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물질의 파악, 신비스러운 천체인 펄사 퀘이사의 발견, 그리고 외계의 고등문명체 탐사까지 가능하게 할 전파천문학은 광학과 더불어 천문학의 쌍두마차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별과 별사이 성간공간에 흩어져 있는 가스와 먼지가 모여서 빛을 내는 성운, 섬우주라 불리는 수천억개의 별이 모인 은하, 이 모든 천체들은 빛을 내고 있어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천체의 관측연구에는 오랫동안 광학망원경이 사용되어 왔다. 광학망원경은 1906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처음 만든 것으로 거대한 렌즈나 반사경으로 약한 별빛을 끌어모아 이를 분석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별빛은 아주 약해서 밝은 별이라 하더라도 1㎞ 떨어진 곳에 켜놓은 촛불의 밝기 밖에는 안된다. 이렇게 약한 별빛을 받아 별의 여러가지 물리·화학적 성질을 찾아내야 하는 천문학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인공의 불빛이 없고 날씨가 좋은 높은 산이나 사막 한가운데를 찾아 천문대를 세워놓고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별빛을 잡아모으는데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외계로 열린 새로운 창
이렇듯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던 천문학계에 금세기에 들어와서 아무도 생각치 못하던 창문이 하나 더 열린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외계에서 들어오는 전파가 아주 우연하게 포착되었다.
1931년 우주전파를 최초로 포착한 사람은 미국의 '칼 잰스키'(Karl Jansky)였다. 잰스키는 당시 미국 '위스컨신'(Wisconsin)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뉴저지'(New Jersey)주에 있는 벨(Bell)전화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젊은 기사였다. 그가 이 회사에 들어가서 받은 연구과제는 당시 뉴욕과 런던사이에 처음으로 개설된 무선전화에 생기는 잡음의 원인규명이었다. 당시에 많은 기대를 안고 탄생한 이 대서양 횡단 전화는 기대와는 달리 잡음이 많아 여러가지 불편을 겪고 있었으나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회사에서는 다각적으로 그 원인 규명에 나섰던 것이다.
잰스키느 잡음을 일으키는 전파의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서 자동차 바퀴에 안테나를 설치해서 회전가능한 안테나, 소위 그가 명명한대로 '회전목마'(merry go round)안테나를 만들어 본격적인 전파잡음 탐사에 들어갔다. 그는 이러한 잡음의 원인이 놀랍게도 국지적 번개현상에서 뿐만 아니라 태양계 밖의 먼우주 공간에도 있음을 알아내었다.
그 후 계속된 연구로 하늘에는 강한 전파를 발사하는 천체가 수없이 많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강한 전파는 우리가 속한 천억개 이상의 별의 집단인 은하계의 중심부에서 들어 온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발견도 당시의 천문학자들로 부터는 별로 주목을 끌지못하였고, 포물면을 가진 안테나를 만들자는 그의 제의도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잰스키의 발견은 그래도 한 사람을 감동시켰으니 그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그로테레버'(Grote Reber)였다. 당시 무선기사였던 레버는 잰스키의 업적이 이어질수 없었던 일을 안타깝게 여기고 자신이라도 그러한 일을 계승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는 1937년 사재를 털어 그의 집 뒷뜰에 직경 9.5m의 포물면 안테나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 안테나가 세계에서 가장 큰 포물면 안테나인 셈이다.
