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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개미 관찰법

국내 1백3종, 집단으로 키우려면 여왕개미 잡아라

개미는 전 세계에 무려 9천5백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한 과(Family Formicidae, 개미과)에 속한다. 원광대학교 김병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1백3종의 개미들이 살고 있다. 조그마한 나라로선 적지 않은 숫자다. 영국 섬 전체나 그리 작지 않은 북극의 핀랜드가 고작 40여종 밖에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비하면 두 배를 훨씬 웃도는 종다양성을 보이는 셈이다.

물론 열대 지방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남미 페루의 어느 열대 우림의 경우 그저 8ha(8만m²) 정도의 넓이에 무려 3백종 이상의 개미가 서식한다는 보고가 있다. 심지어는 큰 나무 한 그루에서 43종의 개미를 찾아낸 일도 있다. 핀랜드나 영국 전역에 분포하는 전체 개미 종수와 맞먹는 엄청난 다양성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미들은 모두 23개의 속(genus)에 속하며, 침개미아과(Ponerinae), 배잘룩침개미아과(Cerapachyinae), 시베리아아과(Dolichoderinae), 두마디개미아과(Myrmicinae), 불개미아과(Formicinae) 등 5개의 아과(subfamily)로 나뉜다. 이들 중 두마디개미아과와 불개미아과에 속하는 개미들이 흔하고 나머지는 비교적 희귀한 편이다.

개미는 워낙 적응력이 강한 곤충이라 극지방과 아주 높은 고산지대를 제외하곤 어디에나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이나 들은 물론 서울 시내 한 복판과 심지어는 가정집 안까지 개미가 살지 않는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관찰은 물론 간단한 실험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은 그들이 먹이를 어떻게 발견하며 어떤 방법으로 운반하느냐는 것이다. 특별히 크거나 풍부한 먹이를 발견했을 때 어떤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해 동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가도 재미있는 관찰거리다. 물론 좋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동료 하나 하나를 손수 그곳에 안내해야 하는 개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화학물질을 이용해 이른바 대중전달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일개미들이 먹이를 물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배끝을 땅에 끌며 냄새길을 놓는 행동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개미 중에는 진딧물이나 깍지벌레를 보호하며 그들로부터 단물을 제공받는 종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식물로부터 직접 단물을 얻는 개미도 있다. 상당 수의 식물들은 꽃 속에 있는 꿀샘 외에 잎이나 줄기에도 꽃밖꿀샘을 갖고 있는데, 이는 거의 예외없이 개미를 위한 것이다. 개미에게 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온갖 초식동물들로부터 보호해주는 개미의 서비스를 받는다. 필자의 연구팀은 지난 봄부터 벗나무의 꽃밖꿀샘과 벗나무에 기생하는 깍지벌레를 찾는 개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관찰거리는 여왕개미의 혼인비행이다. 대개 5-6월이나 9-10월 중 산들바람이 부는 따뜻하고 맑은 날 여왕개미들이 시집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때로는 수백마리가 한 곳에 모여 여기저기에서 몰려온 수많은 수캐미들과 뒤엉켜 있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다.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그리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이다. 산정상은 여왕개미와 수캐미들이 밀회장소로 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인 지도 모른다. 근방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모이면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신호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양식을 영어로는 ‘hilltopping behavior’라 부른다.

교미를 마치고 스스로 날개를 부러뜨린채 새살림을 차릴 굴을 파고 있는 여왕개미를 채집해 실내에서 길러보면 한 여왕이 어떻게 새로운 왕국을 건설해 나가는 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미 건립된 개미 군락을 채집해 길러보아도 좋을 것이다. 바위 밑이나 쓰러져 썩어가는 나무 속을 뒤져보면 어렵지 않게 개미 군락을 찾을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실내에서 개미 군락을 유지하려면 채집할 때 반드시 여왕개미를 찾아야 한다. 개미굴을 실제로 파보면 알겠지만 여왕개미를 잡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에도 아마추어 개미학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관찰과 실험을 손쉽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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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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