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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환경의 화룡점정 모니터

해상도 자동조절 가능한 대형 국산품으로

최근들어 기존의 14인치 모니터보다 화면이 큰 대형 모니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한번 사면 좀처럼 교체하기 어려운 것이 모니터. 구입시 고려해야 할 체크포인트를 살펴보자.

"근 1년동안 펜티엄을 구입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생활비 일부에서 틈틈이 저축하랴, 밤마다 번역아르바이트로 불면의 밤을 보낸 날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샐러리맨으로 2백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구입하기가 이렇게 힘들줄 알았다면 아예 꿈도 안꾸었을텐데..."

1년의 피나는 절약끝에 2백만원을 마련해 용산전자상가로 향하는 회사원 김씨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그동안 두번의 컴퓨터 구입 경험으로 안면을 익혔던 조립업체에서 펜티엄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1년 전 눈도장을 찍어놓았던 펜티엄 60은 이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가게 주인이 추천해주는 펜티엄90 가격이 얼추 예상 비용과 맞아 이를 구입하기로 결정 했다.

하지만 조립제품이다보니 본체 이외에도 고민해야 할 사양이 많았다. 언제 또 구입하나 싶어 하드디스크 용량은 최소한 1GB, 키보드와 우스도 건강을 위해 인체공학제품으로, CD롬 드라이브는 당연히 4배속, 그리고 여기에 16비트 사운드 카드와 28.8k 모뎀을 선택했다.

내심 자신의 결정에 흐뭇해하는 김씨를 보고 가게 주인은 "이왕 펜티엄을 구입한 마당에 모니터는 17인치는 못사더라도 15인치를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대형 모니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예산을 초과 할 것 같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의 표정을 읽은 주인은 "5백40MB 하드디스크를 사고 나중에 하나 더 구입하거나, 모뎀의 가격이 계속 싸지고 있으니까 지금은 14.4k 모뎀을 사도 나중에 충분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는 한 번 사면 다시 구입하기 어려운 만큼 이왕이면 대형을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권유 이유를 말한다. 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결국 김씨는 처음의 생각과 다른 사양의 펜티엄 컴퓨터를 구입했다.

요즘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예전에는 당연히 모니터 하면 14인치를 떠올렸다. 대형 모니터의 가격이 워낙 비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사용자들도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형화 추세

최근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거나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소 값이 비싼데도 대형 모니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로 영상을 보는 경우 화면이 크면 그만큼 더 실감나기 때문이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고 운영체제를 비롯한 각종 응용 프로그램들이 그림 위주로 바뀐 것도 사용자들이 대형 모니터를 고르는 이유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4대 모니터 업체들이 올 상반기 중에 생산한 모니터는 총 7백10만대이며, 이중 15인치이상 대형 모니터가 2백23만대로 전체의 3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회사별 대형 모니터 생산비중은 10-20% 수준이었다.

대형 모니터 생산비중이 이처럼 크게 높아진 것은 멀티미디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대형 고해상도 모니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모니터 업체들도 채산성이 악화된 소형 모니터 생산을 지양하고 주력 기종을 14인치에서 15인치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관의 모니터 사업을 흡수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전년 동기대비 20.3% 늘어난 3백34만대의 모니터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5인치 이상 모니터가 79만대를 차지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9.1%에 그쳤던 대형 모니터 판매비율이 22.2%로 대폭 높아졌다. 다른 모니터 제조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LG전자는 15인치 이상 모니터의 비율이 44%를 기록했으며, 대우전자와 현대전자도 40% 이상으로 잡고 있다.

특히 대형 모니터는 쓰고 싶은데, 17인치는 너무 비싸고 14인치를 쓰려니 답답한 사용자들이 즐겨 찾는 15인치 모니터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보다 완벽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꾸미려는 사용자들의 욕구에 부응해 각사는 15인치 이상의 제품은 스피커 내장 멀티 모니터로 발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화면 양쪽에 스피커를 내장하고 아래쪽에 마이크와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잭을 마련해 모니터 자체에서 오디오 기능을 구현하도록 했다.

모니터의 가격은 크기가 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싸다. 현재 14인치 모니터라면 25만원 내외에서 구입할 수 있고, 15인치 모니터는 이보다 약 10만원 정도 비싸다. 브라운관의 대부분을 일본 히다치에 의존하는 17인치의 경우는 엔화 강세로 적어도 7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14인치에 비해 대형임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는 고가의 17인치 모니터를 구입할 때는 해상도와 밝기를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는 기능과 모니터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화면에 표시해 주는 자기진단 기능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하지만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라면 굳이 17인치를 살 필요가 있을까는 의문이다.

LG가 선보인 17인치 모니터는 PC와 모니터간의 접속불량이나 신호체계 불일치 등 불량요인을 감지해 주는 자기진단기능이 들어 있다. 화면 확대와 축소시 모니터의 수평과 수직 크기를 따로 조절해야 하는 기존제품과 달리 한번의 버튼 동작으로 화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줌 기능을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컴퓨터 분야에서도 '인체공학' 설계가 도입된 제품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손목, 어깨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고,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눈동자가 충혈되고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교사인 이경재씨는 "컴퓨터 성능은 제일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면서 왜 사람의 몸과 직접 닿는 주변기기는 소홀히 다루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컴퓨터를 살 때 끼워주는 형편없는 질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그냥 쓴 다거나, 전혀 효과도 없는 싸구려 보안경에 화질도 선명하지 못하고 떨리기까지 해 조금만 보면 눈이 핑그르르도는 저질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탄 한다.
 