레버는 직장에서 일하는 틈틈이 3천3백, 1백60, 4백80 MHz의 주파수로 전하늘을 관측하여 전파원(電波源)의 분포도를 만들어 인류 최초로 전파를 천문학연구에 활용하는 전파천문학의 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그의 업적도 당시의 고루한 천문학자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해서 논문을 발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태양에서 나오는 전파도 1942년 영국의 '헤이'(J.S.Hey)에 의해서 처음으로 포착되었다. 그는 당시 영국 육군에서 레이다의 잡음 전파의 원인을 규명하던 과학자로 잡음이 태양의 흑점 빛 플레어(flare) 현상 등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내어 전파에 의한 태양 연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전파천문학 분야는 전쟁 노력에 의해서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종전후 독일과 영국등에서 개발된 레이다와 전파통신장비가 민간으로 흘러나오면서 미국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전파망원경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천파천문학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후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발견이 이루어져서 천문학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해왔음은 물론, 이제는 광학과 더불어 천문학 연구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확대되는 관측영역
전파는 빛과 마찬가지로 전자파(電磁波)의 일종이다. 전자파는 그 파장에 따라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빛, 적외선, 전파 등으로 분리된다. 이중에서 우리 눈은 빛에만 민감하기때문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별빛 뿐이다. 그러나 만일 천체에서 다른 전자파가 나온다 해도 빛과 전파 이외에는 지상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그것을 받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지구대기 중의 분자들이 이러한 전자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지구대기권밖 우주공간에 위성망원경을 띄어놓고 천체에서 들어오는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적외선 등을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천체에서 들어오는 전파는 우리 주변의 라디오나 TV에 사용되는 전파와 다를게 없다. 우주전파는 파장이 긴 미터파에서부터 레이다와 무선통신에 이용되는 센티미터파 또는 극초단파인 밀리미터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 파장이 10㎝ 보다 긴 장파장 전파는 지구대기권 밖에 있는 지구 이온층에 의해서 반사되어 다시 외계로 나가고 1㎜정도의 단파장 전파는 지구 대기중에서 분자입자에 의해서 흡수되기 떄문에 지상에서는 주로 밀리와 센티미터 파장의 전파만이 관측되고 있다.
전파는 우주공간에서 흡수되지 않는다.
천체의 전파관측은 광학관측 즉 광학망원경에 의한 관측에 비하여 여러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빛이 별에서 나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수광년 또는 수십 수백광년의 거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우주공간에는 가스와 먼지의 입자가 많이 흩어져 있어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 또는 산란시키면서 빛의 통과를 방해한다. 그래서 빛이 성간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 거리는 제한되어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먼 거리의 천체를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대부분의 별이 우리와 비교적 가까운 별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전파는 파장이 성간 먼지입자 보다 훨씬 큰 관계로 먼지에 의해서 흡수되지 않고 거의 자유스럽게 우주공간을 통과할 수 있기때문에 빛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먼거리에 있는 천체도 전파로는 제한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전파는 또한 지구 대기 중의 구름이나 분자에 의해서 흡수되는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일기에 관계없이, 또한 낮에도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밤과 낮의 구분없이 관측이 가능하여 관측시간으로 비교했을때 투자 효과가 광학망원경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전파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전파망원경의 분해능(分解能) 즉 작은 천체를 분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작은 것이 단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망원경의 규모를 크게하면 극복될 수 있어 대형 망원경이 등장하고 있다.
초정밀 고감도의 특수장치
전파망원경은 그 원리가 우리의 일상용품인 라디오나 다른 단파수신 장치와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 성능이 아주 좋다는 사실뿐일 것이다. 전파망원경은 지상에 도달하는 우주전파를 포착하여 이를 증폭, 기록하는 장치이다. 즉 안테나로 우주전파를 받아 이를 촛점에 보이게 한 후 이를 케이블이나 도파관(導波管, waveguide)을 통해서 파장조정기(tuner)로 보내 신호를 잡음으로부터 걸러내어 이를 증폭기에서 증폭시킨후, 라디오의 스피커 대신에 컴퓨터 등의 기록장치에 기록시키는 것이다(그림2).
보통의 라디오와 다른 점은 라디오에 수신되는 방송국의 전파에 비해서 우주전파는 그 강도가 ${10}^{-15}$정도로 아주 미약하다. 지구상의 모든 전파망원경이 지금까지 수신한 태양계 밖에서 오는 전파의 총 에너지는 한송이의 눈이 땅에 떨어지는 에너지 보다 적다고 하니 얼마나 약한 전파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전파망원경은 정밀성과 방향성이 극히 높은 대형의 안테나와 냉각된 초저온 고감도의 수신장치 그리고 고성능의 컴퓨터 등을 필요로 한다.
현재 세계 여러나라에 건설되어 있는 전파망원경은 그 안테나의 형태가 포물면의 단일접시형(parabolic singledish)과 막대와 같은 모양의 이극(二極,dipole)안테나를 늘어놓은 나열형으로 구분된다. 또한 이들을 여러개 늘어놓은 간섭(干涉)망원경이 있고 안테나의 움직임에 따라서 전방향가동형(稼動型), 일방향가동형, 고정형 등으로 분리된다.
