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추운 겨울 끈끈이주걱의 잎은 모두 말라죽고 겨울눈만 살아서 둥글게 뭉쳐 있다. 3월 말 날씨가 따뜻해지면 뭉친 겨울눈이 서서히 풀리면서 끈끈이액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그 옆에 종자로부터 발아된 아주 작은 끈끈이주걱이 뭉쳐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월 말부터 6월 초순에 끈끈이액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돼 식충 작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6월 중순이면 잎이 있는 한가운데에서 꽃대가 길게 올라와 작은 흰꽃을 피운다. 이꽃은 빛에 무척 예민해 강한 빛에서는 꽃을 피우고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리면 꽃잎을 닫는다. 장마가 시작되면 식충작용은 줄어들고 꽃은 종자를 만든다. 늦가을이 되면 가장 자리의 잎은 말라죽고 가운데의 잎은 둥글게 말아 겨울을 대비한다.
모양
우리는 주변에서 곤충이 일방적으로 식물을 갉아먹는 것만을 보아 왔다.그러나 식물이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이를 식충식물이라고 한다.
육상의 대표적인 식충식물로 끈끈이주걱이 있다. 끈끈이주걱의 잎은 주걱 모양이다. 잎 앞쪽에는 성냥개비처럼 생긴 선모(샘털)가 있는데, 여기서 끈끈이액(점액)이 분비된다. 잎 중앙의 선모는 길이가 짧고 가장자리의 선모는 길어 곤충을 감싸기에 알맞다.
끈끈이주걱은 줄기가 없다.뿌리는 길이가 짧고 무척 빈약하게 발달해서 뿌리로부터 질소 성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족한 질소 성분을 보충하기 위해 곤충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지혜
끈끈이주걱에 돌과 철사, 그리고 쇠고기를 올려 놓았을때 끈끈이주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돌을 올려놓으면 약한 반응을 보이다 원래상태로 돌아온다(사진왼쪽). 철사를 올려 놓으면 돌보다는 좀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쇠고기를 올려 놓으면 곤충의 경우와 꼭같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이내 쇠고기를 소화한다(사진 오른쪽). 먹을수 있는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다.
포획
선모에서는 마치 맑은 이슬방울처럼 보이는 끈끈이액이 분비된다. 곤충이 물을 마시러 습지에 왔다가 이슬방울로 착각해 날라 않는 순간 곤충의 다리와 날개는 끈끈이액에 달라붙어 꼼짝 못한다. 달아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선모는 곤충을 향해 구부러지고 마침내 잎도 오므라들어 곤충을 감싼다. 곤충을 완전히 포획하는데 4~6시간 소요. 사진은 파리가 끈끈이 주걱에게 잡힌 순간(왼쪽)과 5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오른쪽).
생육지
식충식물은 현재 전세계에 7과 16속 5백여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2과 7종이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끈끈이주걱은 끈끈이귀개과에 속하며, 한여름에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산기슭 개울가의 화강암 지역이나 산에 발달된 질퍽한 늪 둘레에 산다.
1950년대 서울에서는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에서 흔히 발견됐다. 그러나 인간이 산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거나 등산객이 밟아버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몇 종이 안되는 식충식물이 서서히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끈끈이주걱이 멸종되는 그날, 사람도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