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라고 알려진 우라늄과 플루토늄. 이들은 어떤 원소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핵무기로 변하는 것일까?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이 E=mc²이라는 질량 에너지 등가법칙을 발표하고 페르미가 연쇄 핵분열을 성공시킨 후 제2차 세계대전 중 최초의 원자폭탄이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그이후 핵에너지 이용은 상업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전세계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이러한 핵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간략하게 우라늄과 플루토늄 핵 특성이 어떠한지 알아보고, 이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근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사찰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방사성 동위원소란?
물질의 특성을 잃지 않는 물질의 최소 구성 단위는 분자다. 이 분자는 원자들의 모임으로 돼있고 원자는 다시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들로 구성돼 있다. 핵은 그 핵을 구성하는 핵자라고 불리우는 양성자와 중성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 종류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양성자수를 원자번호라고 하고 양성자수와 중성자수를 합친 값을 질량수라고 한다. 이온화되지 않은 원자일 경우 핵안에 들어있는 양성자와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수가 같다. 양성자의 수가 같은 경우 같은 원소가 되며 그 화학적 성질이 같다. 그러나 동일한 양성자수를 가져 화학적 성질이 같더라도 중성자의 수가 다를 경우에는 다른 핵종이 되며 그 핵적인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양성자수 92를 갖는 우라늄이라도 중성자수가 다른 우라늄235(${U}_{235}$)와 우라늄238(${U}_{238}$)은 핵 특성이 다르다.
이와 같이 같은 양성자수를 갖고 있으나 중성자수가 다른 핵들을 동위원소(isotope)라고 하는데 그 상태가 불안해 방사선을 내며 안정한 핵종으로 변해가는 동위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radioisotope)라고 한다. 방사선은 불안정한 핵종이 안정한 핵종으로 변해가면서 방출하는 입자나 전자파를 말하는데 대표적인 방사선으로 α선 β선 γ선 등이 있다. 어떤 한 핵에서 두개의 양성자와 두개의 중성자로 구성된 α입자가 방출될 경우에는 원자번호와 질량수가 각각 2,4씩 감소된 핵종으로 변하게 된다. 또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할 때 나오는 β입자를 방출할 경우 그 핵의 원자번호가 하나 증가하고 질량수는 변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어떤 유용한 핵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데, 좋은 예가 ${U}_{235}$에 중성자를 흡수시켜 ${U}_{239}$를 만들면 이 ${U}_{239}$가 β입자를 방출시킨 후 플루토늄239(${Pu}_{239}$)로 변환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발전소나 원자폭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같은 무거운 핵을 인위적으로 분열시켜 그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인데 핵분열시키기 쉬운 정도는 각각 핵종의 핵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들어 ${U}_{235}$나 ${Pu}_{239}$ ${Pu}_{241}$ 같은 핵종은 핵분열시키기 용이하다. 어떤 크기의 에너지를 갖는 중성자를 흡수하더라도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U}_{238}$이나 ${Pu}_{240}$과 같은 핵종은 큰 운동에너지를 갖는 중성자를 흡수시켜야 겨우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U}_{235}$ ${Pu}_{239}$와 같은 물질을 핵분열성 물질(fissile material)이라 하고 ${U}_{238}$ ${Pu}_{240}$와 같은 물질을 핵분열 가능물질(fissionable)이라 한다.
가장 무거운 핵, 우라늄
우라늄핵은 자연에 존재하는 핵 중 가장 무거운 핵종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핵은 모두 92개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고 중성자의 수는 1백42개, 1백43개, 또 1백46개 가진것들이 있는데 이들 우라늄핵들을 각각 ${U}_{234}$ ${U}_{235}$ ${U}_{238}$이라고 부른다. ${U}_{238}$은 자연에 존재하는 전체 우라늄의 99.3%를 차지하고 있고 ${U}_{235}$가 약 0.7% , ${U}_{234}$가 미량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같은 우라늄이라도 중성자의 숫자에 따라 그 핵적인 특성이 달라지는데 ${U}_{235}$는 ${U}_{238}$보다 쉽게 핵분열이 가능하다. ${U}_{235}$의 농도가 높을수록 핵분열 연쇄반응을 용이하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천연 우라늄의 ${U}_{235}$의 농도를 여러가지 인위적인 방법으로 높이게 되는게 이런 과정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한다.
보통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이는 우라늄은 ${U}_{235}$의 농도가 3,4%이고 핵잠수함이나 실험용 원자로에서는 이보다 높은 농도의 우라늄이 쓰인다.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농도가 95% 이상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쓴다.
같은 우라늄 내에서 ${U}_{235}$의 농도를 높이는 것은, 우라늄끼리의 화학적인 성질이 같고 무게도 아주 차이가 미소하기 때문에 그 농축이 상당히 까다롭다.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많이 대량으로 쓰이는 방법은 가스확산법에 의한 농축이다. 이는 같은 에너지를 가졌을 때 무게가 가벼운 것일수록 확산속도가 빠른 것을 이용해서 가벼운 핵종인 ${U}_{235}$를 ${U}_{238}$로부터 조금씩 분리해내는 방법이다.
