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수첩에 적으려 해도 칸이 모자랄 만큼 새로운 결심이 줄줄이 떠오른다. 성적을 올려야지, 살을 빼야지, 부모님 여행 한번 보내드려야지. 그리고 올해는 돈 좀 벌어볼까. 회사원이라면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받아 주머니가 두둑할 테고 청소년은 세뱃돈이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주식 시장에는 ‘1월 효과’라는 말이 있다. 뚜렷한 호재가 없어도 1월의 주가가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베어링증권사가 세계 주요 국가의 주식 거래를 분석한 결과 과거 10년간 1월 주가상승률은 월평균 주가상승률보다 2%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 ‘1월 규모효과’라고도 부른다.
주가 예측은 불가능?
흔히 주가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다. 이론적으로 랜덤워크(randomwalk), 즉 술에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효과에서 보듯이 특정 시기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강하고 그런 현상이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다면 주가를 예측해 투자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투자하려는 기업이 시장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얼마간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다면 주식 투자의 위험을 한층 줄일 수 있다.
주가의 변화는 전체적으로 랜덤워크를 따르지만 부분적으로는 규칙성이 있는 부분과 규칙성이 없는 부분으로 분리할 수 있다. 주가 변화에 규칙성이 없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반면에 규칙성이 있는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에 일정한 패턴이 생긴다.
예측공학에서는 상태공간모형을 이용해 주가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분석할 수 있다. 상태공간모형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주가에서 계산을 수없이 반복하며 규칙성이 있는 부분을 정확히 분리해낸다. 즉 외부 요인에 수시로 변하는 주가 그래프에서 특정한 평균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규칙적인 부분을 찾아낸다.
증권거래소에서는 상장 종목을 기업규모에 따라 대·중·소형주로 나눠 주가지수를 제공한다. 매년 2차례 구성종목을 교체하는데, 정기변경일 직전 3개월간의 일평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가총액 상위 100위까지를 대형주, 101~300위까지를 중형주, 나머지 종목을 소형주로 분류한다.
2000년 1월 3일~2006년 11월 10일의 종합주가지수(KOSPI)와 대·중·소형주의 지수의 변화를 보자. 대형주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주요 기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중형주 지수는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과 약간 차이가 나고 소형주 지수는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인다.
상태공간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종합주가지수와 대형주는 규칙성이 없는 순수 랜덤워크를 따랐다. 그러나 중·소형주의 경우에는 규칙성이 없는 부분과 규칙성이 있는 부분이 섞여있는 혼합 랜덤워크가 나타났다.
과거의 주가에서 미래를 읽는다
지금 잘 나가는 주식을 살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점은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알아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의 수익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는 회귀모형(미래의 수익률 = α + β(T)·(과거의 수익률))을 만들면 회귀계수인 β(T)의 변화로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T는 주식보유기간을 나타낸다. β(T)가 0의 값을 가지면 과거의 수익률로 미래의 수익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주가가 순수한 랜덤워크를 따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β(T)가 0이 아닌 값을 갖는다면 과거의 수익률과 미래의 수익률이 일정한 관계로 맞물려있다는 뜻이다.
대형주는 β(T)가 계속 0의 값을 가지므로 과거의 수익률로 미래의 수익률을 예측하기 힘들다. 반면 중·소형주의 경우 분석 초기에는 β(T)가 양의 값을 갖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0에 가까워진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정도는 차츰 약해진다. 즉 대형주일수록 주식을 매입할 때 과거의 수익률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회귀모형에서 회귀계수 β(T)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β(T)는 일시적인 충격에 주가가 반응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β(T)가 클수록 충격에 대한 반응도 커지므로 호재와 악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업 규모에 따라 받는 영향의 정도는 다른데, 대형주는 중·소형주에 비해 시장의 변화에 덜 민감하다.
실제로 작년 10월 9일 오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를 돌이켜보자. 안보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순식간에 쏟아진 매도물량으로 코스닥시장에는 한때 사이드카(주가의 등락폭이 갑자기 커질 경우 일시적으로 주식매매를 정지시키는 제도)가 발동됐다.
그런데 동일한 충격임에도 거래소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전일 대비 종가가 8.21%나 떨어졌지만, 거래소시장은 2.41% 하락하는데 그쳤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벤처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에 더 민감했던 것이다.
호재와 악재를 가려 전략 세워야
주식을 얼마나 오래 갖고 있어야 하는지도 β(T)로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β(T)가 0으로 수렴하는 기간이 소형주는 30~40일, 중형주는 10~20일이다. 수렴기간을 이용하면 주가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그 효과가 사라지는 시점을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건설업체의 주가를 분석해봤더니 β(T)가 10% 정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다가 5일에 걸쳐 0으로 수렴한다고 하자. 시장의 충격이 5일 동안 주가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호재냐 악재냐에 따라서 5일을 최적 보유 기간이나 회피 기간으로 판단하면 된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한다면 건설업체에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10% 상승할 것이다. 반대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많이 물겠다고 하면 악재로 작용해 건설업종 주가는 10% 하락할 것이다.
물론 과거의 자료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주식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겨 주가의 변동 패턴이 아예 변할 수도 있다.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수많은 변수는 주식투자가들의 탄성과 한숨을 동시에 자아낸다. 하지만 과거의 자료가 말해주는 진실은 적지 않다. 회귀분석을 개별 종목에 적용하면 불규칙해 보이는 주가 변화에서도 어느 정도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다. 주식투자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