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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전력질주한 후 쓰러진 마라톤 선수. 마라톤은 체력소모가 엄청난 경기다.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요하는 격한 경기다.


지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월계관을 차지한 손기정 선수의 기록은 2시간29분19초2. 또한 1960년 로마올림픽에 이어 64년 도쿄올림픽까지 마라톤 2연패를 이룬 아베베(에티오피아)가 세운 기록은 2시간12분12초2였다. 이에 비해 현재 세계 기록은 88년 딘사모(에티오피아)가 세운 2시간6분50초로, 손기정 선수가 세운 기록보다 무려 20분 이상 단축됐다. 그렇다면 이같은 기록 갱신은 선수 개인의 능력차 때문인가, 아니면 요즘 선수들이 더 열심히 훈련을 했기 때문인가.

육상선수들에게 타고난 소질과 후천적 훈련 중 어느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에 대해 한때 일본에서는 ‘단거리는 소질, 마라톤은 노력’ 이란 말이 정설처럼 믿어져왔다.

그러나 육상경기중 최장거리를 달리는 경기인 마라톤 역시 선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기록은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에 오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오를 수 없는 한계가 있게 마련. 인간이란 종(種)이 가진 유전적 한계를 논외로 한다 해도 마라톤에는 노력뿐만 아니라 소질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주어진 시간당 이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을 체중비로 환산한 값인 최대 산소섭취량의 경우 20대 남자 성인이 1분간 들여마실 수 있는 최대 산소섭취량은 체중 1kg당 평균 45mL 안팎. 이에 비해 황영조(82.5mL/kg/분, 2시간8분9초, 94년 보스톤마라톤 대회, 한국최고기록)나 딘사모(80.6mL/kg/분) 등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은 대개 그 갑절인 73-85mL를 들여마시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무리하지 않고 높은 강도의 운동을 최대로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나타내는 무산소성 역치(threshold value: 운동량의 지속적인 증가로 어느 순간 피로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점. 이 값이 50%라고 한다면 신체 능력의 50%를 발휘할 때 급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와 운동 능력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역시 딘사모(79.8%)와 황영조(79.6%)는 성인 평균인 50%를 넘어서는 ‘특이 체질’ 이다.


마라톤에 임하는 선수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이유는 더욱 성능 좋은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불어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달리 말해 연습은 각 개인이 갖는 잠재적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동능력의 한계는 크게 보아 ▲체력적 요인을 포함한 기능적 요인 ▲특정한 동작으로 어떤 장비를 이용하느냐 하는 기술적 요인 ▲경기가 벌어지는 장소에 따른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 다양한 요인들은 상호 관련을 맺으면서 인간 개개인의 운동능력을 결정하고, 한계를 규정한다.

운동을 하면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생산되고 모든 생리, 역학적 움직임이 평소보다 더욱 촉진돼 많은 잉여 열량이 생산된다. 이처럼 추가로 발생하는 열량은 체온 상승(운동 중 체내 온도는 40℃를 웃돌고, 근육내 온도는 42℃까지 오른다)을 유발한다. 우리 인체는 매우 좁은 적정 온도 범위를 벗어나서는 생존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발한과정을 통해 열을 발산시켜 중심 체온을 40℃ 이내로 유지한다.

휴식시 인체는 호흡, 피부 표면, 땀, 대소변을 통해서 시간당 약 1백mL의 수분을 체외로 내보낸다. 하지만 심한 운동 중에는 호흡과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크게 증가해 시간당 약 1천5백mL 까지 수분을 잃는다. 2시간 이상을 달리는 마라토너는 경기후 3kg 이상의 체중 감소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경기 당일의 기온, 습도, 풍향, 풍속 등 환경적 요인은 마라톤 기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53명의 수준급 마라토너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수들은 10-13℃ 사이를 가장 좋은 기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15℃ 이상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록을 낼 가망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런 의미에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번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좋은 기록은 기대할 수 없다.

수년 전 미국에서는 앞서 살펴본 1백m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을 조합하고, 코스의 환경적 요인을 최적의 상태로 맞춘다면 1시간 58분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세계의 즐비한 톱클래스 선수들조차 8년째 딘사모의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2천년 이내에 2시간5분대 진입을 기대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황영조의 심폐기능은 남자 성인 평균을 훨씬 웃돈다.


시합 전 일주일 식사법이 기록을 바꾼다

운동시 주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은 근육 내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된다. 따라서 근육 내에 더 많은 글리코겐을 저장하면 에너지원 고갈에 따른 피로를 지연시켜 지구성 운동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선수들은 시합 일정에 맞추어 가능한 많은 양의 글리코겐을 근육 내에 저장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해왔다.

1960년대 중반 스웨덴의 저명한 운동생리학자 오스트란드는 시합 직전 육상(장거리) 선수들의 글리코겐 저장량을 최대로 올리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글리코겐 비축' (glycogen loading)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시합을 앞둔 7일 동안 첫 3일은 탄수화물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식사와 힘든 훈련을 병행해서 기존의 간과 근육내 글리코겐을 고갈시킨다. 이에 따라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과 반비례하는 글리코겐 합성효소(glycogen synthase)의 활성이 높아진다.

다음 후반 3일 동안은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 식사를 하고, 그 결과 제 7일째인 시합 날에는 간과 근육 내에 저장된 글리코겐 양이 평소의 두배(약 2백밀리몰/근육1kg)에 달해진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선수들의 시합중 지구력 향상에는 도움을 주었으나 비축기간중 적정 에너지 공급과 혈당량 유지에 어려움을 주었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훈련의 질을 떨어뜨렸으며, 부상의 위험을 높임과 동시에 무리한 훈련에 따르는 부작용을 유발시키는 단점이 나타났다.

이같은 부작용을 유발시키지 않으면서도 오스트란드의 방법과 같은 높은 글리코겐 저장량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1970년대 후반 경 미국의 운동생리학자 셔만에 의해서 제안됐다. 이에 따르면 시합전 7일간의 기간 중 첫 3일 동안은 총 필요 열량의 55% 정도를 탄수화물에 의존하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훈련양을 약간 줄인다. 후반부 3일간은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 식사를 하면서 훈련을 10-15분 정도의 준비운동만으로 제한하면 7일째의 글리코겐 저장량은 평소의 두배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지금도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높은 글리코겐 비축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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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현 박사/선임연구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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