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96청소년 과학놀이 경연대회

재미있어요, 학교에선 안하잖아요


도미노실험장치를 만드는 초등학생들.


부메랑은 던지면 돌아온다. 부메랑을 멀리 던지고 정확하게 많이 받으면 이번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부메랑을 던지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수소가 든 풍선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올라간다. 여기에 종이를 매달고 불을 붙이면 간단한 시한폭탄이 된다. 불이 타들어가는 시간과 풍선이 올라가는 속도를 계산해 적당한 높이에서 터뜨리는 풍선시한폭탄의 원리는 쉽다. 문제는 원리대로 터지게 하는데 있다.

평소 알고 있는 지식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놀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한편으로 재미를 느끼면서도 쉽게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른다.

생소하게 들리지만 과학놀이는 과학현상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과학의 원리를 깨달으면 그만인 학교의 이론교육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청소년 과학놀이 경연대회는 탐구학습과 과학현상을 체험할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지닌 실력의 우열을 가리는 과학경시대회나 과학 올림피아드와 또 다른 성격을 지닌다. 과학경시대회와 과학 올림피아드가 성적이 우수한 몇명 학생들의 잔치라고 한다면, 과학놀이 경연대회는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즐기며 과학을 배우는 놀이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과 시너지가 중요
 

아깝게 우승을 놓친 작품(달걀고공침투).


이번 대회는 초등학생이 5천8명. 중고등학생이 3천4백44명이 응모한 가운데 1천명(초등학생팀 1백팀 4백명, 중고등학생 3백팀 6백명)을 추첨해 선발함으로써 치뤄졌다. 다른 경시대회가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위주로 선발하는 것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학생들의 표정이 티없이 밝고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중학생이 고등학생과 겨루지 못할 바가 없고 저학년이 고학년보다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원리는 알고 있는 것. 누가 좋은 아이디어로 팀이라는 ‘시너지’(1 더하기 1은 2가 넘는다는 조직의 원리)를 잘 활용하느냐가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생은 종이탑 쌓기로, 중고등학생은 부메랑 날리기로 예선전을 치렀다. 여기서 통과한 팀들이 재시합을 벌이는데 난이도는 올라간다. 초등학생들은 상대팀의 전력을 파악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중고등학생들은 직접 자신의 부메랑을 작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예선전에서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과학놀이가 제시됐다. 퍼즐게임, 풍선 시한폭탄, 달걀 고공침투, 도미노 과학실험 등이다. 2차원 퍼즐은 12개의 퍼즐조각으로 다양한 그림을 맞추는 게임이고, 3차원 퍼즐은 27개의 정육면체 조각 사이로 구슬을 통과시키는 게임이다.

달걀고공침투는 10m 높이에서 달걀을 떨어뜨리는 놀이다. 가능한 한 적은 양의 플라스틱 빨대와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달걀을 싸서 떨어뜨린 후 깨지지 않은 팀을 우승자로 가리는 경기다. 이 경기의 매력은 플라스틱 빨대의 탄성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있다. 윤니나(서울 영등포중 1학년)와 이경아(인천 부일여중 1학년)는 밤송이 모양으로 달걀을 싸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도미노 과학실험은 초등학생들에게 주어진 게임이다. 초등학생들은 비록 어리지만 놀라운 아이디어로 다양한 도미노 현상들을 창안해내 함께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행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열려야

윤니나학생은 "과학놀이가 어떤 것인지 몰랐는데, 직접 와서 해보니 무척 재미있다" 고 말했다. 또 참가학생 대부분이 학교에서 과학실험이나 탐구학습을 하느냐는 질문에 "거의 하지 않는다" 고 대답했다.

행사를 주관한 신과람 대표 현종오선생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과학놀이 경연대회를 개최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후원했던 LG사이언스홀의 한덕문대리는 “이렇게 학생들이 좋아할 줄은 몰랐다” 며 “LG그룹은 과학교육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후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쌍둥이빌딩에 LG사이언스홀을 만든 것이 바로 그같은 LG그룹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는 얘기였다.

이번 행사는 전국 규모로 열린 최초의 과학놀이 경시대회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열린 만큼 지방 학생들이 참가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부산과학교사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옥자(부산배화학교)선생은 일본의 예를 들면서 “서울에서만 열릴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동시에 열렸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그렇다. 부산은 물론 대구, 광주, 대전에서도 동시에 열리는 것이 비단 욕심은 아닐 것이다.
 

199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환경학·환경공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