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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명의 설계도, 방대한 유전정보 입력

DNA는 인체신비의 설계도다. 세포 안에 있는 DNA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방대한 유전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DNA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 한개의 수정란으로부터 약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체가 되는 과정. 인체의 신비는 이 놀랄 만큼 정밀한 분열과 분화의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차 2백여개 이상의 세포 타입으로 구성될 우리 인체를 이루어가는 방대한 유전 정보가 바로 이 단 한개의 수정란에 기억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가 저장돼 있는 곳은 세포 안에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방대한 정보가 바로 이 DNA안에 기억되어 있어, 수정란으로부터 인체를 이루어 가며 분열되고 분화되는 정확한 때와 장소에서 필요에 따라 해독되어 인체를 이루어가는 모든 과정을 빈틈없이 수행해가는 것이다.

우리 인체의 모든 것, 즉 몸집, 생김새, 인체 내 구조, 혈액, 행동의 특이성, 때로는 유전적 질병까지 모든 인체 정보가 바로 이 수정란 속에 있는 DNA라는 설계도에 저장되어 질서있게 작동된다.

방대한 유전정보의 담지자

수정란으로부터 유래된 인체의 각세포들은 수정란의 DNA와 동일한 DNA를 모두 지니고 있으나, 세포마다 해독되고 수행되는 정보의 내용은 다르다. 그러므로 각기 독특한 세포의 특징을 보여주어 인체라는 전체 형상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DNA 설계도로부터 RNA (리보핵산)가 복사되고, 복사된 정보에 따라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단백질이 합성된다. 이처럼 DNA의 정보에 따라 합성되는 단백질들이 인체 내 모든 일을 수행해가는 매체이며, 또한 인체의 기본단위인 각각의 세포를 움직이는 주체로서 물질대사를 일으키는 효소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생체를 움직이는 행동대원들인 이들 단백질은 사실은 유전자 DNA의 지령에 따라 만들어지는 로봇과 같다.

유전정보로서 DNA의 정체는 왓슨(Watson)과 크릭(Crick)에 의해 규명됐다. 이들이 1953년 4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표한 이래, DNA의 정체는 급속도로 파악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DNA가 네가지의 뉴클레오티드, 즉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 특정한 순서로 실처럼 연결돼 이중나선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유전정보(genetic information)는 바로 이 네가지 뉴클레오티드(nucleotide)의 독특한 서열순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23권(23개의 염색체쌍)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이라면, 각 문장은 A G T C라는 네개의 뉴클레오티드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같다.

뉴클레오티드 서열 정보의 데이터 베이스(data base)를 검색(scanning)함으로써, 각 단백질이 합성되는 유전자의 시작과 끝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사람들은 모습도 체격도 각양각색인데, 이러한 차이는 다름아닌 유전자 정보인 DNA의 뉴클레오티드 서열(sequence)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닮은 정도는 그 유전자들의 DNA서열의 닮은 정도를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두개의 생물이 많이 닮을수록 유전자의 DNA 서열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사람과 침팬지의 경우는 DNA서열의 90% 정도가 비슷하다. 이처럼 다양한 생물체의 종(species) 마다 서로 다른 정도의 DNA 서열을 지니고 있어, 각기 독특한 생물의 다양성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같은 종(species) 사이에서도 대개의 경우 개체간 변이(variation)를 보여준다. 이 또한 유전자 DNA 서열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백인 흑인 황색인, 더나아가 각 인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유전적 다형성 때문이다.

물론 이 유전적 다형성 혹은 폴리모피즘(protein polymorphism)은 종간의 유전자 차이보다는 훨씬 미세하지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역시 유전자의 서열차이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DNA 서열은 정지된 불변의 상태가 아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상태에 있으며, 같은 종족이라 할지라도 시대나 환경에 따라서 점진적이고도 역동적으로 변화되는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DNA 뉴클레오티드 서열의 분석, 혹은 유전적 다형성의 추적을 통해서 시대적, 환경적으로 구별되는 각 종족의 계보나 변이의 정도, 더 나아가 친족의 분별 등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개인끼리도 서로 다른 DNA서열을 지니고 있는 부위가 많이 밝혀지고 있어서, 이를 이용한 DNA 지문(DNA fingerprint)이 각 개인을 구별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인별 특이성을 보이는 DNA 지문은 이미 법정에서 증거물로서도 인정받는 추세다.

