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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Ⅳ 자기부상열차

서울-부산을 한시간에 주파

시속4백~5백km를 낼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되면 전국이 명실상부한 일일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바퀴없이 궤도위를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가 우리 국토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과기처는 3천2백90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올해부터 2001년까지 11년동안 3단계로 나눠 도시형 자기부상 고가열차와 초고속 장거리열차를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경제기획원과 추진전략과 예산, 연구조직과 일정 등을 협의중이다. 아직은 전자석의 다른 두 극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이용한 흡인식(상전도방식)으로 결정할 것인지, 전극의 반발력을 빌리는 반발식(초전도방식)을 택할 것인지 정확한 기술내용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또 추진원리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자기부상식 열차를 개발하다는데는 기획원과 상공부 과기처 등 관련부처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어 산·학·연 공동의 대규모 국책과제로 자기부상기술의 개발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금방이라도 착공할 것 같았던 동서고속전철 및 경부고속전철 계획(바퀴식 고속전철)이 유보됨에 따라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현실적으로 시급한 연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고속전철을 자기부상식으로 하느냐 아니면 바퀴식으로 하느냐를 갖고 논쟁끝에 실용화 경험이 부족한 자기부상열차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좀더 시간을 번셈이다.

무공해 초고속 주행

자기부상열차란 전자기력에 의해 동체를 궤도에서 일정높이로 띄워 고속으로 주행시키는 기술이다.

자기부상 기술은 추진방식에 따라 보통 선형전동식 유도식 동기식 등 세가지로 나뉜다.

선형전동식은 전동기의 고정자와 회전자를 잘라서 직선으로 펼쳐놓은 방식이며 유도식은 전자석용 1차코일을 차에 싣고 차량에 전력을 직접 공급한다. 이 방식은 시속 3백km미만의 중저속시스템에 어울린다.

시속 4백km 이상의 고속 주행에 적합한 동기식은 1차코일을 궤도에 배치한 다음 차안에서 전기를 돌려 전력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자기부상열차가 궤도와 바퀴의 기계적인 접촉에 의한 '바퀴식'과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점은 역시 속도에 있다. 흡인식이냐 반발식이냐에 따라 궤도에서 뜨는 높이가 1cm, 10cm 등 차이가 있지만 자기부상방식은 바퀴와 궤도, 집전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에 시속 4백km이상으로 속력을 낼 수 있다. 진공튜브를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시속 9천6백km도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소음도 바퀴식에 비해 같은 속도에서 10데시벨이상 적고 진동과 먼지도 없다.

또한 시속 3백km의 속도로 10도 이상의 경사면을 거뜬히 오를 수도 있고, 회전 반경과 에너지소모율도 적은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싼 건설비도 이 열차의 장점으로 꼽힌다. 자기부상은 △궤도가 짧고 △터널이나 토양이동공사 등 토목공사가 적을뿐아니라 △부지가 넓을 필요도 없다. 한국기계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km당 40억~80억원이면 실용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의 책임자인 기계연구소 김훈철소장은 "km당 2백~2백50억원의 공사비가 드는 지하철의 1/3~1/5 공사가격이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10년안에 충분히 만들 수있다"고 장담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이미 70년대부터 이 기술의 개발에 적극 나서 일부에서는 상업운전의 단계에 와있다.

서독은 지난 70년 열차모델 실험을 시작, 최고속도 시속4백60km의 자기부상열차 '트랜스래피드'를 개발하고 이를 함부르크와 하노버 사이의 1백47km 구간에 곧 설치할 예정이다. 길이 26m, 너비 3.7m, 높이 3.8m~4.2m의 이 열차는 지상에서 약 1cm떠서 달리며, 한번에 72명~1백명의 승객을 나를 수있다.

서독은 또 영구자석과 고무바퀴를 이용한 12m길이의 9t급 도시형열차 'M-반'도 개발, 지난 88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2.2km의 시험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도 오는 2천년 도쿄와 오사카간에 시속 5백km의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한다는 목표아래 일본철도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야마나시 지방에 43km의 시험궤도를 세우고있다. 이미 시속 5백17km의 무인시험운행에 성공한 바 있는 일본은 74년 서독에서 기술을 들여와 도시내 운송을 위한 시속 1백km 2백km 3백km급의 세가지 모델의 중저속 자기부상열차 HSST도 개발하고있다.

