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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0억년 전 비밀 캐는 끝없는 논쟁 생명의 기원

자연발생설에서 외계인 기원설까지

'화성 생명체' 가 화제다. 이를 계기로 지구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생명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생명 기원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살펴보자.

지구가 형성된 지 45억년.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38억년 전 바다에 살았다고 추정되는 원핵생물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체는 이 사이의 기간, 즉 약 10억년 동안 발생한 것이 틀림 없다.

과학자들은 이 기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탐구해왔다. 주된 연구의 흐름은 원핵 생물을 구성하는 유기물질, 즉 생체 내 핵심적인 대사과정을 관장하는 단백질과 생명체를 복제하는 기능의 주인공인 핵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10억년이라는 긴 세월의 역사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해답은 '무에서 유가 창조됐다' 는 자연발생설부터 시작해 '고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 종자를 뿌렸다' 는 우주기원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파스퇴르 유리그릇^공기에 있는 세균은 S자 모양의 기다란 목 부위에 걸려 그릇 속의 고기국물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ㄱ,래서 고기국물은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된다.


파스퇴르가 낳은 딜레마

불과 1백여년 전까지 사람들은 생명체가 무생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믿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어두운 상자에 밀알과 더러운 헝겊 조각을 담아 놓으면 생쥐가 자연적으로 생긴다는 식이었다. 어떤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에 걸맞는 생명체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생화학자 파스퇴르는 자연발생설을 결정적으로 깨는 실험을 보여줬다. 그는 목부분을 길게 늘린 S자 모양의 유리그릇 끝을 열어 놓고 그릇 안에 있는 고기국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그림 1). 자연발생설에 따르면 그릇 안에 세균이 저절로 발생해 고기국물은 곧 상해야 한다. 그러나 고기국물은 그때 이후 현재까지 맑게 유지되고 있다. 음식이 상하는 것은 공기중에 퍼져 있던 세균에 감염된 탓인데, 세균이 유리그릇의 목부분에 걸려 고기국물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생명의 기원은 어떻게 이해돼야 하는가. 이는 파스퇴르의 과학적 실험이 낳은 묘한 딜레마였다. 이 딜레마의 탈출구는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련됐다.

바다에서 생성된 아미노산
 

밀러의 실험장치^원시 지구의 상태를 실험실에서 재현시켜 생명의 기원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환원성 대기가 담긴 플라스크에 전기방전을 가해 아미노산을 만들어냈다.


러시아의 오파린과 영국의 홀데인은 원시 지구의 해양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발생했으리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해양에는 유기물 분자가 풍부하게 공급돼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유기물 분자들이 서로 결합해 큰 복합체를 형성했다. 이 중 일부는 어떤 종류의 막으로 둘러싸여 주위로부터 구분되고, 이 막을 통해 필요한 분자들을 받아들이거나 필요 없는 분자들을 내보내게 됐으며, 스스로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특징적인 복합체가 만들어졌다. 즉 대사와 생장, 증식 등의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생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원시 해양에 유기물을 합성할만큼 풍부한 재료물질은 어떻게 갖춰진 것일까. 이들은 해답을 대기의 성분에서 찾았다. 당시 지구의 대기가 현재와 달리 산소가 거의 없고 수소가 많은 환원성 대기라고 가정한 것이다. 단순한 유기 분자가 더 복잡한 분자로 변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산소는 다른 화합물로부터 수소 원자를 잘 뺏어 반응한다. 만일 지금처럼 대기에 산소가 풍부했다면 생명에 필요한 유기화합물이 잘 생성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원시 지구의 대기가 행성과 같이 환원성이 큰 수소나 수소를 갖춘 분자(메탄이나 암모니아 가스 등)로 가득 찼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들의 가설은 1950년대 초에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시카고 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던 밀러는 유레이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원시 지구에서 있던 화학반응의 정체를 밝혔다. 밀러는 바닥에 놓인 플라스크에 인공적인 원시 바다를 만든 후 플라스크를 가열했다(그림 2). 이때 발생한 수증기는 메탄, 암모니아, 수소가 담겨 있는 윗쪽 플라스크로 이동했다. 밀러는 이 플라스크에 연속적으로 전기 방전을 가해 기체들의 반응을 유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생성된 것이다. 오파린과 홀데인이 가설로 제시한 '생명의 기원' 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바이러스 구조^핵산과 단백질만으로 구성된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박테리아는 원핵 생물로 흔히 세균이라고 불린다. 핵막이나 미토콘드리아를 비롯한 여러 소기관이 없으며, 주로 DNA와 세포벽, 세포막, 리보솜, 메소솜 등으로 구성된다. 바이러스는 원핵 생물이 아니다. 핵산(DNA나 RNA)과 단백질껍질로만 구성돼 있으며, 반드시 숙주에 붙어서 살 수 있다. 숙주 종류에 따라 동물성, 식물성, 세균성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숙주에 핵산이 들어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거나 숙주세포를 파괴하기도 하며 때로는 숙주 유전자에 합쳐지기도 한다.

원시 대기는 산화성?
 

