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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유물 어떻게 찾나

타이태닉 인양 실패는 부력 계산 잘못탓

1985년 여름 타이태닉호는 73년 간의 긴 수면에서 깨어났다. 잠을 깨운 사람은 미국 우즈홀 연구소의 로버트 D. 발라드박사. 그는 앨빈을 타고 들어가 3천8백m 아래에서 잠자고 있던 타이태닉호를 발견해냈다.

만약 앨빈(Alvin)이 없었다면, 또 아르고(Argo)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쾌거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앨빈은 한명의 조정자와 두명의 관측자가 탈 수 있는 4천5백m급 유인잠수정으로, 1964년 해양학자 앨린 빈(Allyn Vine)이 해군에 건의해서 만들기 시작해 1974년에서야 완성했다.

발라드박사가 타이태닉호를 발견할 당시 타이태닉호을 먼저 본 것은 아르고였다. 아르고는 6천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예항형 무인탐사로봇으로 카메라와 초음파센서가 달려 있었다.

처음 발라드박사는 6백m 정도를 앨빈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간 다음 3천m 아래로 아르고를 내려보냈다. 앨빈에 긴줄로 매달려 바닷속을 이리저리 누비던 아르고는 얼마 후 작은 뱃조각을 발견하자 2장의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이를 본 발라드박사는 호기심과 더불어 많은 갈등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왜냐하면 아르고가 뱃조각을 발견한 곳은 생쥐를 3대의 자동차가 누르는 것과 같은 수압이 작용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앨빈을 믿고 바닷속 3천8백m 아래로 내려간 그는 아일랜드 벨패스트에서 제작된 2만6천t에 달하는 타이태닉호의 반쪽(타이태닉호는 4만6천t급)을 보는 감격을 안았다.

유일한 정보전달 수단, 초음파

해저 유물을 찾기 위해 바닷속을 들여다보려면 우선 초음파 센서가 필요하다. 깊은 바다에서 빛(가시광선)을 이용하면 10m 앞도 보기 힘들다. 비활성기체를 사용한 빛은 15m, 투과력이 좋다는 레이저빛도 40m 이상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빛을 이용해 바닷속을 들여다보거나 통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전파 역시 물속에서는 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거의 투과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음파는 물속에서 감쇄현상이 적기 때문에 통신은 물론 지형과 유물 탐지 등에 유용하다. 초음파 센서와 영상장치는 수심을 재고 바닷속의 전경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바닷속 지도를 작성하고 숨겨진 심해 유물을 찾는 것은 초음파 장치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심해로봇과 심해 잠수정이다.

자율형 무인탐사로봇

심해로봇은 배와 끈으로 연결된 무인탐사로봇(ROV)과 끈이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율형 무인탐사로봇(AUV)으로 크게 나뉜다. 또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자체의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가, 아니면 배에 끌려 다니는가에 따라 자항식과 예항식으로 나뉜다. 타이태닉호를 처음 발견했던 아르고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예항식 무인탐사로봇으로 매우 초보적인 로봇이었다. 물론 요즘에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은 자율형 무인탐사로봇으로 대우중공업에서 개발한 6천m급 ‘옥포-6000’이 여기에 속한다.

심해로봇은 다양한 장비를 달고 있다. 카메라가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팔을 이용해 원하는 물건을 채취할 수 있다. 이러한 심해로봇은 모선이나 심해 잠수정에서 조종한다. 끈으로 연결된 무인탐사로봇은 통신과 조종이 쉬워 여전히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자율형 무인탐사로봇은 통신 등 기술상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유인 잠수정들은 심해로봇보다 활약이 적지만 인간이 직접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심해 유물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앨빈의 활약은 돋보였다. 앨빈은 타이태닉호를 찾아낸 것은 물론 미공군기 B52가 바다에 빠뜨린 수속폭탄을 찾아내기도 했다. 유인 잠수정은 심해로봇에 비해 더욱 세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10m를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올라가는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야 함은 물론, 호흡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와 같은 청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모선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시설도 필요하다.
 

1985년 타이태닉호를 발견했던 앨빈. 개발된지 20년이 넘도록 심해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추락. 비행기, 침몰, 선박, 잔해 등을 발견해 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인 잠수정의 딜레마
 

노틸이 찍은 타이태닉호의 선체모습. 깊은 바닷속에서 타이태닉 전체의 모습을 빛을 이용해 사진으로 찍는 것은 매우 힘들다.


유인 잠수정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중력과 부력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냐이다. 높은 수압을 견디기 위해서는 잠수정의 선체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자체 동력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의 무게도 중량을 늘게 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전지는 무거운 납대신 은-아연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하며 해수와의 이온교환방식을 이용해 중량을 줄이고 있다. 또 유인 잠수정이 바다 위로 떠오르려면 부력재가 필요한데 이것은 잠수정 전체 중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벼운 부력재 개발도 첨단 과학에 속한다.

지난 8월 타이태닉호 선체 일부를 인양하기 위해 RMS타이태닉사가 투입한 노틸(Nautile)은 최근 각광받는 유인잠수정이다. 프랑스가 개발한 노틸은 현재 6천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정으로 일본의 신카이6500, 미국의 시클리프(Seacliff), 그리고 러시아의 미르(Mir) 1, 2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깊은 바닷속에서 유물을 끌어 올릴 때는 부력과 중력을 함께 이용한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채집기에 모래 주머니를 달아 중력을 이용해 깊은 바닷속에 들여 보낸 다음 유물을 집고 난 후 모래를 떨어뜨려 부력을 이용해 올라오는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이 이상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이번에 RMS 타이태닉사는 노틸을 타고 타이태닉 선체로 접근한 다음 떨어져 나온 선체 일부에 9개의 부양 주머니를 달아 부력에 의해 끌어올릴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거의 끌어올릴 찰나에 부양 주머니를 묶고 있던 줄이 끊어지면서 선체는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부양 주머니가 수면 위로 올라올수록 부력이 작아지면서 중력이 커진다는 것을 정확하게 계산해내지 못한 듯 보인다. 이 때문에 RMS 타이태닉사는 타이태닉호 인양을 내년으로 다시 미뤄야 했다.
 

세계 심해를 누비는 유인잠수정
 

199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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