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운전자들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구동장치에 비해 타이어에 신경을 덜 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바퀴 없으면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기계다. 적절한 타이어를 선택하고 적당히 공기를 주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차 구입자 사이에 이상한 버릇이 유행하고 있다. 출고 당시 장착된 멀쩡한 새 타이어를 헐값에 경정비업소에 넘기고, 많게는 개당 4-5만원씩이나 웃돈을 주고 다른 타이어(주로 외국산)로 교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광폭이다’ ‘승차감이 좋다’ 등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고가 타이어로 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가 타이어라 해도 그 성능을 실제로 체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타이어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만개의 부품 중 하나지만, 최종적으로 자동차가 지면에 닿아 주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실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를 보면 엔진이나 변속기 고장보다는 펑크 등 타이어 이상이 더 많다. 하루 30명꼴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타이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는 것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타이어 수수께끼 185/60 HR 14
자동차는 ‘타이어에 갖혀 있는 공기 위에 떠 있는 기계’다. 타이어는 내부에 공기를 품어 자동차 하중을 지탱하며, 지면으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타이어가 예전의 수레바퀴처럼 재질이 나무였다면 지금처럼 자동차의 획기적 발전은 있을 수 없었다.
바퀴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다. 현재 사용되는 고무재질 타이어는 1888년 영국 수의사 던롭이 자전거용으로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1896년 미국 굿리치(Goodrich)사에서 자동차용으로 개발, 수많은 발전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승용차용 타이어인 레이디얼(radial) 타이어의 구조를 살펴보자. 주요 구성부분으로는 트레드와 안쪽에 있는 카카스가 있다. 두꺼운 고무층으로 된 트레드는 여러 모양의 블록으로 형성돼 노면과 직접 접하고 있다. 이 부분은 주행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통 고무 중에서도 내마모성이 강한 부타디엔 고무로 만들어진다.
역시 고무로 만드는 카카스는 타이어 내부의 공기압을 유지시키고 차의 하중과 충격에 견디는 역할을 한다. 특히 타이어의 모양을 결정한다. 트레드와 카카스 사이에는 일명 ‘벨트부’라는 금속으로 된 삽입층이 있다.
벨트의 역할은 노면에 직접 닿는 트레드 부분의 갈라짐이나 외상이 카카스에 직접 도달하는 것을 방지하고, 동시에 카카스를 강하게 죄여줌으로써 트레드 부분의 강성을 높혀주는 일종의 보강재다. 못이나 유리 등에 찔려도 타이어가 쉽게 펑크나지 않는 것은 이 금속 벨트 때문이다. 레이디얼 타이어는 7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던 벨트가 없는 바이어스 타이어보다 평균 펑크 발생수를 33배나 줄였다.
타이어 옆면을 보면 상호명과 함께 수많은 숫자들이 쓰여 있다. 무심히 지나칠 이 이상한 약자와 숫자들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면 타이어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185/60 HR 14니 75/ 65 R 13이니 하는 숫자는 타이어를 선택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타이어의 규격과 성능을 표시한 것이다.
185/60 HR 14라고 표기된 경우를 보자. 185란 타이어중 노면에 직접 닿는 트레드 부분의 단면폭이 1백85mm이며, 60이란 타이어 단면과 높이의 비율이 60%라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타이어의 단면은 1백85mm이고, 높이는 1백11mm라는 얘기다. 보통 50시리즈니 60시리즈니 하는 것이 바로 이 편평비를 일컫는 것이다.
