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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면서 하는 건강진단 스포츠의학

질병없다고 건강한 것 아니다

몸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질병이 없다는 건강진단만 믿다가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책은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적합한 운동법을 찾는 것이다.

몸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자신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다. 또한 병원에서 X선 혈액 소변 등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정상’ 판정을 받으면 “올해도 별 탈 없이 넘겼구나” 하고 안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병원의 종합검진 결과 별다른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의 몸이 ‘건강’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X선 검사를 통해 폐기능이 정상으로 판정된 사람이 육교나 지하철 계단을 조금만 뛰어올라도 금방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차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황수관(연세대 의대 생리학과)교수는 건강한 상태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와 정신이 사회나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 라고 정의하면서 “이제 건강을 판단할 때 사람의 운동능력이 정상인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X선 검사로 폐결핵이 있는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운동할 때 폐기능이 정상에 비해 어떤 상태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해야 한다는 것. “사람은 움직이는 동물이므로 움직일 때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헬스클럽을 찾을 때 자신의 체력측정이 우선.


몸에 맞는 운동처방 절실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리던 60대 노교수가 있었다. 그는 혈압조절을 위한 의학적 처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나름대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약물요법도 혈압을 일시적으로 낮출 뿐이었다.

그는 운동으로 병을 극복하기로 마음먹고, 주말에 산에 오르는 등 여러가지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피로만 가중될 뿐이었다. 운동이 몸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황수관교수는 그 환자에게 ‘운동을 시키면서’ 혈압 맥박 심전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검사했다. 또한 몸 속에 생긴 탄산가스의 양과 공기 중 산소 흡입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처방 프로그램이 작성됐다. 숨이 조금 차도록 빨리 걷는 운동을 1일 40분간 주 5회 실시하도록 한 것. 나이와 운동능력을 고려해 일반적인 산소소비량(30-40ml/kg·분)의 40% 정도 산소를 흡입할 수 있는 운동이 제시된 것이다. 2개월 후 환자로부터 몸이 많이 좋아졌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산소 흡입량을 조금씩 늘리는 강도 높은 운동이 환자에게 제시됐다.

이처럼 사람의 운동능력을 관찰해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처방을 제시하는 분야가 ‘스포츠의학’ 이다. 이주립(이화여대 체육학과)교수는 “원래 운동선수를 관리해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시작된 스포츠의학이 최근 일반인들의 예방과 치료에 활발히 응용되는 추세”라고 말하면서 “이제 의료인들도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만류하던 생각을 벗어나, 중환자를 제외하면 절대적 안정보다는 적당한 운동이 건강회복에 효과적이라고 인식한다” 고 설명한다.

스포츠의학이 도입된 병원에 들어서면 ‘헬스클럽’ 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가 눈에 띈다. 먼저 검사대상자는 일반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간 심장 폐 신장 등에 대한 검진을 마친다. 이후 의사는 근력 순발력 민첩성 등에 대한 체력 측정과 함께, 검사대상자에게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시킨다. 이때 각 운동기구에는 심전도 혈압 심장박동수 산소섭취량 등을 측정하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정상적인 맥박수(70-80회/분)를 보이던 사람에게 달리기를 조금씩 빨리 시켜보자. 이 사람이 정상이라면 맥박수는 점진적으로 증대한다. 그러나 맥박수가 갑작스럽게 증대하면 혈액 순환계에 문제가 있는 것.

평소 혈압이 높지 않은데 중풍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이 방법은 더욱 효과적이다. 이런 사람에게 강도를 천천히 높이며 운동을 시킬 때, 만일 혈압이 급격하게 증대하면 그 사람의 혈압은 비정상이다. 즉 고혈압으로 인해 중풍이 걸릴 위험이 높은 것이다.

진단이 끝나면 의사는 검사대상자의 자료를 종합해 최종 평가를 내리며, 대상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운동프로그램이 제시된다. 이주립교수는, “운동처방을 위해서는 운동의 형태 강도 시간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 말한다.
 

스포츠의학센터에는 심전도 혈압 심장박동수 등을 측정하는 장치가 운동기구에 달려있다.


