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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들, 가니메데 무차별 폭격

1989년 지구를 떠난 갈릴레오탐사선이 목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태양계 최대의 위성 가니메데, 생명체의 존재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에우로파,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이오 등에 대한 새로운 소식들을 전한다.

10월 초저녁 남쪽 하늘을 올려다 보면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띈다. 목성이다. 쌍안경이 있다면 그 성능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다. 쌍안경 시야에 들어온 목성 주변에는 몇 개 희미한 별이 보인다. 이것들은 목성의 달들이다. 운이 좋다면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를 한꺼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15cm보다 큰 망원경으로는 이들이 목성 뒤에 가리거나 그 앞을 통과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지만 쌍안경 시야에는 지구에서 보낸 우주선이 들어있다. 다름 아닌 갈릴레오 탐사선이다. 이 달에는 지금까지 들어온 갈릴레오 새소식을 모아 보았다. 하지만 갈릴레오 관측 결과에 대해 분석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글 내용 가운데는 중간 결과가 더러 포함돼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갈릴레오가 잡은 가니메데의 '갈릴레오 지역'. 소행성 충돌로 형성된 운석구덩이들이 보인다.


7년 전 지구 떠난 갈릴레오

갈릴레오 궤도선(orbiter)의 무게는 2.5t. 여기에는 지금까지 행성탐사에 사용했던 장비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검출기들이 실려 있다. 궤도선과 지상국과의 교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호주에 있는 지상국을 경유해 NASA(미항공우주국)의 ‘심우주 통신망’을 통해 이뤄진다. 또 우주선의 제어 및 운용은 패서디나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맡고 있다.

갈릴레오의 임무는 목성과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 목성의 4개 갈릴레오위성에 대한 정밀 탐사를 골자로 한다. 물론 대적점과 이오 주위에 있는 도넛 모양의 ‘이오 토러스’도 핵심 연구과제다. 갈릴레오는 내년 12월 말 임무를 마칠 때까지 2년 동안 탐사 활동을 펼치면서 하루 평균 2-3장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갈릴레오의 일정은? 목성 주위를 11바퀴 돌면서 가니메데, 에우로파, 칼리스토를 근접 비행하는 한편, 좀 더 먼거리에서 이오를 조사하는 일이다. 갈릴레오는 그 기간 동안 목성의 복사에너지와 자기장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조사 활동을 편다.


목성의 주요 위성들


위성에서 자기장 처음 발견

최근 NASA는 갈릴레오가 촬영한 가니메데의 첫 사진을 공개했다. 가니메데는 태양계 위성 중 가장 크다. 화성 지름의 4분의 3에 해당하며 수성을 능가할 정도다. 사진에는 소행성과 혜성의 무차별 폭격으로 곰보딱지가 된 표면과 우글쭈글한 습곡들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었다. 가니메데의 표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친 모습이었다.

갈릴레오가 보여준 사진은 마치 우리가 가니메데의 상공을 저공비행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같았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평야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화산성 평야와 분지, 깊게 패인 골짜기 등이 발견됐다.

또 한가지 깜짝 놀랄 만한 발견은 가니메데에 자기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자기장은 태양계 내 위성들 가운데 처음 발견된 것으로 그 결과를 살펴보던 과학자들을 긴장시켰다.

갈릴레오는 지난 9월 6일 두번째로 가니메데에 접근했다. 이때 탐사선은 가니메데 상공을 불과 1백55km의 낮은 고도로 비행했는데, 이것은 지난 1차 접근(6월 27일)의 8백55km에 비해 훨씬 근거리였다.

화산이 활동하는 이오

갈릴레오는 이오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실들을 발견했다. 17년 전 보이저 1, 2호가 근접 촬영한 사진에 비해 이오 표면이 드라마틱한 지각변동을 겪었다는 것. 1979년 이후 유황이 끊임없이 분출해 표면 풍경이 눈에 띄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각 아래서 분출한 푸른색 이산화황 불꽃은 1백km 높이로 치솟았고, 화산 주변에 떨어진 물질이 그 언저리를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을 했다. 오렌지색으로 이뤄진 이오 표면이 듬성듬성 흰색으로 덧칠해진 이유는 그 때문이다. 또 ‘라 파테라’ 화산의 불꽃이 파란 것은 이산화황 가스가 솟구쳐 나오다가 주변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작은 입자로 응결해 눈처럼 떨어져 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 파테라 화산의 크기는 대략 미국 뉴저지주와 같다.

“이것은 우리가 지구상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다. 지구상에서는 화산성 물질이 그런 높이까지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이오의 대기는 지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간헐천에서 뿜어져 나온 황(또는 이산화황) 가스가 갑자기 응결되어 높은 고도까지 뿌려질 수 있다.” 제트추진연구소에 있는 T. V. 존슨 박사의 설명이다.

또 갈릴레오는 이 불꽃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것은 목성의 강한 자기장에 붙잡혀 있는 고에너지 입자의 폭격을 받아 이산화황이 황과 산소 이온으로 이온화되면서 나온 형광이라고 생각된다.

