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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물학적결정론

아무리 똑똑해도 원숭이는 원숭이다

인간의 지적 성장은 선천적으로 유전된 능력을 발판으로 한다. 이미 주어진 능력을 얼마나 개발하느냐가 인생이라는 싸움터에서 성공하는 열쇠다.

최근 현대 의학 중 뇌정신신경계 연구가 가장 괄목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경정신계 질환의 치료가 어느 분야보다 크게 진보돼 과거에는 치료가 불가능하게 보였던 많은 신경정신계 질환이 완치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신경정신계 질환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결과, 암을 비롯한 많은 질환이 유전자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유전자 질환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신분열증은 5번 염색체, 우울증은 11번 염색체, 노인성치매(노망)는 21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으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고차원적인 정신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유전자와 뇌 부위가 밝혀질 것이며 터미네이터와 같은 우수한 뇌기능을 가진 인조인간의 창조가 가능할 것이다.
 

놀이기구가 많은 데서 자란 다람쥐라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핵심은 시냅스회로의 발달정도

입시철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좋은 머리의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우수한 두뇌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과 훈련에 의해 좋은 머리를 만들 수 있는가. 머리가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의문은 인간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까지도 확실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약 40년전에 천재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죽었을 때 그의 뇌가 어떻게 생겼길래 천재성을 발휘했는가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래서 그의 뇌를 잘라내 조직표본을 만들어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나 현미경으로는 정상인의 뇌와 어떠한 구조적인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구조적인 차이점은 없지만 시냅스회로의 기능적인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고도의 사고기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뇌신경세포(뉴런)와 하등동물의 뇌신경세포는 하나하나의 구조와 기능은 근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회로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다르다고 생각되고 있다. 또한 천재와 보통사람의 두뇌의 신경세포수도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 고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 사람보다 학습을 통해 지식을 효율적으로 터득하고 오랫동안 학습내용을 기억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학습과 기억의 본체는 무엇인가.

학습을 하면 뇌신경세포간의 시냅스회로가 활성화된다. 학습을 연속해서 반복하면 학습의 효과는 더욱 높아지게 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회로는 막히고 녹슬어 버린다. 시냅스회로가 활성화될 때, 시냅스 전 뉴런에서 시냅스회로 내로 신경전달물질(특히 글루탐산물질)이 많이 이동해 글루탐산신경계가 횔성화된다. 이어서 시냅스 후 뉴런의 세포막을 통한 ${Ca}^{2+}$이온의 이동이 증가된다.

이러한 일련의 세포내 화학반응에 의해 시냅스회로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과 유전자가 변하기 때문에 시냅스회로가 구조적으로 바뀐다. 즉 시냅스부는 더욱 넓어지고 두터워지며 시냅스가지가 뻗어 정보전달과 저장을 용이하게 한다. 우수한 두뇌는 이런 시냅스회로가 잘 발달돼 있다.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반복학습과 깊은 사고를 계속하면 뇌의 시냅스회로를 더욱 다양하게 연결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다. 치밀한 전기회로는 간단한 회로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좋은 머리를 어느 정도까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금방 태어난 아기의 뇌는 약 4백-5백g으로 성인 뇌의 약 30%정도의 무게밖에 안된다. 그러나 신경세포(뉴런)의 수는 어른과 같다. 단지 성장함에 따라 신경세포의 크기와 시냅스가지수가 훨씬 복잡해지고 많아질 뿐이다.

이러한 시냅스 네트워크의 복잡성과 정교성이 지능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즉 시냅스가지가 덜 발달돼 있으면 지능이 낮고, 잘 발달돼 있으면 지능이 일반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시냅스 네트워크의 복잡성을 좌우하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코란경전을 교육받고 있는 카메룬의 여학생들.


IQ의 불안정성

지능이 높은 가계가 많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지능이 유전된다는 학설이 지난 19세기 말부터 주장됐다. 그러나 일란성 및 이란성 쌍둥이의 지능의 차이 연구, 백인과 흑인간의 IQ 차이 등 지금까지의 연구는 유전설을 확실히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되지 못한다.