HR이니 VR이니 하는 약자는 무엇일까? H나 V 등 앞의 약자는 타이어가 달릴 수 있는 한계시속을 나타내는 것이며, 뒤의 R은 레이디얼 타이어란 표시다. (표1)에 나타난 것처럼 H의 경우는 2백10km/h, V의 경우는 2백40km/h가 한계속도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타이어를 선택할 때 자동차의 최고속도보다 20% 정도 높은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고 조언한다. 최고속도가 1백50km/h인 차에 V급 타이어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맨 뒤의 13, 14라는 숫자는 타이어를 장착하는 알로이휠의 지름을 인치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초광폭 타이어 잘못 달면 손해
요즘 유행하는 초광폭 저시리즈 타이어의 유행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비용 이외에도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K씨는 이른바 초광폭 50시리즈 타이어를 장착했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 이전에 사용하던 70시리즈 타이어보다 접지면적은 넓어졌지만 도로의 조그만 요철에도 차가 튀는 등 오히려 승차감이 나빠졌다.
얻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잃는 것도 있는 법. 타이어의 편평비가 낮아질수록 같은 크기의 타이어에 비해 트레드부분은 넓어진다. 하지만 예를 들어 100시리즈보다 50시리즈는 접지 면적 위를 받쳐주는 공기의 양도 적고, 늘어난 접지면적 만큼 노면의 충격을 더 받게 된다. K씨는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승차감보다는 고속주행을 즐기기에 알맞은 것이라는 점을 모르고, 비싼 것이 당연히 모든 점에서 좋을 것이라고 오해한 데서 금전적·정신적 손해를 보았다.
무작정 트레드부분이 넓은 초광폭타이어를 선호하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른바 50시리즈니 하는 초광폭 타이어를 사용하면 접지 면적이 넓어지는 만큼 주행안정성도 좋아지고 제동거리도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접지면적이 넓으면 물이 고인 노면을 달릴 때 수상스키를 타듯 미끌어지는 ‘수막현상’이 더 생기는 단점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타이어 선택에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 차량 제원에서 벗어나는 크기의 것을 무리하게 장착하는 경우다. 같은 차량이라도 선택품목으로 자동차 메이커에서 출고할 때 타이어 폭이나 편평비가 조금씩 다른 것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차량제원에 따라 무리가 없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5/60 R 13시리즈와 호환할 수 있는 것은 175/65 R 13, 185/60 R 14는 195/50 R 15 등으로 호환규격이 있다. 규격한도를 벗어나는 타이어를 장착하면 주행안전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휠 베어링 등의 강도에 문제가 생긴다. 심하면 주행 중 바퀴가 빠져버리는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거리에서 목격되는 차체 밖으로 불쑥 튀어나오도록 커다란 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을 보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달려가 충고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타이어 옆면에서 살펴보아야 할 또 하나의 수치는 적정 공기압이다. 32 PSI(2.2kg/㎠)라고 쓰여있으면 1평방인치당 32파운드의 압력(=1㎠당 2.2kg의 압력)이 이 타이어의 최대 공기압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적정공기압은 최대 공기압의 9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공기압을 맞출 때 유의할 점은 주행 후 바로 공기압을 재면 타이어 내부의 열 때문에 공기가 팽창, 차가울 때보다 4파운드(PSI) 정도 높다. 뜨거운 상태에서 공기압을 조절할 때에는 4PSI를 더 넣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기압을 적적량보다 20% 가량 더 넣으면 트레드부분의 가운데 부분이 더 빨리 마모돼 수명이 10% 정도 감소된다. 더욱이 외부 충격으로부터 타이어가 받아들일 여유가 적어져 안전상의 문제도 발생한다.
반대로 공기압을 20% 정도 적게 넣을 경우엔 타이어 수명이 26%나 줄어든다. 트레드부분 이외에 타이어 옆부분까지 노면에 접촉하게 돼 트레드의 바깥 부분은 물론, 타이어 옆부분의 마모가 많아진다. 또 연료도 회전저항의 증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타이어 교환 시기와 방법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때 보조타이어가 없어 교체할 수 없으면, 차를 그대로 나두고 경정비소나 자동차 이동서비스반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타이어의 옆부분은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펑크난 타이어로 무리하게 운행하면 아예 타이어를 완전히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트레드부분에 난 펑크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옆부분에 난 타이어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승용차는 전륜구동방식이다. 전륜구동방식은 대부분의 부품들이 앞에 있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다. 따라서 후륜구동방식보다 앞바퀴 마모율이 많게는 40%까지 높아 타이어 마모 정도를 자주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마모 정도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이 또한 타이어의 옆부분에 정답이 나와 있다. 타이어 옆부분을 보면 보통 타이어의 경우에는 ▲표시가, 스노 타이어의 경우는 ↑표시가 보통 6군데 있다. 이 부분 바로 위의 트레드를 보면 오목 볼록한 타이어 무늬가 있다. 홈 속에 돌출된 이 부분과 트레드의 볼록한 부분이 같은 높이가 되어 있다면 수명이 다된 타이어이므로 새 것으로 교환해 주어야 한다.
