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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 파트너] 정밀 의료가 보편화된 세상을 꿈꾸다

“정밀 의료가 보편화되려면 수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 기반을 쌓기 위해 우리는 ‘하나의 작은 것, 세포에 집중한다’는 신념을 기업명에 담았습니다.” 류동환 엘엠엔틱바이오텍 대표(DGIST 20학번)는 회사 이름을 ‘LMNTIC(엘엠엔틱)’으로 정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엘엠엔틱은 ‘원소의(elementic)’라는 단어를 소리 내 읽은 신조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정문에서 차로 5분 정도 직진하면, 창업 비즈니스의 허브라고 불리는 대구테크비즈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5월 22일 류 대표를 만났다. “오늘은 새벽 6시에 출근했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에너지가 가득 느껴졌다.

 

과제가 기업으로, 투자로 이어지다

 

창업을 결심하고 DGIST에 입학했을 때, 류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학부 공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줄곧 기회를 살폈다. 2021년 5월, DGIST의 국가지원 사업 중 하나인 ‘DGIST 실험실 창업 과제’가 눈에 들어왔다. DGIST 산학협력단에서 관리하는 기술 홍보용 웹사이트인 ‘DGIST 테크 마켓’에 들어가 다양한 기술을 살폈고, 눈에 들어온 기술은 현안을 알기 위해 논문과 특허를 찾아봤다.

 

그중 류 대표가 꽂힌 건 김철기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가 개발한 RACA(Random Access Cell Array) 기술이었다. RACA 기술은 자기장으로 세포를 이동, 분리, 격리시켜 세포 분석을 돕는다. 마침 의료계의 큰 흐름도 단일 세포 분석으로 바뀌고 있었다. 류 대표는 김 교수에게 “교수님의 기술로 창업 과제에 도전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2022년 1월 26일, 그는 창업 과제를 바탕으로 실제 창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엘엠엔틱바이오텍’을 설립한 것이다.

 

엘엠엔틱바이오텍은 곧바로 그해 4월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와 와이앤아처의 투자를 받았고, 6월에는 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부 지원 과제인 ‘TIPS R&D’에 선정됐다. 대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초기에 투자금을 확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결을 묻자 류 대표는 “타이밍이 잘 맞았죠”라며 웃어 보였다. 창업 과제를 수행하며 시장성을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기술이 잘 팔릴 것 같다는 확신이 섰고, 마침 멘토 역할을 해주던 투자사도 ‘법인을 설립하면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교수 역시 RACA 기술을 사업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류 대표는 RACA를 원천기술로 사업화를 해 ‘L:CELL 플랫폼’을 만들었다.

 

순환종양세포 분리해 치료제 선택 도울 것

 

L:CELL 플랫폼은 광학 시스템을 사용하는 다른 정밀 세포 분리 기술과 달리 자기장으로 세포를 이동시킨다. 칩 위에 세포를 얹고 자기장을 걸어 세포를 하나씩 분리하는데, 목적에 따라 칩의 설계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세포 분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류 대표의 안내를 받아 엘엠엔틱바이오텍 회사 내 실험실에 들어서니 사람 키만 한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L:CELL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세포를 분리해 내는 프로토타입 장비였다. 세포에 자기장을 걸어주기 위해 코일이 동서남북 방향으로 감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비 중앙에는 세포를 얹은 마이크로 자기영동칩을 내려 두는 공간과, 세포 분리가 잘 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이 있었다.

 

류 대표는 현재 이 장비로 순환종양세포(CTC勩irculating Tumor Cells)를 단일 세포로 분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기술로 분리된 순환종양세포는 순도가 낮았다. 혈액 속 수백만 개 세포 중 암세포는 한두 개에 불과해 분리가 어려워서다. 순도가 낮으면 암세포의 특징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다.

 

어떻게 순환종양세포를 순도 높게 분리할 수 있을까. 이찬희 이사(DGIST 20학번)가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며 핵심 기술을 설명했다. 순환종양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섞인 혼합물을 칩 위에 얹고 회전 자기장을 걸어주면, 칩 위에 있는 세포들이 본연의 특성과 크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분리된다. 세포들을 몇 개 그룹으로 분리한 뒤엔, 이들을 단일 세포로 포집한다. 세포들이 회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격리기 칸에 하나씩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인데, 격리기 칸에 세포가 들어가 있으면 그 세포 주변의 자기장이 변하기 때문에 다른 세포는 들어가지 못하는 원리다. 이 이사는 “최근엔 세포 혼합물에서 원하는 종류의 세포를 동시에 네 가지까지 분리해 내는 회로를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엘엠엔틱바이오텍의 다음 목표는 상용화다. 류 대표는 이를 통한 정밀 의료 보편화를 꿈꾼다. “저희가 개발한 단일 세포 분석 기술이 암 환자의 항암제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세포 분석 비용이 낮아지면 정밀 의료 서비스도 보편화되겠죠.”

202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이수린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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