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초능력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평소 마음이 산만해 보여 몇가지 정신집중훈련을 시켰더니 손가락으로 글을 읽게 됐습니다.” 작년 대전에서 열린 한국정신과학학회에서 눈을 가린 채 두 손가락만을 대고 책과 신문을 읽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신유미양(15세)의 아버지 신재호씨의 말이다. 이때 신유미양은 책에서 손을 떼고도 글을 읽어 국내 초시(超視) 능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공개적으로 입증했다.
신재호씨가 유미양을 훈련시키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중학교에 다니던 딸의 정신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 그는 평소 자신이 알던 단전호흡 최면 요가 등 몇가지 훈련법을 복합해서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손으로 보는 유리같은 세상
손가락으로 글을 읽는다는 발상은 우연히 떠올랐다. 훈련과정 중 옛소련의 한 소년이 손가락으로 책을 읽는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시험해 본 것.
신재호씨가 사용한 실험재료는 흔히 볼 수 있는 트럼프용 카드였다. 먼저 색깔을 구분하게 하고 이후 무늬도 볼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암시를 통한 의식집중’. 신씨는 딸에게 “사물이 유리라고 생각하라” 는 암시를 계속 주입시켰으며, 딸의 잠재의식에는 “모든 사물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는 관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훈련을 마친지 불과 50시간 후, 마침내 유미양은 손가락으로 글을 ‘보게’ 됐다. 초능력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통념을 깨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깨끗하고 감성이 예민한 어린 나이일수록 초능력을 얻기 쉽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재석씨(한국주택은행 흑석동 지점장, 56세)는 50대 초반에 훈련을 시작, 현재 ‘웬만한’ 초능력 시범을 보임으로써 ‘초능력 수련에는 나이가 없다’ 는 말을 실현시킨 장본인.
“숟가락이 구부러진다고 의식을 집중하고 두 손가락과 눈으로 기(氣)를 보내면 숟가락 접촉부위가 말랑해지는 느낌이 옵니다.” 잠시 눈을 감은 이재석씨가 어느 순간 새끼 손가락으로 숟가락 끝을 잡아당기자 숟가락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는 다시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다 왼쪽으로 당겨 꼬인 숟가락을 만들었다. 얼마전까지는 엄지 손가락으로 당겼는데 여러번 연습을 하니까 점점 적은 힘으로도 숟가락이 휘어졌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숟가락을 만지는 것만으로, 혹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숟가락이 휘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재석씨가 이 길에 입문한 것은 5년 전 한 70대 노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 노인은 이재석씨가 근무하던 은행에 무료로 약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어느날 이재석씨가 그 노인을 만났을 때 고맙다고 인사하자, 그 노인은 “왜 고맙다고 내게 얘기하느냐” 며 화를 냈다. 자신은 물을 뜨려고 새벽마다 산에 올라 운동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이재석씨는 ‘사고의 전환’ 이 주는 신선함을 느끼고 자주 그 노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인은 동양 역학에 정통했다. 마침 정년퇴직 이후의 일을 구상하던 이재석씨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스승으로부터 동양철학의 정수를 전수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초능력에 대한 책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영감이 느껴졌고, 국내 여러 초능력자들을 만나 수련방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는 동자추를 이용한 수맥찾기. 그에게 동자추는 요술방망이다. 땅 위에서 직접 수맥을 찾을 때 뿐만 아니라 신문을 보고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거나 다른 사람 손에 든 사물을 파악할 때도 동자추를 사용한다. 실제로 지난 ‘삼풍 참사’ 때 신문을 펴고 동자추의 움직임을 관찰해 생존자의 존재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아직 충분한 연습을 못하고 있다. 퇴직 후 여유가 생기면 본격적으로 훈련에 몰입할 계획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
초능력은 과연 누구나 연습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초능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초능력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 현상이 아직 보편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능력의 세부 분류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경험적인 사례를 통해 대략적인 개념 파악이 가능하다.
허창욱씨(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는 “초능력을 비롯한 초자연현상(초상현상)이란 이미 알려져 있는 과학적 상식들을 통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자연 속에는 아직까지 기존의 과학적 인식의 틀로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그 중 특히 인간의 오감(五感)을 뛰어넘어 발현되는 여러가지 현상들이 초감각현상, 또는 초지각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미지의 영역’ 에 대한 접근 자세는 두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첫째는 ‘알 수 없다’ 는 입장. 현재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더 알려고 하지 않고 신비주의적 맹신에 빠지거나 반대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성급히 단정짓는 경우다. 둘째는 ‘알 수 있다’는 입장. 이원근씨(창조지성학회 총무이사)는 “공중부양과 같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듯한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과 모순되는 것일 뿐이며 새로운 과학적 원리를 통해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현재까지의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학적 탐구 자세를 잃지 않는 경우다.