최근 전파천문학이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서 세계 각국이 대형의 안테나와 영하 2백50℃까지 냉각시킨 초정밀 수신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그 중에서 큰 것을 몇개 들어보면 미국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에 알루미늄탄을 사용해서 포물면으로 골짜기를 덮은 직경 3백m의 고정형, 독일의 수도 '본' 근교에 있는 직경 1백m의 전방향가동형 포물면 안테나, 미국 '그린뱅크'(Green Bank)에 있는 일방향 가동형 직경 90m 단일접시형, 오스트레일리아 '파크스'(Parkes)의 직경 64m 전방향가동 접시형, 영국 '조드렐 뱅크'(Jodrell Bank)의 직경 74m 전방향 접시형, 최근에 완성된 미국 '뉴멕시코'(New Mexico)주에 있는 직경 25m의 접시형 안테나 27기를 21㎞ 거리에 Y자형으로 늘어 놓은 초거대 배열 안테나(very large array antenna), 네덜란드 '웨스터보크'(Westerbork)에 있는 직경 25m 접시형 안테나 14기를 늘어놓은 간섭망원경, 그리고 일본 '노베야마'에 건설된 직경 45m 안테나 1기와 10m 안테나 5기를 연결시킨 대형 망원경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밀리미터의 짧은 파장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보다는 표면의 정밀도가 수신하는 전파 파장의 1/10이하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파장 1㎜의 전파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포물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표면의 오차가 0.05㎜ 정도로 작아야 한다. 직경 수십 m의 포물면의 정도(精度)를 이만큼 작게 만든다는 것은 보통의 기술로서는 되지 않는다.
전파망원경은 전파통신분야에 대한 고도의 기술수준을 필요로 하고 또한 그 반대로 전파천문학이 전파통신 분야의 발달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 좋은 예가 네덜란드의 '필립스'(Phillips)사로 이 회사가 현재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음한 배경에는 전파천문학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초과학과 전자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파천문학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충남 대덕연구단지에 직경 14m의 밀리미터파 관측용 망원경을 건설하고있어 멀지 않아 본격적인 전파관측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새로운 발견이 이어진다
천체의 전파관측은 천문학에 괄목할만한 공헌을 할 수 있는 많은 발견을 하게 하였고 지금도 새로운 발견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전파는 연속전파와 스펙트럼선으로 구분된다. 연속전파는 모든 파장에 걸쳐서 발생되는 전파로서 그 발생 과정은 뜨거운 물체에서 빛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 열적복사(熱的輻射)에 의한 것과, 강한 자기장속을 광속에 가까운 상대적인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에서 발생되는 전파 즉 비열적복사 또는 싱크로트론(synchrotron) 복사 전파가 있다.
열적복사를 내는 천체로는 태양, 항성, 성운, 은하 등이 있고 비열적복사는 행성, 초신성, 중성자성 또는 펄사(pulsar), 은하, 퀘이사(quasar) 등을 들 수 있다.
스펙트럼선 전파는 원자와 분자들에서 나오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중성수소의 파장 21㎝선과 수소, 탄소, 헬륨의 재결합선(recombination line), 그리고 각종의 분자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전파는 성간운(星間雲)이나 은하에서 주로 관측되고 있다.
전파천문학이 등장하여 인간의 천문학 지식에 가장 먼저 가져다준 공헌은 1951년 수소원자의 파장 21㎝ 전파 관측으로 그때까지 오리무중이던 우리 은하계의 구조를 알아낸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별빛은 은하계내에 있는 먼지들에 흡수되기때문에 먼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에서 거리가 먼 천체는 볼 수가 없다. 그러니 규모가 10만광년에 이르는 은하계의 구조를 광학관측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은하계의 구조 문제로 고심하던 천문학계에 의문을 풀어줄 새로운 수단이 등장한 것이다. 파장 21㎝의 수소선은 1945년 네덜란드의 '반 데 훌스트'(Van de Hulst)가 박사학위 논문에서 그 발생 가능성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전파망원경을 설치, 그 탐사에 나선 결과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1951년 발견에 성공하게 되었다.
수소 원자는 은하계 모든 곳에 구름의 형태로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성간물질로서 그 분포에 의해서 우리 은하계의 구조가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수소원자의 전파로 알려진 우리 은하계의 모습은 두개의 접시를 마주 엎어놓은 것과 같은 둥글고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고 두개의 나선상의 팔이 마치 소용돌이 같이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감겨져 있다. 즉 우리 은하계는 하늘에서 흔히 볼수 있는 나선은하(spiral galaxy)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팔의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여 그 정확한 형태는 아직도 활발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수소 원자의 관측은 또한 성간가스의 밀도, 온도, 자기장 등의 물리량을 알아낼 수 있게 하였으며 성간운의 크기와 분포 그리고 진화까지도 밝혀주고 있다.
