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붐이 일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뒤바꿀 것 같은 인터넷. 사람들은 얼마나 인터넷을 자주 사용할까. 인터넷에서 무엇을 얻고 있을까. 과학동아에서는 한국 최초의 인터넷BBS인 KIDS의 동호인 94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했다.
1. 인터넷은 남녀를 구별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는 남녀 구분이 없는 듯. 남성(57명)과 여성(37명)의 비율이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편 지난 4월 웹상의 설문전문팀인 GVU에서 실시한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여성이 31.5%를 차지했다. (http://www.cc.gatech.edu/gvu/user_serveys/survey-04-1996/)
2. 인터넷은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역시 컴퓨터는 젊은 연령층의 사람들과 친하다. 대학생이거나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20-30대 사람들이 절대적(91명)이었다. 대학생이거나 그 이상의 학력(93명)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곳이 드물고, 전용선이 아닌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일반인들에게 인터넷은 멀기만 하다.
3. 한번 알고 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인터넷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인터넷을 사용한 ‘연륜’에 관계없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대답했으며, 40시간 넘게 사용한다는 사람도 20명이나 됐다. 또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사람이 60%를 넘고, 가능하다면 어디서라도 인터넷을 접속한다는 사람이 4분의 1이나 됐다.
4. 인터넷은 정보의 창고이자 즐거운 놀이터
인터넷 매니아들은 인터넷에서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즈넷, IRC, FTP보다는 전자우편, 웹, BBS에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고 있었다. 많은 정보가 저장돼 있지만 텍스트에 의존하는 유즈넷, 그리고 각 IP어드레스를 알아야 하고 제약사항이 많은 FTP를 사용하기보다는 그림과 동영상, 음악까지 제공하고 있는 웹에서 정보찾기를 선호하는 듯.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IRC에 비해 개인끼리의 우호성과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BBS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다양한 인터넷 툴을 사용하는 목적에서 인터넷의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는 듯하다. 일이나 숙제에 필요한 자료, 또는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다. 역시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아무래도 사람 만나는 일이 아닐까. 이번 조사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이야기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사람이 절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좋은 아이디어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대답도 많이 나왔다.
5. 인터넷은 꼭 필요한가
인터넷에 대한 의미를 물어봤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라고 대답한 사람이 51명으로 반을 넘고 있으며,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좋다고 대답한 사람은 42명이다. 물론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다고 대답한 사람도 3명이 있다. 3명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한지 2년이 넘는 사람들이었다.
6. 아직은 중독증 환자 많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에 너무 많이 빠져지내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인터넷에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주된 계층이 학생이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을 밤새워 하다 일과시간에 조는 직장인이 나타날 수 있고, 밥을 태워먹는 주부가 나올지도 모를 일.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이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주부들이 속출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않게 들린다.
“나는 인터넷에 얼마나 몰입했는가” 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인터넷’ 에 올라와 있다. 병주고 약주는 셈이다. 명함에 전자우편 주소가 써있냐, 웹을 하기 위해 있던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느냐, 인터넷 전용 전화를 신청할 용의가 있느냐, 전자우편을 매일 체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이미 인터넷에 맛을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피츠버그 대학의 킴벌리 영 교수는 웹에 ‘온라인 중독센터’ 를 개설하고 인터넷 중독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상담역을 맡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통신서비스 동호회 시솝이 정신과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을 너무 열심히 해서라기보다, 시솝으로서 할 일이 많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였다. 시간이 지나 인터넷의 저변이 확대되면, 이런 책임감 때문에 인터넷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터넷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왜냐하면 현재 인터넷은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디지털정보의 최대저장고이자, 인류를 하나로 묶게 하는 꿈의 공간으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면에서 이런 선전들에 걸맞게 인터넷은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
인터넷 ‘해일’은 우리를 덮어버리고 말 것인가. 우리는 다시 한번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야 할 시기다. 인간이 만든 인터넷이다. 인간이 주인이냐, 인터넷이 주인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한국 네티즌의 보금자리, KIDS
키즈(KIDS, Kotel ISDN Data Service)는 한국통신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BBS다. 인터넷 매니아라면 한번쯤 거쳐갔을 만큼, 키즈는 한국 네티즌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91년 9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키즈는 당시에는 인터넷상에서 한글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현재 키즈의 회원은 6천4백명. 이중 유학생이 30%정도 차지할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다. 키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과 다양성'. 여타의 통신동호회가 시솝을 중심으로 한다면, 키즈는 사용자 모두가 작은 시솝형태, 질이 떨어지는 글이 올라오면 스스로 자정작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극한 상황이 아니면 시솝은 각 보드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른 BBS에 비해, 6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뿐 아니라 학생시절부터 키즈를 하다가 직장인이 된 사람들까지 다양하면서도 두터운 회원층을 확보하고 있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키즈의 ID를 발급받으려면 2-3개월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다. 키즈는 상용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회원간의 유대감도 강하다. 일년에 두번 열리는 오프라인모임(off-lined, 체육대회나 식사를 같이 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모임)에도 2백여명이 넘게 모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미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위해 인터넷BBS사용자에 한해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전자우편으로 수거해주신 최승규(한국통신 연구개발단 연구원)키즈시솝님께 감사드린다.
접속방법 : telnetkids.kotel.co.kr URL : http://kids.ko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