만일 당신이 두번째 견해에 동의한다면 초능력의 세계에 좀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은 마음을 연 겸손한 자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능력 훈련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하나의 벽이 닥쳐온다. 바로 동기부여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훈련 탓에 몸이 불편하거나 어떤 현상이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왜 내가 이러고 있을까” 하고 회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초능력 훈련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두가지 사항에 대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첫째 본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우선적인 목표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어떤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면 이를 잘 관찰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즉 초능력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특히 몸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만을 자나 깨나 바라는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는 그 ‘길’ 을 제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이 ‘먼저 길을 걷는 선배들’의 충고다. 무리한 탓에 몸을 상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서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갖춘 스승이 필요하다.
올바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제자에게 스승은 지나칠 정도로 엄하다. 기(氣)를 발해 환자를 치료하는 스승이 있었다. 치료 현장을 목격한 한 대학생이 매일 스승을 쫓아다니며 ‘신비의 능력’ 을 전수해달라고 졸랐다. 학생은 이미 가산을 정리, 스승을 모시고 산에 들어갈 모든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스승은 한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내가 말하는 호흡법을 익히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 는 것. 그 호흡법은 시간과 방법면에서 초심자가 감당하기에 상당히 무리한 것이었다. 물론 학생은 자신의 수준을 무시하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밤새도록 호흡에 열중했다. 며칠 후 심신이 지친 학생은 스승을 조용히 떠났다. 아니 스승이 학생을 보낸 것이었다. “젊은 사람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허황된 생각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보인 좋은 사례였다.
둘째 다른 사람, 나아가서 세상에 대한 기여다. 박병운씨(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는 “초능력은 인간생활에 도움을 주는 관점에서 유용할 뿐” 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초능력의 ‘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질 때 초능력이 더 향상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우연히 자신에게 피로를 제거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몇몇 사람들을 상대로 시험한 후 자신감이 생긴 그에게 또다른 욕심이 생겼다. 피로를 풀어주는 대가로 회사 간부들과 ‘계약’을 맺으면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미 선금을 받은 상태에서 첫 계약자에게 갔다. 그러나 능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돌려주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을 얻었다.
“이런 능력을 갖춘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하나의 복이요, 욕심 없이 남을 위해 사용해야 의미가 있다” 는 것. 이후 그는 대가 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그의 능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됐다. 숟가락을 구부리고 공중에 뜨는 일에만 골몰한 사람들은 영원한 ‘초보’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신재호씨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딸처럼 나름대로 특수한 능력을 개발해 세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는 “예를 들어 훈련을 받은 어린이들이 장차 의학이나 건강 분야에 투신, 특수한 물질이나 새로운 진단·치료법을 개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결국 초능력은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용될 때만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빛을 발해야
초월명상자들의 생각은 보다 웅대하다. 이들은 “초월명상을 실천하는 인원이 많아져 그 지역 인구의 1%에 이르렀을 때 그 도시의 범죄율 병원입원율 그리고 교통사고율 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1974년 발표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명상자들이 발하는 어떤 기운이 나쁜 환경을 정화시킨 것일까. 현재 이들의 희망은 수행자 수를 확대시켜 세계의 평화와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초능력에 대한 연구 초기에는 이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그러나 이제는 과연 어떤 조건에서 현상들이 발현되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초능력자’ 들이 가까운 미래에 ‘보통’ 사람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초능력이 특수하고 예외적인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생명체들에 보편적으로 잠재된 능력이라는 점이 점차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초능력 연구의 요람 한국정신과학학회
우리나라에서 초능력 연구는 별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다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작년 4월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모임’ 을 시작으로 현재 총 회원수 4백70명을 갖춘 한국정신과학학회가 본격적인 연구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 1백30명, 석사 60명이 포함된 숫자다. 국내의 웬만한 초능력자들이 함께 모여 있다.
지금까지 3차에 걸쳐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대회 때마다 자료집을 발간했다. 글은 대부분 전문성이 높은 논문 수준.
학회의 설립 목적은 “첫째 기존의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다양한 정신현상과 자연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 창출, 둘째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과학기술 개발, 셋째 인간에 내재된 무한한 잠재능력 개발과 인류사회에 응용될 새로운 과학 창출” 등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통사상 생체 기에너지 시공간 기에너지 잠재능력 등 4개 분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초능력은 이 중 잠재능력 분야에 속한다.
역사가 짧고 별다른 지원이 없는 탓에,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과 초능력자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아직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박병운 상임이사는 “조만간 갖출 실험시설과 연구소 확장을 계기로 내년에는 보다 성과있는 대회가 열릴 것” 이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