효모의 운반 RNA구조^수십개의 뉴클레오티드(인산, 5탄당, 염기(A, G, C, U)로 구성된 핵산의 한 단위)로 이뤄진 간단한 모습이다. 한쪽 끝에 아미노산 알라닌을 운반하는 부위가 있고, 여러 고리들은 다른 물질들과 작용해 단백질 합성을 돕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원시 대기가 과연 '환원성' 이었는지에 대한 반박이 가해졌다. 오히려 '산화성' 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원시 대기가 환원성이었다는 추측은 여러 가지 보충적인 증거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었다. 먼저 현존하는 원시형태의 박테리아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포도당을 발효시켜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어도 이 박테리아가 나타나기 전에는 산소가 없었다는 말이다. 또 광합성을 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박테리아가 나타난 시기는 24억년 전이었다. 그렇다면 45억년 전 이후 10억년 동안에는 산소가 없지 않았겠는가.

우주 분야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증거가 제시됐다. 은하계 별 사이에서 발견되는 물질을 분석한 결과 주로 환원성 기체들이 검출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금성과 화성 대기에서 산화성 대기인 이산화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유레이-밀러 장치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산화성 대기를 넣고 똑같은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아미노산 생산율이 현저히 감소됐다. 즉 산화성 조건에서보다 환원성 조건에서 아미노산이 더 쉽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 실험이 원시 대기에 산화성 기체가 있다는 점을 완전히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학자는 수소가 너무 가벼워 지구 중력이 이를 잡지 못해 쉽게 대기 밖으로 나가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지구에 풍부했던 물이 자외선을 쬐고 분해될 때 수소는 대기 밖으로 사라지고 산소가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원시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면 성층권에 오존(O₃)층도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므로 지구 내 생명체는 태양의 강력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새로운 유기 화합물이 합성되기보다는 분해되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DNA보다 앞선 RNA
 

DNA와 RNA의 구조^DNA는 RNA의 수산기(-OH)대신 산소가 없는 수소(-H)를 가진다. 또 DNA 염기인 티민은 RNA염기인 우라실의 수소 메틸기(-CH3)가 달려있을 뿐이다.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은 양쪽에 공통.


1950년대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와 기능을 획기적으로 밝힘으로써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은 단백질에서 핵산으로 옮겨졌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결국 생체 내 촉매인 효소를 비롯한 각종 단백질이 형성된다. 즉 핵산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핵산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로 옮겨졌다.

1961년 휴스턴 대학 오로는 유레이-밀러 실험보다 간단한 장치를 이용해 DNA와 RNA에 존재하는 염기 중 하나인 아데닌을 발견했다. 이제 원시 해양에서 아미노산 외에 핵산도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더욱이 아데닌은 생물 대사 과정에서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아데노신 삼인산(ATP)의 구성 요소였다.

핵산에 대한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또다른 의문을 던졌다. DNA와 RNA 중 어느 것이 더 먼저 발생한 것일까. 왓슨과 크릭의 설명에 따르면 DNA는 유전 정보의 주된 저장 장소일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RNA보다 앞선 존재였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RNA를 '생명의 기원'으로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무엇보다도 RNA는 DNA보다 쉽게 합성될 수 있는 분자구조를 갖췄다. 박테리아보다 더 단순한 구조를 갖춘 가장 간단한 바이러스라도 10만개에 가까운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된 DNA 분자를 갖고 있었다. 과연 이 거대한 분자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과학자들은 보다 손쉬운 쪽을 택했다. DNA 사슬이 너무 길어 생성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이보다 훨씬 짧은 사슬을 갖는 RNA를 택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특히 현존하는 RNA 중 운반 RNA는 불과 50-80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돼 있다(그림 3). 이는 여러 가지 3차원적 형태를 만들어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동시에 안정성이 높은 구조를 갖췄다.

DNA가 RNA로부터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RNA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서 RNA로부터 DNA가 만들어진 것이다. DNA와 RNA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도 RNA로부터 DNA가 만들어지는 일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그림 4).

최근 밝혀진 실험 결과들은 RNA 기원설을 더욱 지지했다. 1983년 콜로라도 대학의 체크와 예일 대학 알트먼은 RNA만으로 구성된 '효소'인 리보자임(ribosyme)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모든 효소는 단백질로 구성된 것으로 여겨졌다. 즉 단백질 없이 RNA 스스로 어떤 대사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음이 시사된 것이다. 더욱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스조스탁은 RNA의 변형체들이 RNA의 복제를 촉진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세포내 단백질공장인 리보솜(ribosome)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됐다. 리보솜은 40%가 단백질, 60%가 RNA로 구성된 기관으로, 이곳에서 하나의 아미노산이 다른 아미노산과 연결돼 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단백질이 아닌 RNA가 이 연결에 촉매로 작용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왓슨(왼쪽)과 크릭. 후에 크릭은 외계인이 미생물을 지구에 보냈다는 ‘우주기원설’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점토가 생명의 조상
 

고령석의 생장과 복제^상하 방향으로 자라나다 어떤 시기에 똑같은 모양으로 부러진다. 케언스-스미스는 이 과정을 생명 현상으로 파악했다.