종종 야간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다보면 트레드부분이 다 닳아 금속성 벨트부분이 노출돼, 배트맨카처럼 불꽃을 튀며 가는 승용차를 가끔 본다. 이런 차가 보이면 아예 접근을 않는 것이 상책이다.
수명이 다되지 않더라도 평균 8천-1만km 주행 후에는 타이어의 위치를 교환해 주는 것이 좋다. 운전습관이나 타이어 정렬이 맞지 않아 생기는 타이어의 이상 마모를 막고 4개 타이어 모두 균일하게 수명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타이어를 교환해줄 때 1개만 바꾸는 것은 권장할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동일한 상태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차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4개 모두 바꾸지 못하면 적어도 앞이면 앞, 뒤면 뒤 2개씩 바꾸어주는 것이 경제적이고 차에도 좋다. 예전에는 타이어를 X자 방향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전륜구동방식의 경우는 앞뒤를 바꾸어주는 방식도 이용되고 있다.
타이어의 마모는 개인의 운전성향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된다. 한 타이어제조회사 연구자료에 따르면 6천2백50m 직진할 때의 마모를 1로 볼 때 5m 급정지 때의 마모는 무려 1천2백50이나 된다. 결국 동승자를 불안하지 않게 하는 운전이 경제적으로나 실력으로나 베테랑 운전방법이라는 얘기다.
현대자동차, 공해 막는 촉매기 '마의 3분벽' 돌파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하늘을 스모그로 뒤덮는 주범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7년부터 배기가스 속의 유해성분을 줄여주는 장치인 촉매기를 승용차에 의무장착토록 했다. 촉매기는 배기가스중에 포함된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같은 유해성분을 물, 질소, 산소 등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전환시켜준다.
촉매기의 기본구조는 알루미나에 백금(Pt)과 로듐(Rh), 또는 팔라듐(Pd)을 입힌 벌집모양이다. 5천개 이상의 이 벌집모양 통로에 배기가스를 통과시켜주면 산화와 환원작용을 통해 공해물질을 줄여준다.
기존 촉매기는 배기가스의 온도가 3백20℃ 이상에서 제성능을 발휘한다. 반면 유해 배기가스는 온도가 높지 않은 엔진시동 후 3분 이내에 가장 많이 배출된다. 결국 운전 중에는 효과가 있지만 공해물질이 가장 많이 나오는 3분동안은 대책이 없었다.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 '마의 3분벽'을 넘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를 시도해 왔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 연구소팀(팀장 김영우 박사)은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공해물질을 기존보다 10배나 줄일 수 있는 전기가열식 촉매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원리는 독자 전기히터를 이용, 시동 후 10초 이내에 촉매기를 3백50℃ 이상으로 가열하는 것.
전기가열식 촉매기 개발은 지금까지 많이 시도돼 왔지만 히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와 발전기 용량 문제 등으로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은 공해물질의 배출이 거의 없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나 기존의 촉매성능을 강화하거나 2개로 늘리는 방향 등으로 연구돼 왔다.
현대자동차 연구팀이 개발한 전기가열 촉매기는 현재 사용되는 자동차에 간단히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별다른 자동차 구조의 변경없이 유해가스를 줄인다는 점에서 환경보호에 당장 도움을 줄 수 있어 개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