골프장에서 사망할 수도

예를 들어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으로 신체 내 큰근육을 장시간 사용하는 유산소운동을 생각하자. 조깅 자전거 수영 스케이트 줄넘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때 운동강도는 1분간 최대 심장박동수(2백20-나이)의 70-85% 수준에서 설정한다. 예를 들어 20세인 사람은 2백20에서 20을 뺀 2백의 70-85%에 해당되는 1백40-1백70 정도의 심장박동수를 나타내도록 강도를 정해야 한다.

한편 운동빈도는 주당 3회 이상으로 정하며, 운동시간은 1회에 최소한 20분 이상 지속적으로 실시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의학이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분야는 성인병이다. 황수관교수는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이 세계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대 의학이 아직 성인병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인병의 원인으로 운동부족, 영양과잉, 환경문제나 음식으로 인한 체내오염,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부족” 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40세 이상의 성인은 반드시 이런 검진을 받고 적절한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스포츠의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상해를 입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진용수씨(서울중앙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는 “골프장에서 고혈압이나 협심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나 관절염이 심한 사람이 등산이나 조깅으로 상태가 악화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며 스포츠 상해에 대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지적한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지 않거나 자신의 체력한계를 넘는 운동을 할 경우 큰 탈을 입을 위험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작년 국내 보험회사들은 테니스 탁구 볼링 수영 등 일반화된 스포츠 활동 중에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최고 2천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발육상태나 인체구조 등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운동을 하면 성인보다 훨씬 심각한 외상이나 질병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체육수업 중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 다친 학생 중 체육시간에 사고를 당한 경우는 9백19건이었다. 전체 사고의 51%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
 

프로 세계에서도 스포츠 상해의 위험은 예외가 아니다.


몸 관리의 전제조건

스포츠 상해의 심각성은 프로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상당수의 운동선수가 심장 이상 때문에 숨진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작년 초 국가대표 배구선수 김병선씨가 숙소에서 물을 마시다 갑자기 졸도해 숨진 사례는 전문 운동선수들의 안전에 경종을 울렸다. 사인은 심장 대동맥 파열이었다.

이주립교수는 운동경기 중 입는 상해에 대해서는 스포츠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농구시합에서 두 선수가 서로 몸이 엉켰는데, 이때 한 선수가 공중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관중 속에 있던 한 스포츠의학 전문가가 뛰어나와 선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목부위를 고정시킨 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후송했다.

검사 결과 그 선수는 목뼈가 부러진 것으로 판명됐다. 의사는 "0.5cm만 목이 더 움직였다면 부러진 목뼈 부위가 신경을 손상시켜 영영 불구가 될 뻔 했다" 고 말했다. 만일 스포츠 상해에 대한 지식이 없던 사람이 응급조치했다면, 그 선수의 장래는 불행해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몸에 질병이 없다고 안심해도 안되지만 질병을 없애느라, 혹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운동을 해서도 안된다. 단순히 몸매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려고 마음먹어도, 먼저 자신의 체력이 어떤지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스포츠가 날로 대중화되고 현대인이라면 웬만한 종목 한두가지는 섭렵하고 있는 추세에, 자신의 몸을 진정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할 때가 왔다.

올림픽과 함께 시작된 스포츠의학

미국 스포츠의학협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는 스포츠의학을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운동심리학 그리고 운동과 관련된 병리학적 현상을 포함하는 복합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이 분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19세기 미국 대학 운동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주립교수는 "스포츠의학이 올림픽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스포츠를 살펴보면 선수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코치 트레이너 의료인 등이 별도로 있었다" 고 말한다. 특히 아테네에서는 운동선수를 전문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해부학 생리학 식이요법 등을 가르치는 담당자가 있었다. 이 담당자들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사 휴식 그리고 운동에 대한 효과를 연구하고 더운 목욕과 마사지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88 서울올림픽 학술대회'를 계기로 체육 전공자들의 본격적인 관심이 시작됐다. 이전에는 주로 정형외과나 생리학교실 등에서 연구됐으나, 최근 체육대학 내 관련 학과들이 신설되고 종합병원에 스포츠의학실이 별도로 마련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실용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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