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과 저장용량에서 CD를 훨씬 능가하는 차세대 매체 DVD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멀티미디어의 핵심장치로 인식되던 CD는 조만간 그 위치를 DVD에 물려줘야 할지 모른다.
개인휴대통신 단말기를 비롯한 첨단 디지털 통신기기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는 DVD(Digital Video Dis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산업과 가정에 미칠 여파로 볼때 인터넷과 더불어 '21세기를 주도할 첨단기술' 로 전망되는 DVD를 놓고 컴퓨터업계는 향후 광자기디스크와 CD롬드라이브를 대체할 미디어로, 또한 가전업계는 VCR을 대체할 차세대 미디어로 꼽고 있다.
업계는 DVD 표준을 놓고 그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여왔다. 소니와 필립스가 94년에 MMCD(MultiMedia Compact Disc)라는 규격을 발표하자, 뒤를 이어 도시바와 마쓰시타, 워너브라더스, MCA등이 SD(Super Density)규격을 발표했던 것. 이같은 상황은 베타와 VHS각각의 방식이 업계의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벌였던 지난 80년대의 VCR구격전쟁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기도 하다.
CD대체할 혁신적 매체
양측 진영에서는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첨예한 기술경쟁을 벌이다가 95년 12월DVD(Digital Versatile Disc) 라는 이름의 통합규격을 도출해냈다. 현재 세계적인 가전업계인 소니와 파이어니어, 도시바 등이 DVD신제품을 발표했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와 LG전자가 DVD플레이어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DVD의 성능과 작동원리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CD매체와의 비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통합규격에 따른 DVD의 크기는 12cm로 비디오CD나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CD롬과 같고,두께는 0.6mm두께의 디스크를 두장 접합한 양면구조로 CD로 같다. 그러나 저장공간면에서 DVD는 이들 매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CD롬 타이틀이나 비디오CD와 같은CD매체가 6백40MB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데 비해, DVD는 단면구조 디스크가 4.7GB, 양면구조 디스크는 8.5GB의 방대한 저장공간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디스크의 데이터 저장용량은 디스크의 구조,피트의 길이, 트랙의 폭 등에 의해 결정된다. DVD의 디스크 용량이CD와 비교할수 없는 고밀도를 가질 수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즉 DVD는 최소 피트의 크기가 0.83㎛인 CD보다 작은 0.4㎛이고, 트랙의 폭도 CD의 1.6㎛보다 좁은 0.74㎛로 설계됐다.
디스크의 데이터 기록면이 0.6mm인 DVD와 디스크의 두께가 1.2mm인CD는 픽업의 초점거리가 6백㎛정도차이 나기 때문에 데이터 신호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픽업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동일한 픽업으로 초점위치가 서로 다른 CD와DVD를 재생할수 있게 하는 양 초점방식의 픽업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비디오 CD가 1.2Mbps의 속도로 압축된 데이터를 최대 74분 분량으로 저장하는 MPEG1방식을 사용하는데 비해, DVD는 4.7Mbps로 1백33분의 압축영상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MPEG2규격을 따르고 있다. MPEG1을 채택하고 있는 비디오CD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VHS화질의 동영상데이터를 74분 가량 저장한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서 공급되고 있는 비디오 CD는 한편의 영화를 담으려면 2장의 CD가 필요하고, 또 화질면에서도 시원스럽지 않다.
그러나 DVD는 비디오 CD와 비교할 수 없는 독립적인 기술을 사용해 LD와 HDTV를 능가하는 수준의 미려한 화질을 제공한다. DVD에서는 MPEG2로 압축된 영상화면을 단면에서 1백33분 분량, 양면 디스크를 사용할 경우에는 2백42분 분량으로 저장할수 있다.
오디오 정보면에서도 DVD는 가히 혁신적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비디오 CD는 16비트 사운드카드와 같은 수준의 음질을 제공했다. 이에 비해 DVD는 CD제공하는 16비트 사운드를 24비트까지 확장하고 2채널을 8채널로 확대시켰다. 각 채널은 좌우, 중앙, 왼쪽방향의 서라운드, 오른쪽방향의 서라운드, 베이스효과 등으로 분리돼 입체 사운드를 지원한다.
비디오 테이프 사라질 운명
그렇다면 DVD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업을 바꿔놓을 것일까?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DVD의 등장은 컴퓨터 저장매체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플로피디스크와 ZIP드라이브, CD롬 드라이브, 하드디스크, 테이프 백업장치, 광자기디스크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저장매체 대부분은 새로운 용도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쓰기 기능을 추가한 DVD개발이 상당 수준 이루어 지고 있어 DVD를 CD롬 드라이브 처럼 PC에 물려 사용하는 날도 멀지않았다.
특히 테이프드라이브와 광자기디스크, CD롬 드라이브 등 백업용도로 사용되던 저장매체는 DVD에게 자리를 물려줘야할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만 값이 싸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하드드라이브와 휴대가 용이한 ZIP 드라이브만이 DVD시대에도 살아남을 저장매체로 전망되고 있다.
가전분야 역시 DVD의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VD가 기존의 VCR시장을 급속도로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DVD 개발의 배경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DVD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영화 업체들은 최근들어 DVD시대를 대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워너 홈비디오나 컬럼비아 트라이스타를 인수한 소니픽처 같은 비디오 제작업체에서는 각각 2백50개와 1백50개의 DVD타이틀 공급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DVD표준전쟁 당시 PC업체와 함께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으면서 영상 미디어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DVD에 수렴하도록 압력을 행사 하기도 했다. 이들에 의해 개발된 영상소프트웨어 들은 가정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급속도로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DVD가 이처럼 획기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자, 정보통신분야를 뒤흔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CD매체와의 완벅한 호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는 IBM계열의 PC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노력과도 비슷하다. 응용소프트웨어의 확보는 하드웨어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