한편 단백질의 정보를 갖고 있는 부위에서의 DNA 서열(Coding sequence)의 차이에 비해서, 단백질 발현에 관계없는 DNA 부위(Noncoding sequence)에서의 뉴클레오티드 서열은 훨씬 광범위하게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들의 차이는 제한효소 길이 절편 다형성(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이나 반복 부위 다형성(Repeating Unit Polymorphism) 등의 현상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최근의 DNA 조작기술 발전과 더불어 이들의 다형성(polymorphism)을 밝히고 분석하는 여러 기술들, 가령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과 서던 교배 (Southern Hybridization)법 등이 개발되어 지문을 밝히는데 사용되고 있다.

1973년에 코핸(Cohen)과 보이어(Boyer)에 의해 처음 인공 재조합 DNA가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약 20여년간에 걸쳐 실험실에서의 DNA 조작기술 (Recombinant DNA technique)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른바 유전공학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게 된 것이다.

특정 부위 DNA를 분리, 복제하거나 이 생물체에서 저 생물체로 DNA를 마음대로 이동시키거나, 혹은 어떤 특정 DNA 부위를 제거하거나, 더욱이 최근에 도입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까지 가세하여 DNA 조작기술은 실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DNA 조작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거나 임의로 조작되기도 해서, 과학자가 조물주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분히 이론적이기는 하나 영화 '쥐라기 공원'의 공룡 DNA를 추출하여 다시 그 당시의 공룡을 재생시키려는 시도가 반드시 허황된 상상의 세계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DNA 재조합 기술과 더불어 분자차원에서의 생명현상 이해는 크게 진보되어 산업전반에 대한 응용 또한 모색되고 있다.
 

결합에 포함되지 않은 소수원자는 개념도에서 뺐다. 그 결과 몇몇 탄소원자와 몇몇 질소원자는 불충분하게 접착된 것으로 보인다.


DNA 조작기술 발달이 바이오테크놀러지 탄생시켜

1980년대 이래 바이오테크놀러지(Biotechnology)를 탄생시킨 공로는 다름아닌 DNA 조작기술의 발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약식품 농업 축산 수산 자원 에너지 환경 화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바이오테크놀러지의 응용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등 DNA의 인공적인 조작이 상상보다 쉽다는 점을 보더라도, 응용면에서의 진보는 매우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컴퓨터 전자통신분야와 더불어 바이오테크놀러지는 21세기를 이끌어갈 것이다.

이 DNA 재조합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최근에는 인간 유전정보 모두를 해독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휴먼게놈계획(Human Genome Project)이 바로 그것인데, 인체 유전자 지도작성과 더불어 인체세포에 존재하는 약30억개의 DNA 뉴클레오티드의 서열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미국립휴먼게놈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Human Genome Research)는 2005년도까지 10만개 가량의 인체 유전자 지도 작성과 그들의 DNA 뉴클레오티드 서열을 완전히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정부가 지원하는 인간 유전자 수집계획 가운데는 DNA 수집대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7백여 토착민 종족까지 포함돼 있어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이처럼 인체 신비의 모든 정보를 지니고 있는 DNA 설계도를 해독하려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과연 윤리적, 종교적으로 옳은 것인가에 대해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무튼 이 작업이 완성된다면 질병 진단이나 치료가 유전자 수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임은 틀림없다.

물론 현재에도 이러한 유전자 진단이나 치료가 초보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다. 인간 유전자의 DNA 정보가 완전히 밝혀지는 그때에는 본격적으로 그러한 유전자 분석과 유전자 치료(gene therapy)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인간 유전병의 존재와 여러가지 질병 가능성의 분석, 더 나아가 앞으로 태어날 2세의 유전병 가능성까지, 심지어는 폭력적인 성격에 관한 정보까지도 분석(genetic screen)하게 되며, 이렇게 발견된 불량유전자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 DNA, 인체의 온갖 신비를 지니고 있는 DNA의 정체를 밝히려는 연구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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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재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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