또 무게가 다른 성질을 이용해서 가스원심분리방법으로도 우라늄을 농축시킬 수 있는데 이는 무게가 무거운 물질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 바깥쪽으로 물리게 되는 성질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최신의 농축방법으로는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법이 있는데 이는 ${U}_{235}$와 ${U}_{238}$의 여기 에너지(excited energy)의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U}_{235}$와 ${U}_{238}$은 근소한 여기에너지 차이가 있어서 아주 정확한 에너지를 가해주게 되면 ${U}_{235}$만 여기상태로 만들 수 있고 이 여기된 상태의 ${U}_{235}$에 정확한 에너지를 다시 가할 경우 ${U}_{235}$만 이온화시킬 수 있어 전기장으로 ${U}_{235}$를 분리시킬 수 있다. 이때에 아주 정확한 에너지를 가하는 방법으로 레이저광선을 이용하게 된다. 이 레이저동위원소분리법은 무게 차이를 이용하는 가스확산방법이나 가스원심분리기 방법에 비해서 훨씬 효율적이다. 이러한 레이저 농축기술 보유국은 이 기술이 확산돼 다른 나라에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쓰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천연 우라늄을 농축하고 나면 남게되는 잔류우라늄(depleted uranium)은 천연우라늄 보다도 낮은 ${U}_{235}$농도를 갖게 되는데 이 잔류우라늄도 곧 이야기할 플루토늄 제조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자원이 된다.
핵 재처리의 의미
플루토늄은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U}_{238}$이 중성자를 흡수하고 난 후 β선을 내면서 붕괴하는 경우 ${Pu}_{239}$로 변한다.
여러가지 복잡한 핵반응이 일어날 경우 ${Pu}_{239}$뿐 아니라 ${Pu}_{240}$이나 ${Pu}_{241}$, ${Pu}_{242}$ 등도 생성된다.
${U}_{238}$이 쉽게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핵분열 가능물질인 반면에 이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Pu}_{239}$는 쉽게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가치가 없을 것 같은 많은 양의 ${U}_{238}$을 소중한 자원으로 여긴다. 또한 ${U}_{235}$를 핵분열시키는 동안에 ${U}_{238}$을 ${Pu}_{239}$로 변환시켜서 실제로 소모시키는 핵분열성 물질(${U}_{235}$)보다 생성되는 핵분열성 물질이(${Pu}_{239}$)이 더 많은 증식로(breeder reactor)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증식로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개발돼 실용화를 앞두고 있는데(2020년경), 증식로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경우 몇백년 가량이면 다 소모될 우라늄 핵연료(${U}_{235}$)를 수천년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연계에 풍부하게(99.3%) 존재하는 ${U}_{238}$이 핵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성한 플루토늄을, 미처 플루토늄으로 변환되지 못한 우라늄이나 다른 물질들로부터 분리해내는 것은 같은 우라늄끼리 분리하는 우라늄 농축보다 훨씬 수월하다. 플루토늄이 우라늄과 화학적인 성질이 달라 화학적인 방법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후 핵연료(spent fuel)로부터 인류에게 소중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것을 핵연료 재처리(nuclear fuel reprocessing)라고 한다.
재처리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은 원자력 발전을 위한 연료 등 평화적인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으며 핵폭탄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다른 나라들이 재처리시설을 가짐으로써 핵폭탄 원료를 생성하는 것에 대해 큰 경계심을 갖고 있다. 요즘 북한이 이런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사용후 핵연료는 이러한 플루토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대로 영구 폐기될 경우 소중한 자원을 잃게 되는 것이나, 그렇다고 재처리할 경우 플루토늄이 자칫 군사적인 목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어 재처리여부 결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러한 핵물질 확산 가능성을 막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재처리를 안하기로 1977년 카터 대통령이 선포했다. 하지만 우라늄 자원이 빈약하고 원자력발전 계획을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프랑스나 일본은 증식로의 개발도 이미 끝냈고 재처리 시설을 갖춘 상태.
보통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사용 후 핵연료의 경우는 ${Pu}_{239}$나 ${Pu}_{241}$같은 핵분열성 물질도 있으나 상당량의 ${Pu}_{240}$같은 핵분열 가능물질도 있어서 핵폭탄원료로 쓰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질이 높은 핵폭탄 연료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핵폭탄 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가 그대로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핵사찰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강대국에서는 순전히 핵폭탄 원료를 제조하기 위한 목적의 원자로를 따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에서 이러한 특수 목적의 원자로가 몇개나 있는지 또 그곳에서 방출되는 핵연료가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에 대한 IAEA 핵사찰 여부가 요즘 큰 관심거리인 것이다.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법으로 가장 흔한 방법이 푸렉스(Purex)방법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기계로 자르고 난후 질산을 가하게 되면 플루토늄 우라늄 핵분열생성물 등이 질산에 녹게 된다. 여기에 우라늄과 플루토늄만 녹게하는 용매를 통과시키게 되면 핵분열생성물만 질산에 남긴채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핵분열 생성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 환원제를 이용해 우라늄의 원자가를 변환시켜 주면 우라늄이 더이상 용매에 남아있을 수 없게돼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핵연료로 다시 쓰고 질산에 녹은 핵분열 생성물은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후 유리를 만드는 원료와 함께 섞어 고화시킨 후 영구 폐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고준위 핵폐기물(high level waste)이다.
핵물질의 양면성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모두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어서 핵분열을 통한 에너지 발생의 중요한 연료가 된다. 이들을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원자력발전을 통해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도 인류에게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거나 또는 고온의 수증기를 발생시켜 지역난방에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고농축의 우라늄이나 재처리로 부터 얻어진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재료가 되어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핵분열시 생성되는 핵분열 생성물은 방사능이 높아 제대로 처분되지 못할 경우에는 인류에게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우라늄을 제대로 사용할 경우 우리는 생육하고 번성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어느날 베드로 후서 3장 12절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운명을 당할 것이다.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