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과연 모든이들이 마음놓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 인가. 잠시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냉철히 생각해보자.
인터넷은 오늘날 정보문화 측면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매체로 꼽을 만 하다. 이미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더욱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고, 아예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냉철히 생각해보자. 인터넷은 정말로 모든 이가 말하는 대로 '정보의 바다' 이며, 앞으로 우리의 생활을 변하게 하는 새로운 매체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인터넷이 우리의 미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연히 그렇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 로 제 역할을 하는데는 많은 변수들이 가로 막고 있으며, 역기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가진 문제의 핵심은 "인터넷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라는 패러다임이 없다는데 있다. 즉 어떤 이가 리더가 돼 이끌어 가는 매체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제공자와 불특정 다수의 수혜자가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 이자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미완성의 공간' 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유비통신' 의 근원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가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찾기 어려우면 '인터넷 정보사냥대회' 같은 것이 다 열리겠는가!
정보가 많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그 정보가 정리돼 있지 않다면 몇가지의 정리된 정보보다도 그 가치는 못하다. 책상위에 어지럽게 수북히 쌓인 책과 잘 정리돼 있는 책장과의 차이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건물이 어디 있느냐를 찾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다. 너무 많은 정보와 비슷한 정보에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차리리 돈을 들이더라도 컴퓨서브의 덴마크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곳에서 1천원 정도의 돈을 주고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생산성면에서 훨씬 이익이다.
사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중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정보를 제외하고는 아주 학술적이거나 잘 구분이 안된 산만한 것들이 많다. 또한 정보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된 내용이라 쓸모가 없거나 비체계적인 것이 많다. 실제로 개인이 루머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배포한 것이 전세계적으로 사실로 오인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의 '질' 을 어떻게 판단하고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잘못된 정보' 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통신 전문가들이 몇 년 후 "인터넷에서 들었어" 라고 하는 말이 "유비통신이야" 라는 말과 동일시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만큼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정보의 질은 심각한 상태다.
정보의 질이 문제가 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이 워낙 개방된 공간이라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서 누가 어떠한 서비스를 어디에서 얼마만큼 이용하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는 인터넷 이용자가 각자의 양심-이것을 통신상에서는 네티켓이라고 부른다-에 맡겨서 인터넷 이용을 허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각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조치를 취할 것인가? 실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인터넷에 있는 한쪽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이용자의 모습을 완전히 숨길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실례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anon.penet.fi'라는 이름의 컴퓨터는 서로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 경우에도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 사람들의 존재를 완전히 숨길수 있도록 하는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 사이에서 서로를 숨길수 있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게시판이나 자료실에서 자신을 감추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 '실명확인' 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인터넷의 정보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방돼 있는 시스템에서 누구든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문제다.
사실 정보의 질 문제는 전문 정보제공자가 많아짐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천리안과 같은 우리나라의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전문 정보제공자가 인력과 비용을 들여서 만든 정보를 무료로 공개하려고 하겠는가.
물론 현재 인터넷상에서 돈을 받고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크레디트카드를 이용하는 서비스에 제한돼 있으며, 인터넷의 덩치에 비한다면 지극히 한정돼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는 유료 대형통신망-컴퓨터서브나 아메리카 온라인 등-에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것을 올려 놓은 것이 많다. 달리 말해 아직 인터넷이 전문적인 정보서비스업체를 키울 만큼 시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인터넷에는 전문 정보서비스업체보다는 통신 판매회사가 더욱 널리 퍼져 있다.
'무차별 공격' 이 특징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모든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적어도 인터넷에서 음란정보가 오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음란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 너무도 쉬운 일이다.
인터넷은 그 대상을 가려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것이 핵무기를 만드는 정보이든. 외설스런 정보이든 간에 국민학생에게도 대학생에게도 직장인에게도 인터넷은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달리 말해 정보의 수취자가 어떠한 상황인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차별 공개와 함께 모든 정보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흘러나간다. 그 정보가 어떤 사람의 사생활에 관련된 일이든,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회사나 학교의 기밀이든 간에,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물론 피해가 갈 만한 모든 정보에 대해서 보안을 철저히 한다면 이는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기술적인 문제는 바로 보안이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트스케이프(Netscape)라는 소프트웨어에 보안상의 허점이 있다고 해서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일을 상기해 보라.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컴퓨터 수록 정보의 보안에 대해 낮은 관심을 가진 상태라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보안을 지켜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델이 많은 회사에 의해서 건의, 재정되고 있다. 단어만으로도 생소한 STT라든가 SSL, PCT와 같은 용어가 바로 인터넷상에서 보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용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보안 모델들을 제정하고 보완하기는 하지만,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보면 "이정보가 다른 곳으로 이전돼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정보가 언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지 모르는 것이 현재 인터넷의 상황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속도다. 이유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나 기업체에 들어가는 고가의 인터넷 선로의 속도는 56kbps 정도다. 즉 초당 5만7천4백44비트(56×1024)정도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초당 3천5백84자 정도의 한글을 주고 받는 것은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정도의 속도를 얻는 것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56kbps의 속도를 가진 선로라면 평균 50%정도의 속도 밖에 얻지 못하는 것이 인터넷의 현재 상황이다.(이러한 문제로 차세대 인터넷의 매체는 인공위성이나 ISDN CATV 의 선로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 전용선의 속도가 이럴진대, 우리가 고속모뎀이라고 부르는 14.4kbps모뎀이라든가 28.8kbps모뎀으로 접속하는 인터넷은 이보다 훨씬 느리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인터넷 선로는 대부분 미국의 것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제한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하이텔이나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통신망에 14.4kbps 모뎀으로 접속하면 초당 7백50자 정도의 한글을 전송 받을 수 있지만, 인터넷의 경우에는 2백자 내지 3백자 정도의 한글을 전송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문제는 영어만이 표준어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 내부에 있는 인터넷에는 자국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바다를 건너는 경우에는 대부분 영어가 사용된다. 당연히 영어를 모르는 이들이 접근하기에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도 영어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하기 꺼려하는 국내 사용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터넷상에는 수많은 약어들과 전문언어들이 만들어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은 문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CUL이라는 단어를 보고"See You Later"라는 말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AKA(as known as) CO(computer operater) U(you)등 일반인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사용되는 것이 인터넷이다. 가뜩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의 미래, 장미빛만은 아니다
인터넷이 점점 중요한 매체로 부상하면서 미국 정부의 인터넷 개입설이 자주 이야기 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인터넷 사용자의 강한 반발과 미국정부의 인터넷개입 명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가 인터넷에 참여한다는 것은 각 국가가 자국의 인터넷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인터넷의 특징은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인터넷을 지금까지 발전시켜왔고 지금도 유지해가고 있는 것은 바로 '자유' 다 만약 큰 국가기관이나 회사에서 인터넷을 관장한다면 이 특징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터넷 전산망의 유지 보수도 몇 개 회사가 처리해내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 돼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가 인터넷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절대적인 관리자가 없다는 것은 앞서 살펴본 문제점들 - 정보의 질, 사용자의 확인, 보안문제 등 -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거나 회사가 개입하는 관리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술적인 측면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은 막연한 정보의 보고는 아니며,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는 세계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이 앞으로 없어진다거나 그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터넷에는 미래가 존재한다.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