1965년에는 미국의 '펜지아스'(Penzias)와 '윌슨'(Wilson)이 우주배후복사 전파를 발견하여 그때까지 논란이 되어 오던 우주생성의 기원을 밝히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절대온도 3˚에 해당하는 이 전파는 우주가 1백50~2백억년전에'빅뱅'(big bang)에 의해서 생긴 후 아직도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 전파의 발견으로 우리는 빅뱅의 잔해를 찾아낸 셈이고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되었음을 입증하는 증거품으로 등장하였다. 과거에 뜨거웠던 우주의 기원을 확인함으로써 우주론에 관한 의견수렴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비스러운 천체 펄사의 모습도
천체의 전파관측에 의해서 이루어진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아마도 펄사(pulsar)라는 신비스러운 천체의 발견일 것이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Cambridge)대학의 '휴위시'(Hewish)가 이끄는 팀에 의해서 발견된 펄사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맥동하는 전파원이다. 그들이 최초로 발견한 펄사는 CP1919라는 것으로 주기가 1.33730초로 맥동하는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 발견 당시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짧은 맥동 주기는 천체에서 자연 발생적으로는 발생될 수가 없으므로 그들은 이것이 우주 어느 곳에 있는 고등문명체가 보내는 신호로 생각해서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an)이라는 암호까지 붙여 놓고 흥분했었다. 그러나 그후 이러한 전파를 내는 천체가 여러개 더 발견되면서 고등문명체의 가설은 무너지고 그때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중성자성(中性子星)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중성자성은 태양보다 2~3배 무거운 별이 수명이 다하여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으로 이때 중력에 의한 수축을 일으키는데, 큰 중력때문에 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인 양성자(陽性子)와 전자가 합쳐져서 중성자를 형성하게 되고 별은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중성자는 질량이 엄청나게 커서 만일 지구 질량의 30만배인 태양이 중성자성이 되었을 경우 직경은 10㎞밖에 되지 않고, 지구에 사는 사람의 질량을 전부합친다 해도 중성자만으로는 빗방울 크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펄사는 직경이 십여㎞밖에 되지 않고 빠른 자전을 하면서 표면에서 마치 등대의 비콘(beacon)과 같이 전파를 발사하는 천체인데 펄사 중에서 가장 빠른 맥동주기를 가진 것은 게성운(crab nebula)으로 주기가 0.03초이고 가장 긴주기의 것은 4초 정도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천체들은 자전주기가 0.03초에서 4초 사이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빠른 자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펄사는 현재까지 3백50여개가 발견되었으나 그 중에서 광학망원경을 통해서 눈으로볼수 있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게성운 펄사와 벨라(vela) 펄사의 두 개뿐이다. 펄사는 별의 진화 과정과 강한 자기장을 동반한 고에너지 천체의 물리적 특성 규명에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비로운 전파원으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퀘이사(quasar) 일명 준성(準星)이다. 이 천체들은 강력한 전파를 내고 있으나 대부분의 강한 전파가 가스로 이루어진 성운 또는 은하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천체들은 푸른 색의 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퀘이사의 발견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작성한 강한 전파원의 목록을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대학 천문학자들이 '팔로마'(Palomar)산의 2백인치 망원경으로 관측하던 중에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퀘이사가 신기한 것은 광학망원경으로 관측한 퀘이사의 스펙트럼 선을 분석한 결과 지구와의 상대운동 때문에 생기는 적색편이(赤色偏移) 또는 도플러(Doppler)편이현상이 두드러지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은 퀘이사가 지구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퀘이사중에서 가장 큰 후퇴속도를 가진 것은 OQ 172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천체는 빛의 속도의 91% 즉 초속 약 27만㎞로 후퇴운동을 하고 있다. 이 후퇴속도가 우주팽창 때문에 생기는 것라면 '허블(Hubble)의 법칙' 즉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한다는 법칙을 적용할 때 OQ 172의 거리는 우주의 지평선이라 할 수 있는 2백억광년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천체는 약 2백억년전 빅뱅에 의해서 일어난 우주팽창의 최첨단에 서서 가장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먼 거리에서 발생된 전파가 포착되기 위해서 그 천체는 아주 강한 전파를 발사해야 하는데 그 강도가 보통 은하의 1백배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퀘이사의 크기는 은하의 19만분의 1밖에는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천체가 어떻게 그와같이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있는가 하는 것은 아직도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성간공간의 구성물질은…
