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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도 안보인다 첨단기술도 속수무책

지뢰찾기


아프가니스탄 카불근처 마을의 지뢰제거 작업반원들


현재 지뢰는 두단계로 찾는다. 먼저 금속감지기를 가지고 일단 지뢰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후, 다시 꼬챙이로 쑤셔서 지뢰를 찾는 것이다. 한국 적십자병원 윤석웅과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일단 금속감지기로 지뢰가 묻혀있는 곳을 훑고, 다시 가로 세로 10cm씩 일일이 꼬챙이로 땅을 파서 확인한다” 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지뢰는 방아쇠 메커니즘만 금속으로 만들기 때문에 금속감지기로만 작업할 경우 지나쳐버리기 쉽다. 그래서 모든 땅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파야만 한다. 이런 방식은 매우 지리하고 고될뿐 아니라, 한팀이 1m²를 작업하는데 한시간이나 소요된다. 그래서 하루에 최대로 나가는 거리가 30m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는 작업시 일어나는 인명피해도 피할 수 없다. 이제 지뢰를 제거할 또 다른 과학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지뢰를 만들었던 과학이 지뢰 제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미 과학자들은 땅을 꿰뚫어 보고 폭탄물의 화학적 조성을 알아내는 감지기들을 발명해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시도된 모든 방법들이 같은 문제 때문에 난관에 봉착해 있다. 아무리 기능이 우수한 감지기라도 모든 종류의 지뢰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금속감지기만을 가지고 지뢰를 찾을 경우, 플라스틱지뢰는 지나쳐버리기 쉽다. 또 전쟁지역에는 폭탄의 파편, 외피, 비상용 휴대 양식깡통 등이 널려있어 이런 것들도 금속감지기를 울리게 한다. 거기다 일단 지뢰를 찾으면 그 자리에서 폭파시켜버리는 수가 많아 파편들이 또 다른 오판을 유도한다.

 

아프가니스탄 한 마을에서 지뢰구별법과 제거법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30여명의 컴퓨터전문가와 공학자가 모여 ‘지뢰제거작전’(CWP)팀을 구성했다. CWP팀에서는 밀리미터(mm)파 카메라라는 차세대 지뢰감지기를 만들었다. 이 카메라는 적외선과 마이크로파 사이에 있는 mm파로 지뢰를 찾는 장치다. 이 감지기는 모든 물체가 물체의 온도와 구성요소에 따라 다른 파장의 전자기파를 발산한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mm파 카메라로 실험한 결과, 금속지뢰는 잘 보인 반면, 플라스틱지뢰는 잘 안보였다. 왜냐하면 mm파의 세계에서는 플라스틱이나 축축한 땅, 그리고 잔디가 모두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밀리미터영역에서 감지할 수 있는 방사선의 양이 미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들은 각 물체간의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감지기로 극복할 수 있다. 지뢰와 흙이 데워지고 식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해가 지고 뜰 때 적외선 감지기를 사용한다면, 지뢰를 찾기 쉽다. 물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적외선 감지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감지기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가지고 지뢰와 그 주위에 흩어진 것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까지는 적외선, 레이다, 그리고 mm파를 분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지고도 눈에 보이는 지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잔디덩어리를 지뢰로 오인하기도 한다.

mm파카메라나 적외선감지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초광각레이더(ultra wide band radar)라는 또 다른 종류의 감지기가 있다. 낮은 주파수의 전자파가 땅속으로 더 잘 파고드는데, 낮은 주파수를 갖고 있는 초광각레이더는 돌 사이나 땅속에 묻혀있는 지뢰를 찾을 수 있고, 지뢰 종류도 구별할 수 있다. 비록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이 레이더를 장대같은 것에 매달고 지뢰가 묻힌 지역 위를 천천히 움직이면, 2-3분 안에 지뢰를 찾을 수 있다.

CWP팀에서는 아예 지뢰매복지역을 공중에서 훑을 수 있는 합성구경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를 만들었다. 비행기나 위성 위에 장착된 SAR는 연속적으로 무선파를 땅으로 쏘고, 다시 땅속에 있는 물체들이 내보내는 반사파를 잡는다. SAR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오는 데이터들은 처리해 2차원 지뢰지도를 만든다.

또 패턴 인식 시스템이라는 기술이 이용되기도 한다. 지뢰를 설치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지뢰가 규칙적으로 묻혀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컴퓨터는 레이더 이미지에서 이런 패턴들을 찾아낼 것이다. 심지어는 헬리콥터에서 마구 뿌려진 경우까지도 지뢰밀도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도 지뢰감지장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메릴랜드에 있는 미육군연구소에서는 초광각레이더와 SAR기술을 한가지 시스템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뢰가 묻혀있는 곳의 지질적 특성이 이 장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래서 지뢰와 땅을 좀 더 잘 구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땅의 성격에 따라 전자파가 어떻게 반사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즉 땅 표면에서 에너지가 얼마나 소실되는지, 습기같은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과학자들은 땅의 성격에 따른 전자파의 경로들을 수집하고, 이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SAR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뢰감지장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여러 종류의 감지기를 융합시켜 사용할 때만이 지뢰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감지기에 잡히는 지뢰가 다른 종류의 감지기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언급한 ‘첨단’ 지뢰제거장치들이 실용화 된 것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식으로든지 지뢰가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는, 지뢰를 되도록 단시간에, 많이, 그리고 완벽하게 찾아내는 방법이 연구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지뢰가 사라지기 전까지 지뢰찾기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을 원하십니까? 작년에 10만개의 지뢰가 제거됐습니다. 아니면 나쁜 소식을 원하십니까? 작년에 2백만개의 지뢰가 새로 묻혔습니다.”라고 써 있는 국제적십자사의 지뢰제거운동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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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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