프랑스의 비네는 지능검사라는 형태로 지능을 측정하려 했던 최초의 사람이다. 1904년 그는 지적장애아가 교육에 의해 지적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장애아들을 찾아내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시몬과 함께 지능검사를 고안해 냈다.

그 뒤 독일의 슈테른이 '지능검사의 심리학적 방법'(1911)이란 책에서 '정신연령과 실제 연령의 비' 를 제창했다. 그것을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자인 터먼이 계승해 저서 '지능지수', 즉 IQ(intelligence quotient)를 등장시켰다. 이 IQ는 양적인 측면이 강조됐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통용되고 있는 IQ 검사법으로는 뇌의 지능을 정확히 판정할 수 없다. 이 지능 검사법은 상당한 오차가 발생되고 있으며 측정시기, 방법에 따라 어느 정도 변할 수 있다. IQ 측정에 사용되는 문제도 만든 곳과 측정하는 곳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렇게 이론적인 바탕이 불충분한 IQ 검사법을 가지고 여러 가지 통계를 내서 이론을 만들고 주의 주장을 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머리 좋은 사람이 꼭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아니며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이 낮은 지위를 갖는 것도 아니다. 인종간에는 지능의 차이가 있으며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사회생물학자의 주장도 옳지 않다.

IQ가 지능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반영한다. 또한 같은 문화권내에서 개인의 지능은 유전자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되지만 문화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지능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 큰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림) 반복 학습은 시냅스 회로를 활성화 시킨다. 시냅스 회로 사이의 Ca2+이혼 이동모습.


근본은 유전자로 결정

과거에 극단적인 사회생물학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IQ를 이용한 것은 극히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능이 유전과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사회환경에 의해서 나타난다는 주장은 더욱 잘못된 것이다. 어떤 생물의 유전자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유전자를 이용해 그 생명체를 정확히 만들어 낼수 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생물이 나타내는 모양과 기능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4백50만년 전에는 인간과 원숭이는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같은 종의 동물이었다. 그러나 그 후 서로 다른 환경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유전자의 변형이 시작돼(특히 뇌의 변화가 두드러짐) 오늘날의 인간과 원숭이는 전혀 다르게 변화했다. 따라서 유전자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거나 결정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이분법은 지양돼야 한다.

환경에 의해 지능이 결정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12년간 방안에 갇혀 자라난 미국의 한 소녀는 말을 할 수도, 두다리로 걸을 수도 없었으며 지능지수를 측정할 수도 없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놀이기구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난 쥐가 미로학습의 성적이 높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날 많은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인종들, 혹은 집단들 사이의 IQ는 유전적 기초를 갖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또한 잘못된 것이다. 인종과 인구집단은 오랫동안의 문화적 환경과 경험 차이에 의해 유전자가 서로 다르게 변한 것이 확실하다.

결국 초기 뇌의 구조는 유전자로 결정되지만, 시냅스 수나 정보전달의 종류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하드웨어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미세한 구조와 기능은 교육과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다시 말해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사서(선천적 유전자 요인) 아주 적절하고 풍부한 프로그램으로 그 컴퓨터를 잘 이용해야만(후천적, 환경적 요인) 컴퓨터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의 지능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를 교육시킨다고 해서 인간의 지능을 가질 수도 없고 인간이 될 수도 없다. 서로 다른 유전자에 의해 인간은 인간으로, 원숭이는 원숭이로 태어난다.

앞으로 인간게놈지도, 뇌기능과 뇌지도가 완벽히 작성된다면 인간의 뇌와 아주 닮은 컴퓨터나 인조인간의 제조가 가능할지 모른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물학적 결정론(환원론)은 점점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환경적(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계환경과 교신을 통해 유전자가 변형될 것이며 변형된 유전자를 통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할 것이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유헌 약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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