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탐사선이 잇따라 발사된다. 바이킹 1, 2호가 생명체를 찾아 화성에 도착한지 20년만의 일이다. 11월6일 마르스 글로벌서베이어(미국)를 필두로 12월에는 마르스96(러시아)과 패스파인더(미국)가 뒤를 잇는다. 이번에 발사될 화성탐사선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마르스 글로벌서베이어
화성의 3차원 지도 작성
미항공우주국(NASA)는 마르스 글로벌서베이어(Mars Global Surveyor)를 오는 11월 6일 발사할 계획이다. 열달 후 글로벌서베이어가 화성에 도착한 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탐사선이 화성 중력권에 진입, 긴 타원극궤도에 오르는 것은 97년 9월. 이때부터 지상국 요원들은 수억km 밖에서 탐사선의 작동 상태를 체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글로벌서베이어는 지상국의 원격제어에 따라 3백78km인 원격탐사궤도에 돌입한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대지와 입을 쩍 벌린 마리너 계곡의 사진이 모니터 위에 나타나면 관제실은 환호와 박수로 술렁대고 몇몇은 서로 얼싸안고 등을 두드린다.
글로벌서베이어는 두시간에 한번 꼴로 화성을 공전하면서 매 주기마다 다른 지역을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글로벌서베이어의 임무는 3백78km 상공에서 화성표면을 촬영하고 각종 과학탑재물을 가동하는 것.
어느 새벽녘 마리너계곡 상공을 순항 중인 탐사선의 카메라시스템은 아래에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과 붉게 타는 새털구름을 CCD 칩에 담는다. 한편 열방출분광기는 광물의 구성성분과 대기복사를 분석하고, 화성 대기의 조성과 수분·기압 변화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한다. 화성의 자기장과 중력을 측정하는 일도 글로벌서베이어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다.
또 한가지. 글로벌서베이어는 지상 목표물에 레이저를 쏜 다음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이용해 산과 계곡의 고도를 측정한다. 여기서 얻어진 3차원 지리정보는 지름 1.5m의 고감도 접시 안테나를 통해 지구로 전송된다.
마르스 패스파인더
무인자동차 소저너, 화성 누빌 계획
마르스 패스파인더(Mars Pathfinder)는 화성에 무인자동차를 보내 딱정벌레처럼 표면 위를 돌아다니게 한다는 야심찬 계획. 비록 작지만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을 피하고 거친 땅을 종횡무진하는 공상과학영화 속의 로봇 자동차를 상상해도 좋다.
패스파인더는 12월 2-12일쯤 델타 II-7928 로켓에 실려 궤도에 올려진 다음 6-7개월 후에 화성에 도달할 예정이다. 패스파인더는 크게 두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고정 관측소이고 다른 하나는 무인자동차 ‘소저너‘(Sojourner)다. 때문에 관측소-자동차, 관측소-지구 간의 교신은 이번 임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패스파인더의 임무에는 대기권 진입이라는 까다로운 작업이 포함돼 있다. 즉 이 우주선은 궤도를 선회하지 않고 곧바로 대기권에 진입한다. D데이는 1997년 7월 4일, 미국의 ‘인디펜던스 데이’다.
소저너는 6륜구동으로 험한 지형에도 끄덕없는 서스펜션을 채용했다. 무게는 11.5kg. 이 자동차는 탑재 카메라와 모선(관측소)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서 지구에서 명령을 내리도록 돼있지만, 지구와 화성 간의 거리 때문에 최소 6분에서 41분까지 통신지연이 생긴다. 따라서 부분적으로는 자동제어기능이 사용될 것이다. 이 로봇은 화성의 지형 특성에 대해 조사하고, 자신의 바퀴자국을 촬영해 흙의 특성도 함께 알아 낼 계획이다. 알파입자-X선 분광기(APXS)는 토양과 암석의 성분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꼬마자동차 소저너는 1주일 동안 모선을 중심으로 반지름 10m 내에서 탐사활동을 벌인다. 그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30여일간의 원정을 떠난다. 한편 모선은 1년(687일) 동안 화성을 탐사한다. 패스파인더는 향후 화성 착륙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점검할 예정이며, 소저너는 이를 위한 각종 엔지니어링 테스트를 실시한다.
마르스96
생명체 존재 여부 탐사
마르스96(Mars 96)은 러시아의 야심작이라고 하지만 미국,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이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96년 11월 발사해 이듬해 12월 화성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1대의 궤도선과 2대의 착륙선, 2기의 탄환 탐사구가 발사된다. 이 프로젝트는 화성의 내부와 표면, 대기의 수직구조와 자기권 등을 조사한다. 또한 화성 내부에서 나오는 동위원소(아르곤 36과 40 등)를 조사해 과거의 대기구조를 해석해냄으로써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알아낼 계획이다.