한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의 케언스-스미스는 최초의 복제 체계가 무기물인 점토 구조였다고 주장해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수많은 얇고 아름다운 층으로 이뤄진 규산염이 단백질이나 핵산을 앞선 생명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석은 원주형으로 형성되는데, 얇은 층들이 상하 방향으로 쌓이면서 자라나며 부러질 때는 층을 따라 횡적으로 잘라진다(그림 5). 이렇듯 똑같은 모양의 고령석이 자라고 부러지는 과정이 바로 생명체의 생장과 복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케언스-스미스는 이를 '낮은 단계의 생명체' 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유기 물질로 이어지는 '높은 단계의 생명체' 요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단계에서 케언스-스미스는 원시 대기가 환원성이었다는 가설을 반박한다. 그에 따르면 38억년 된 그린랜드의 암석에 탄산염과 질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원시 대기에는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존재했다. 즉 원시 대기는 이산화탄소, 질소, 수증기로 구성된 산화성 기체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소와 질소, 수소 등 유기물질을 구성하는 재료가 갖춰진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물질들이 점토에서 합성될 수 있었는가이다.

케언스-스미스는 이 시기에 점토라는 광물 생명체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탄소 원자를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광물이 광합성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물 속에 용해된 몇가지 간단한 철염(iron salts)이 자외선 아래에서 이산화탄소를 포름산과 같은 작은 유기분자로 고정시킨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한편 약간의 철분을 가지면서 모래 속에 소량으로 포함된 이산화티탄은 제한적이나마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다. 여기에 햇빛이 비치면 적은 양의 질소가 암모니아로 변하고, 이후 아미노산과 같은 더 큰 유기분자들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토는 점차 단백질이나 핵산처럼 높은 수준의 유기물로 만들어져 나갔다.

아미노산 L형과 D형
 

L-알라닌 광학이성체인 D-알라닌^아미노산 알라닌의 광학이성체 모습. 왼쪽이 L-알라닌, 오른쪽인 D-알라닌으로, 서로 거울상이다.


같은 분자구조식을 가지만 3차원 구조에서 보면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이는 아미노산의 두가지 형태. 이들을 통과한 빛이 회전되는 방향이 반대여서 광학이성체(optical isomer)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한 형태의 분자가 빛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면 대칭형 분자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킨다. 생물에서 발견되는 것은 모두 L형이다.

또하나의 대안, 우주기원설
 

고등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 우주선에 생명의 씨앗을 넣어 보냈다는 설도 있다. 사진은 목성을 향해 가는 갈릴레오 무인우주선.


하지만 그 어떤 설명도 많은 가정과 한계를 지녔다. 특히 원시 지구에서 단순한 무기물로부터 복잡한 유기물질이 만들어질 확률은 수학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적었다. 이 어려움 때문에 어떤 과학자들은 관심을 우주로 돌렸다. 미지의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 생명의 기원을 찾는 일이 지구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찾는 경우보다 더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우주기원설은 우주에서 유기물질이 왔는가, 아니면 미생물 종자가 왔는가에 따라 두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유기물질이 우연히 지구에 도달했다는 설명을 살펴보자. 1969년 9월 28일 오스트레일리아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에서 다양한 유기물 분자가 발견됐다. 이 분자들의 종류와 상대적 비율은 밀러 실험에서 얻은 것과 매우 비슷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이 운석이 지상에 낙하한 후 지구의 유기물에 오염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너무도 강력했다.

우선 운석 조각은 낙하한 그날 바로 채취됐으며 오염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가 취해졌다. 또한 발견된 몇 종류의 아미노산은 현재 지구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이었다. 더욱이 D형과 L형 광학이성질체가 거의 같은 비율로 섞여 있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아미노산은 L형뿐이다. 이 점들은 운석에서 실려 온 아미노산이 분명히 지구 밖 천체에서 비롯됐음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우주기원설의 두 번째 형태는 미생물이 지구에 도착했다는 설이다. 20세기 초 스웨덴 화학자 아레니우스는 생명 현상이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출발된 것이 아니라 우주로부터 표류해 온 미생물에 의해 이식됐다고 주장했다. 빛의 압력이 미생물을 한 계로부터 다른 계로 옮긴다는 설명이었다. 이 주장은 범균론(汎菌論)이라 불리는데, 이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종자' 라는 뜻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포자가 우주 방사선의 해를 입지 않고 어떻게 긴 우주 여행을 거쳐 지구에 도달했는지는 쉽게 설명될 수 없었다.

아레니우스의 가설은 최근 DNA 발견자의 한사람인 크릭과 오르겔에 의해 다시 제시됐다. 이들은 생물이 단백질이나 핵산 단계를 거쳐 만들어질 확률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이들이 등장시킨 주인공은 바로 외계인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최소한 지구 나이의 2배가 되는 우주에서는 생물이 한 번만이 아니라 두 번 정도 진화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먼 옛날 어느 한 시점에 고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 계획적으로 지구에 생명의 씨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미생물 종자는 무인 우주선의 중심부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여러 위험 요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원시 바다에 떨어져 증식하기 시작했을 때 생명은 시작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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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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