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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능측정의 허와실

IQ컴플렉스 벗어나자

최근 교육부는 'IQ가 1백40이상인 학생에게 월반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IQ만이 지능이 아니라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인간의 능력은 무한한다. 이제 IQ신드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육체에 대한 궁금증은 과학의 이기로 말미암아 하나씩 풀려왔다. 그에 반해 육체에 내재하고 있는 정신에 대한 의문은 첨단과학시대인 오늘날도 미궁을 헤매고 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앞서 얼마만큼의 잠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한다. 결혼할 때 양쪽 가계를 알아본다거나, 어린아이의 재능을 보고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예측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능지수라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능검사는 프랑스의 심리학자 비네가 학습장애아를 구별하기 위해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검사 결과를 인간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맹신하기 시작했다.
 

(그림) 스턴버그의 삼각지능이론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사람에게는 이런 세가지 지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그는 주장한다.


삼각 지능 이론

심리학자들은 지능에 대한 연구보다 지능을 측정하는 시험에 대한 연구가 많다고 지적한다. 지능검사가 난무하는 것은 지능에 대한 개념이 확실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과연 지능이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능력을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기능과 인지적이고 지적인 기능으로 나눴다. 이 두 개념을 지능(intelligentia)이라고 키케로가 처음 번역하면서 지능이라는 단어는 사용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사람들이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심리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과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을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심리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지능을 문제해결능력, 언어적 능숙함, 사회적 친화정도라고 생각했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지능을 언어구사의 능숙함,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실질적인 지능으로 정의했다. 두 집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 전문가의 경우는 사교성을 지능의 한 부분으로 강조한 반면 심리학전문가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행동 동기를 중요한 인자로 봤다. 이렇게 사람마다 지능은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지능을 전체적인 잠재적 적응능력이라고 본다. 피아제는 지능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봤다. 스페어만은 지능에는 모든 지적능력에 작용하는 일반적 요인과 특수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특수요인이 있다고 했다. 길포드는 지능의 구조를 3차원적으로 이해하면서 지능을 하나의 점수로 측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의 가드너는 지능이란 언어, 동작 능력 뿐만 아니라 신체 운동, 음악, 미술, 공간 지각, 사회적 친교성 등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다지능 이론(multiple intelligence)을 발표했다. 지능은 한 종류가 아니라 서로 상관이 없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설이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인, 사교성이 좋은 사람, 농구에서의 가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모두 지능이라고 주장했다.

스턴버그도 삼각지능이론(triarchic thoery of intelligence)을 펴면서 종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능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첫째로 어떤 일을 잘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정신적인 과정을 분석적 지능이라 했다. 둘째는 새로운 상황에 접했을 때 어느정도 직감을 갖고 창조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경험적 지능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상황을 잘 조절하고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개념적 지능이라고 했다.

아직도 지능의 정의는 논쟁의 대상이다. 아직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는 것을 수치적 결과로 나타내기 위한 시험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비네검사 이후 개인용 지능검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웩슬러 지능검사다. 웩슬러는 "지적 행동에는 단순한 지적 능력 이상의 것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능이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합목적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려고하는 개인의 총체적인 능력"이라고 했다.

웩슬러 검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 장교선발과 군부적격자를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개발된 이래 여러번의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피검사자의 사회적응 정도와 정서적인 문제까지 포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15세기의 저능아가 단 한번 본 후 스케치한 성 마르크스 성당. 지능검사에서는 낮은 점수를 보인 반면 어느 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것을 사반트신드롬이라 한다.


한국형 지능검사 개발 중

고려대 행동과학 연구소의 박경순 연구원은 한국형 지능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지능검사 개발 목표중의 하나가 바로 지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IQ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Q로 통용되는 지능검사는 같은 연령 집단이 정상분포를 이룬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평균점수를 1백으로 환산해 정규분포를 만든다. 그러므로 피검사자 중 50%는 IQ가 1백 이하가 되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의 반은 저능하다는 말인가.

94년 머레이와 헤른슈타인의 공저 '종형곡선'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종형곡선'은 인간의 지능이 IQ로 평가될 수 있으며 유전자가 인간의 지능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고로 지능에 따라 계급이 형성되고 경제적 능력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능이 모자란 사람들의 출산의 제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렇게 극단적인 주장이 등장하는 것은 지능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인종이나 민족차별주의를 합리화하려는 데 이용하기 때문이다.

박연구원은 "IQ검사를 포함한 지능검사의 가장 큰 맹점은 사람이 만든 문제라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제까지의 지능검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부각시켰고 또한 피시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점수가 좌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IQ가 95나 105는 별로 의미가 없다.

우리가 흔히 IQ라고 부르는 지능의 개념은 대체로 어휘력 수리력 암기력 등 주로 학업 능력과 관련된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이런 능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는 지능검사들은 대부분이 외국의 시험문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검사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학생이 미국에 가서 지능검사를 하면 수리력은 대단히 뛰어나고 응용력이 낮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IQ를 가지고 천채와 바보를 운운하는 것은 눈가리고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중고등학생에게 실시하는 IQ검사들은 대개 20여년전에 만들어진 과거 이론에 기초한 검사들이 대부분. 아버지나 아들이나 똑같은 시험지로 IQ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점 때문에 IQ 수치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정말로 옛날 사람들에 비해 현세의 사람들이 머리가 좋아진 것일까. 머리가 좋아진다고 믿어도 좋겠지만 TV나 조기 교육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어린시절 때보다 보고 듣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에 따라서도 지능이 변한다고 한다. 이것도 지능검사가 시험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어린이에서 청소년, 청년으로 갈수록 지능이 높아지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과 교육 때문이다.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들면서는 자기연령대의 사람과 비교해서 지능이 떨어지 않지만, 젊은 시절과 비교해서 도형을 인식하거나 기계를 움직이는 동작성 능력은 떨어진다. 반면에 상식같은 언어성 능력은 오히려 증가한다.

연세대 심리학과의 윤진 교수는 "지적 능력, 즉 언어 수리능력에만 제한되던 지능의 개념이 이젠 감정이나 행동의 동기까지 지능의 한 요소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더 이상 음악가나 운동선수가 지능이 낮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지능검사를 창시한 비네.


감성지수(EQ)도 등장

최근 감성지능(EQ, emotional intelligence)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과학기자인 골먼이 쓴 이책에서는 인간의 성공 가능성은 IQ로 표시되는 지적능력보다 성격(심성)에 크게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내심이 많고 동기능력이 강하며 남과 잘 지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를 비롯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능력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는 지적 능력을 포함한 감성이나 성격까지도 인간의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는 사화구성원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수만가지가 넘는 직업만큼이나 개인에게도 여러가지 능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직업이 분화되는 것은 인간이 한가지 능력만으로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지능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총체적인 능력으로 규정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곽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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