영국도 73년부터 연구를 시작, 84년 6백m의 시험선로에서 시작품의 성능시험을 마치고 현재 버밍험공항과 역사이에 시범적으로 이 열차를 가동중이다. 캐나다도 눈속을 마음대로 뚫고 달릴 수있는 초전도 방식의 자기부상열차를 토론토-오타와-몬트리얼간에 건설할 예정.

소련도 카자흐공화국의 알마아타시에 14.5km의 자기부상 궤도를 설치하고 시속 1백10km의 자기부상 열차(길이 9m의 차량 여섯)를 이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일본의 저속자기부상열차(1백km/h)HSST-100^자기부상열차의 개발경쟁은 매우 뜨겁다. 초고속열차는 물론 도심간 중저속시스템의 실용화가 한창이다.

서독의 M-반
 

93년 대전박람회에서 첫선 예정

한편 이 기술과 관련한 국내의 연구개발 수준은 지난 88년 한국전기연구소와 현대정공이 실험실에서 소형 시험모델을 한번 만들어본 것이 전부일뿐 아직은 초보적인 조사연구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기처는 우선 올해안에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마친 다음, 93년 대전무역박람회에서의 시험운전을 목표로 소형 고가열차의 설계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과기처 송옥환 동력자원연구조정관은 "이 고가차는 25명 정원에 시속 30~40km로 달리게된다"고 밝히고 "설계와 차량제작 등 전공정을 기계연구소 전기연구소 등의 국내기술진만으로 수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험운행에 필요한 기반기술 가운데 하나인 4개의 전자석은 지금 전기연구소 전력기기연구실에서 개발중이다. 이 연구실 신판섭 선임연구원은 "그동안의 연구결과 50km~2백km의 중저속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초전도 재료와 가공기술, 전력변환기술 등에 총력을 쏟고있다"고 밝혔다.

자기부상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는 국내의 가용인력을 이 프로젝트에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에는 기계연구소를 비롯, 전기연구소 과학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소 건설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소는 물론 현대 대우 삼성 금성 포항제철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은 독일이나 일본과의 국제공동연구 또는 기술도입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개발될 구체적인 기술분야를 살펴보면, 차체구조 부문에서는 △내구설계 △경량화 및 공력설계 △구조진동소음 △공기조화 △내부편의시설 △압력제어기술이 포함돼있으며, 전자기시스템 부문에서는 △높이제어 △부상시스템 관련기술 △변전소 상호제어 △초전도 시스템이 중심을 이루고있다.

운행제어와 통신부문은 △차량운동해석 △고속운행제어 △악조건운행제어 △유공압제어 △현가장치기술 △운행자동시스템 △신호전송기술 △운행상태감시기술을, 궤도부문이 △구조설계 △토목터널기술 △선로스위칭 △선로보수 △월동 내설 내빙 기술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과기처는 시험용 자기부상모델개발이 93년에 마무리 되면 2단계로 97년까지 도시형 고가열차와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한 뒤 마지막 3단계작업으로 2001년에 초전도형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차체구조와 운행제어기술은 기계연구소가 주로 맡고, 전자기장치는 전기연구소, 궤도기술은 건설기술연구원과 대학은 기초기술을 맡는다.
연구비는 단계별로 각각 4백90억원, 1천3백억원, 1천5백억원이 우선 책정돼있다.

그러나 자기부상철차 개발을 위해 거국적인 공동연구 체제를 구성하는데 다른 견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염치료제나 주택기술, 환경기술 등 우선적으로 투자되어야할 분야가 쌓여있는데 비행기로 50여분 거리밖에 되지않는 서울-부산간에 3천여억원의 국민세금을 들여 새로 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그 가운데 하나다.

또 선진국이 20여년 걸려 아직 완벽하게 완성못한 기술에 인력과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대중교통수단의 개선과 확충에 앞서 새로운 방식의 열차개발에 치중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기부상열차는 미래에 대비한 최신 교통수단으로서 뿐아니라 초전도 등 기초과학기술과 복합재료 신소재 설계 및 제어기술 등 각종 요소기술을 한꺼번에 발전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적 측면도 강하다.

또 이 기술은 개발속도가 빨라 누구나 10년안으로 상업운영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지금부터 대비해야 그때가서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또한 이 방식을 도시내 구간에 적용할 경우 매연이나 소음으로 인한 공해도 어느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예산과 인력의 계수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대형의 국가과제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자는 큰 원칙은 흔들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부상열차의 선로는 많은 땅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서독에서 개발된 트랜스래피드.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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