화성탐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주여행을 앞둔 여행정보 마련
1962년 옛소련은 마르스 1호를 띄웠고 그 이후 16개의 화성탐사선이 화성을 방문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1971년 발사된 마리너 9호와 1975년 발사된 바이킹 1·2호가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그에 앞서 마리너 4호(1962년)와 마리너 6·7호(1969년)가 운석의 폭격으로 곰보빵이 된 태고의 남반구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 천문학자들은 화성이 달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마리너 9호는 북반구의 너른 평야와 물이 흘렀던 흔적으로 보이는 수로, 장대한 화산과 계곡을 담은 생경한 사진들을 보내왔다. 화성의 두 반구는 판이했으며, 화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세인의 관심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로 집중됐다. 그것은 천문학에서 가장 ‘섹시한’ 관심거리였다. 과학자들은 여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이킹 1, 2호가 마침내 화성에 살지도 모르는 미지의 생명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붉은 행성에 파견된 두 바이킹은 삽으로 토양을 채취한 다음 세균배양을 통해 미생물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비록 어떤 직접적인 증거도 얻지 못했지만 이 사실은 오히려 외계 생명체에 대한 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화성은 매력적인 땅이다. 어떤 곳은 분화구 투성이에다 지질활동이 거의 멈춰 있다. 그러나 토사를 실어 나르는 모래바람, 폭풍, 그리고 계절의 변화는 그곳에 꿈틀거리는 생기를 불어 넣는다. 또 행성의 초기 역사를 간직한 크레이터 지역은 장구한 세월을 풍화에 시달린 금성과 지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적인 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세계, 즉 지구와 화성을 비교함으로써 지구라는 ‘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하면 두 행성은 한때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집된 화성에 관한 자료들은 용량면에서 나무랄데 없지만, 실제로는 빈틈 투성이다. 실례로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사진 자료는 그 내용이 상당히 불균질할 뿐 아니라 분해능도 썩 좋지 않다. 또 두 바이킹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화성의 기온과 기압을 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 몇분 간의 측정치인데다 일회성에 그쳤다. 알고 보면 붉은 모래 땅에 자갈이 뒹구는 유명한 풍경사진도 손바닥만한 지역을 찍은 것에 불과했으며, 분석에 사용된 시료 역시 그 언저리에서 퍼낸 흙 한움큼이었다. 착륙선이 1년 동안(화성에서) 측정한 대기압에 관한 자료가 그 중 좀 나은 편이었다.
80년대 초반 NASA는 화성 전체를 망라하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기와 표면, 그리고 내부에 대해 적어도 1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경제적으로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서 극궤도 우주선에 각종 기기를 탑재해 동시관측이 가능한 다목적 설계가 요구됐다. 92년 발사된 마르스옵서버는 바로 이런 개념에 맞춰 제작됐지만 93년 화성 접근을 앞두고 실종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실종사건이 발발한지 3년이 지난 올 겨울, 글로벌서베이어와 패스파인더가 그 맥을 잇는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속속 화려한 캐스팅이 예고되고 있다. 짐작컨대 ALH84001 덕분에 순위에서 밀려났던 화성 계획들이 순식간에 ‘0순위’가 됐을 것이다. 현재 미국 외에도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핀란드, 덴마크, 일본 등에서 사뭇 의욕적으로 화성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화성은 거칠고 메마른 땅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이 걷고, 여행하고, 살 수 있는 터전이 될지 모른다. 그런 활동이 가능하리라고 예상되는 유일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성탐사에 대해서는 인류가 첫발을 디딜 때를 대비해 사전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미로 시각을 바꿔야 할런지도 모른다.
바이킹의 위대한 업적
화성에는 생명체가 없다.
앨런힐스 운석은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부풀려 놓았다(과학동아 8월호 참조). 그러나 20년 전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를 조사한 바이킹의 업적을 안다면 얘기는 다를 것이다.
바이킹 1, 2호는 1976년 화성에 도착해 생명체를 알아볼 수 있는 3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바이킹이 얻은 지식은 화성에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이런 결과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한편 바이킹 1, 2호의 실험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강한 자외선을 쐴 경우 토양 속의 미생물이 죽어 없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NASA는 1999년 12월에 마르스 서베이어랜더를 화성에 보내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분해 방출 실험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화성 토양을 넣은 용기에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14}$C와 일산화탄소(CO)를 혼합한 기체를 화성과 똑같은 기압으로 채운다. 여기에다 태양광선에 비슷한 크세논램프로 며칠 동안 빛을 쏘인 다음 기체를 배기한다. 그리고 화성 토양을 6백℃로 가열한다. 만약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면 화성 토양에서 ${}^{14}$C가 검출돼야 한다. 체내에 섭취한 ${}^{14}$C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 토양에서는 ${}^{14}$C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방출 실험
미생물의 배설물을 확인하는 실험이다. ${}^{14}$C를 포함한 배양액이 들어있는 용기를 화성 대기로 채운다. 만약 화성 대기 가운데 미생물이 존재한다면 배양액으로부터 영양물을 섭취해 배설물을 만들어놓을 것이다. 배설물은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가진 이산화탄소. 그러나 용기 내 기체에는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
가스교환 실험
미생물에 의한 호흡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화성 토양을 대기와 함께 채워 배양한다. 그런 다음 정기적으로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사용해 화학조성의 변화를 살펴본다. 만약 메탄이나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면 호흡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 실험 역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