이오 표면에서 일어난 제일 두드러진 변화는 남반구 ‘마수비 화산’의 분출로 형성된 유황 (그리고 이산화황) 지역. 그 밖에 ‘로키’, ‘아미라니’ 두 화산은 현재 휴화산 상태고, ‘볼룬트’와 ‘펠레’ 현재 활동 중이다. 그리고 ‘마르두크’ 화산 역시 현재 화산성 물질을 분출하고 있다.
 

갈릴레오가 포착한 '라 파테라' 화산의 폭발. 푸른색 불꽃은 이오 표면으로부터 1백km까지 치솟았다. 불꽃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빛을 내는 것은 이산화황 가스가 목성의 자기장에 의해 이온화돼 형광을 내기 때문. 아래 오른쪽은 1979년 보이저가 찍은 거싱고 왼쪽은 갈릴레오가 촬영한 것이다.


에우로파의 물, 생명 존재가능성 부추겨

8월 초 갈릴레오는 목성 4대 위성 가운데 세번째인 에우로파를 방문했다. 에우로파는 우리 달만큼 크며 거친 운석구덩이 대신 보드랍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다. 에우로파 표면에는 간헐천처럼 보이는 지형과 고속도로처럼 길게 뻗은 선들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보이저가 처음 발견한 것들이다. 그러나 갈릴레오가 지구로 전송한 사진은 훨씬 선명했다.

8월 13일자 NASA의 프레스 브리핑에 따르면 에우로파는 한때 ‘따뜻한’ 얼음으로 덮였었거나 물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금도 얼음층 밑에 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우로파의 얼음으로 된 지각의 두께는 약 1백km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이 얼음 조각들이 혹시 지구 극지방의 부빙과 유사한 것이 아닌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표면 얼음은 커다란 조각들로 쪼개져 서로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퍼즐 맞추기 조각들처럼 요철이 잘 들어 맞는다. 아리조나 주립대의 R. 그릴리 박사는 에우로파 얼음층 아래에는 약간 녹아서 미끄러운 얼음이 있거나 극단적으로 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견한다. 이러한 추론은 또다시 생명체에 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부추키고 있다.

NASA의 골딘 국장은 “하지만 우리는 김치국부터 마시지 않을 것이다(We’re not going to jump the gun)”라며 더 이상의 비약은 무리라고 말한다. “얼마 전 발표된 화성 운석에 대해서도 더욱 세밀한 조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에우로파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에우로파 표면이 마치 금이 간 당구공처럼 틈새가 있는 것은 목성의 중력 때문에 생긴 조석력 효과라고 생각된다. 조석력으로 인해 지각 하부에 열이 발생했고, 그 열기는 얼음을 퍼석퍼석하게 만들거나 아예 녹여버려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과학자와 SF 작가들이 화성,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함께 에우로파를 원시생명이 살지도 모르는 곳으로 지목해 왔던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행성학자들은 에우로파 표면에 ‘고속도로’가 생긴 과정에 대해 두가지 모델을 세웠다. 첫번째는 지각에 균열이 생긴 뒤 규산염이 물 또는 퍼석퍼석한 얼음에 녹은채 균열을 채웠으리라는 것. 또 ‘고속도로’ 는 간헐천 지역으로 규산염으로 구성된 분출물이 얼음과 함께 틈을 따라 올라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하여튼 에우로파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현재 거기에 액체로 이뤄진 지역이 있는가”하는 것이다. 에우로파에는 운석구덩이가 적은 편이다. 운석구덩이가 보이지 않는 곳은 해당 지역의 지각이 최근에 형성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갈릴레오 탐사선은 올 12월 19일, 그리고 내년 2월 20일, 11월 6일 다시 에우로파를 근접비행한다. 또 그보다 더 먼 거리를 두고 에우로파를 지나가는 것은 올 9월과 11월, 97년 6월과 9월이다.

목성 대적점 근접촬영

갈릴레오는 최근 목성의 대적점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적점은 허리케인과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바람이 반시계방향으로 시속 4백km의 속도로 불어 나온다. 그 크기 또한 무지막지해서 남북 방향으로는 지구 하나가, 동서로는 지구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이번에 갈릴레오가 촬영한 사진들은 대적점 내부와 바깥쪽에 있는 구름의 고도에 따른 분포와 대적점 자체의 세부 구조를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갈릴레오 탐사선은 내년 12월, 임무를 마칠 때까지 목성과 그 주변의 자기장, 위성들의 특성, 이오 토러스 등에 관해 속속 ‘따끈따끈한 뉴스거리’를 보내올 것으로 기대된다.
 

갈릴레오가 촬영한 목성의 대적점. 이 사진에서 컬러는 곧 구름의 고도를 표시하는데, 흰색과 붉은색 계통은 높은 고도를, 청색과 검은색은 저공을 나타낸다. 따라서 대적점은 평균보다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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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문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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