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로켓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유럽우주기구(ESA)가 70억달러를 들여 10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리안5호가 처녀 비행에 실패했다. 지난 6월 4일 밤 9시 33분 프랑스령인 기아나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리안 5호는 발사된지 30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함으로써 우주산업의 제패를 노린 유럽인의 자존심을 구겨버렸다.
2천년대는 위성시대. 문제는 수없이 올려질 통신, 방송, 과학 위성들을 어떤 로켓이 우주공간으로 나를 것인가이다. 아리안 5호의 자랑은 지구저궤도의 경우 21t의 중량을, 정지궤도의 경우 5.9t의 중량을 나를 수 있다는 것. 이는 지금까지 민간위성의 반 이상을 발사했던 아리안 4호보다 1백 50%가 많은 탑재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10%가 적게 든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위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아리안 5호가 우주시대를 제패하려는 포석이다. 아리안 5호의 또다른 특징은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리안 5호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불카인(Vulcain)엔진. 이것은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유럽 최초의 엔진이다. 그런데 믿었던 이 엔진이 결국 폭발한 것이다.
아리안 5호의 처녀비행에는 클러스터(Cluster)라고 불리는 4대의 과학위성이 탑재돼 있었다. 클러스터는 소호(SOHO) 위성과 더불어 지구 근처의 시공에서 전자기장과 이온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으며, 태양과 지구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조사하는 11개의 실험장차가 탑재돼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루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