최근 밀리미터파를 관측할 수 있는 정밀 전파망원경이 여러개 건설되면서 별과 별 사이 성간공간에 흩어져 있는 분자(分子)의 관측과 발견이 속속 이루어져 있다. 현재까지 성간공간에서는 60여종의 각종 분자가 발견되었으며 동위원소(同位元素)까지 포함하면 그 종류는 1백 수십종에 이르고 있다. 그들 중에는 두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간단한 것에서부터 10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복잡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성간 공간에 화학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1930년대에 광학관측에 의해서 알려져 있었으나 그들은 CO, CH, CN등 모두가 이원자(二原子)분자였다. 그러나 전파관측으로 우리는 지구상에 흔한 일산화탄소, 물, 암모니아, 메탄, 포름알데히드, 메틸알콜, 에틸알콜 등이 우주공간에는 다량으로 존재하며 지구에는 그리 흔치 않은 분자물질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아직 생명체 진화에 필요한 아미노산은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원시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바로 전단계에 해당하는 유기화합물은 발견하고 있다. 이러한 성간 분자의 발견은 우주의 화학반응을 이해하게 하고 있으며, 지구에 흔한 물질이 우주 공간에도 흔한 점으로 보아 우리가 지구상에서 알아낸 것과 같은 화학반응이 우주 공간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지구에 흔한 물, 심지어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인 석유까지도 45억년전 지구가 생성될 때부터 존재하던 화학물질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주공간에서는 새로운 유기물질이 계속 합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원시생명체가 지구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어느 곳에서도 탄생과 진화가 가능하며 원시 지구 생명체도 어쩌면 그 근원을 우주 공간에 두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가능케 한다. 성간분자는 그 밖에도 성운의 물리적인 상태, 별의 탄생과정과 은하의 진화과정 등을 소상히 밝힐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전파는 또한 태양의 흑점과 플레어(flare)현상, 혜성의 핵, 행성의 대기와 자기장,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 갑자기 폭발하는 초신성, 폭발하는 은화와 충돌하는 은하들의 연구에도 이용되고 있으며, 레이다의 원리를 이용한 태양계 천체의 물리적 성질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파은하라 불리는 몇개의 은하들은 빛보다 전파를 더 많이 방출하여 이들의 관측연구에는 전파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외계의 고등문명체 탐사도 가능
최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외계의 고등문명체 탐사도 전파망원경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 전파천문학의 세부 분야로서 위치를 굳히고 있다. 전파망원경은 외계에 생명체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물론 그들을 발견하고 교신을 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천문학자들의 추산에 의하면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행성이 수없이 많을 것이며, 따라서 그곳에는 생명체가 진화하고 그들 중에는 우리 지구인 보다도 더 발달한 고도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은하계 안의 1천억개 별 중에서 적어도 1백만개에는 고등문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10여년 전부터 세계의 여러 전파천문대에서 조직적으로 고등문명체 탐사에 나서고 있다.'오즈마'(Ozma)나 '세티'(SETI)등의 이름을 붙여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은 현재 지구에서 가까운 별 수천여개의 탐사를 마치고 있으나 아직 성공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외계의 고등문명체의 수가 1백만개라 하더라도 은하계 안의 별의 수 1천억개와 비교할때 평균으로 쳐도 10만개의 별을 찾아야 하나를 발견할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 현재와 같은 진도로는 발견은 아직 요원하다 하겠다. 여기에는 다른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외계인이 보내는 전파의 주파수, 파폭(波幅), 강도 그리고 신호의 형태가 어떤 것이겠느냐 하는 점이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외계 문명체 탐사에는 우주에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가 내는 파장 21㎝ 전파 신호, OH 분자에서 나오는 파장 18㎝전파, 그리고 물(H₂O)의 1.3㎝파장의 전파신호를 탐색해 왔다. 그 이유는 외계의 고등문명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을 연구할것이고 그러자면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파망원경을 사용, 앞의 파장전파를 수신하거나 송신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뭏든 외계문명체 탐사는 앞으로도 더 좋은 전용망원경으로 계속될 것이고 그 성공 여부는 결국 시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이상 소개한 것과 같이 전파천문학은 겨우 3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분야이나 인간이 우주와 천체를 이해하는데 있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헌을 하였으며 이제 천문학 연구에 있어 광학과 더불어 필수불가결의 분야로 자리를 굳혔다. 전파천문학은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그 발전에 기대되는바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