 현재 삼성과 금성이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판 파피루스종이

'현대판 파피루스종이'로 불리는 CD롬이 출현한 것은 불과 5년 안팎이다. 이것이 20세기의 마지막 7,8년 동안 어떤 조화를 부릴지는 아직 섣부르게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벌써부터 CD롬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만만찮다. 즉 고선명TV(HDTV)에서 쓰이는 화상과 음질을 표현하려면 6백MB의 큰 용량을 가진 CD롬으로도 20초 정도의 분량 밖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신 데이터압축기술을 이용하면 이 시간은 70분으로 늘어난다.

국내 CD롬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제작된 CD롬 타이틀수로 보아도 미국 4천여종, 일본 3백여종에 비해 고작 3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들어 CD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보다는 정리된 정보의 양이 절대 부족하다"는 어느 전문가의 말이 우리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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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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