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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밖엔 할 것 없던 시절의 '짧은'여유


서울대 물리학과 12회 동기들과 함께.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성곤(재미). 양철기(영남대), 한칸 건너 최옥식(영남대).노평식(숭실대), 강영자(미국 존스 홉킨스대), 정명숙(원광대), 이충희(표준연구원),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조성호(고려대),그리고 가운데가 필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12회는 모두 30명이 입학했었다. 우리들은 6·25 전쟁 직후 서울에서 입학시험을 치고 들어온 동기들이다.

왜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는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대학에서 입학시험을 보았다. 당시 면접시험은 돌아가신 권녕대교수가 보았는데, 현재 한국과학원에 계시는 이주천 교수가 조교로 면접 절차를 도왔던 것이 기억난다.

겨울에는 난방이 안되는 붉은 벽돌 신관에서 강의를 듣고 그나마 툭하면 휴강이었던, 그런 힘든 시대였다. 우리가 강의를 듣던 강의실은 이제 극장과 식당이 들어서 흔적도 없고 옛날 대학본부만이 문예진흥원 건물로 쓰여지는 까닭에 그 원형을 보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학생들처럼 미팅이니 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그저 물리학 공부에 매달리다 기껏해야 뚝섬에 소풍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날이 추우나 더우나 공부했던 기억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신사복 한벌 입어보지 못했는데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들춰보니 그래도 신사복 입은 친구가 몇 보인다. 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지냈고 현재 동 연구소의 연구위원이며 한국물리학회장인 이충희 박사가 그 중 하나다. 미모였던 강영자양(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은 동기생인 김정욱군과 결혼해 지금은 부부가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교수로 있다.

이 사진에 들어있는 13명 가운데 앞줄 한가운데 있는 필자와 그 왼쪽의 조성호 고려대 이과대학장 등 9명이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물리학교수로 있으니 외길을 걸어온 동기는 퍽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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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제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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