중소 PC제조업체에서는 아예 시스템에 17인치 모니터를 포함해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풀 스크린과 온 스크린

모니터를 보지 않고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눈은 시력이 떨어지면 거의 회복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주변기기보다도 돈이 더 든다 해도 눈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좋은 모니터를 구입해야 한다.

눈으로 보기에 약간 어둡거나 미세하게 번지는 현상은 고장으로 보기도 힘들어 일단구입하게 되면 사소한 단점들을 감수하면서 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가격은 크기도 크기지만 선명도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얼마나 자연색에 가깝게 선명하고 깨끗하게 나오냐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된다. "대패로 깎았다'고 광고 하는 TV는 볼록한 부분이 없어 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실질적인 화면 자체도 크다.

모니터도 마찬가지. 화면이 볼록 튀어나온 구형 모니터의 경우 대부분 무반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화면에서 난반사가 발생해 시력을 저하시킨다. 요즘 모니터들은 TV처럼 평면사각과 전자파를 모니터에서 차폐해주는 무반사 브라운관을 쓰고 있다. 따라서 굳이 보안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평면사각과 무반사 브라운관 이외에도 모니터를 고를 때에는 풀 스크린 기능과 마이 컴, 온스크린 기능이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4인치 모니터라고 정확히 14인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15인치가 반드시 14인치보다 1인치 크지도 않다. 같은 크기일지라도 풀 스크린 기능이 있고 모서리가 잘리지 않는 것과, 풀 스크린 기능이 없고 모서리가 잘리는 모니터는 차이가 있다. 풀 스크린이란 말그대로 모니터 전체를 화면으로 다 쓸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구형 모니터는 바깥에 검은 테두리가 있어 14인치일 경우 실제 크기는 13인치도 못된다. 화면 크기를 인치만을 갖고 따져서는 안된다.

마이컴 기능은 사용자가 굳이 해상도를 따로 맞출 필요없이 모니터 자체가 자동으로 맞춰주는 것을 말한다. 해상도는 모니터의 선명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화면이 선명해 보인다. 14인치의 표준 해상도가640×480인데 반해 15인치 이상의 모니터는 1024×768이다. 결국 모니터가 클수록 해상도가 높아진다. 14인치를 쓰다가 15인치로 업그레이드 했을 경우 마이컴 기능이 없는 모니터라면 컴퓨터를 15인치 해상도에 맞게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마이컴 기능이 있는 모니터라면 전원을 꼽기만 하면 알아서 해상도가 맞춰진다.

온스크린 기능이 있으면 기능 조작시나 이상이 있을 때 모니터가 화면에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 기능은 17인치 이상급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15인치 모니터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장착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모니터 카탈로그를 보면 도트 피치와 수직주파수라는 항목이 있다. CPU나 램 등은 조금만 컴퓨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으나 도트 피치와 수직주파수는 매니아 아니고서는 잘 알지 못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도트 피치는 화면을 구성하는 점의 크기를 말한다. 이는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나누어지는데, 보통은 0.28㎜이고 고급형은 0.26㎜, 외국산 고급형은 0.25㎜도 있다. 모니터는 이 점이 작을수록 더 많은 점이 모여서 더욱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도트 피치가 작을수록 화면이 선명하다. 수직주파수는 기술적인 내용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75㎐이상이 되는 것을 고르면 된다. 눈의 깜빡임이 없는 기본 수직주파수는 60㎐다.
 

그래픽 작업을 주로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14인치에 비해 가격이 세배쯤 비싼 17인치 모니터 구입은 한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국산이 외제보다 성능 뛰어나

대형 모니터는 김씨의 구입 동기처럼 한번 사면 다시 바꾸기가 어려운만큼 신중히 골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컴퓨터를 구성하는 기기 중에서 모니터만큼 국산화가 잘돼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외제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모니터다.

'셈트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삼성전자 '싱크마스터 17 GLSI'가 지난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컴퓨터 정보통신박람회 세빗 95에서 최우수제품에 주는 IF상을 수상했다. 현대전자도 이 박람회에서 17인치 절전형 모니터로 환경보존 부문 최고제품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의 '싱크마스터 17 GLi'는 지난 8월 NEC소니 미쓰비시 필립스 등을 제치고 미국 컴퓨터 전문지인 'PC매거진'이 매년 발표하는 '편집자가 선택한 모니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10년전 흑백 모니터가 발표되고 486급 PC와 함께 컬러모니터가 탄생되기까지 컴퓨터 사용자들의 사랑을 담뿍 받았던 흑백 모니터는 지난6월초 삼성전자가 생산을 중단함으로써 완전히 막을 내렸다. 흑백 TV가 지난 80년 컬러방송 시대의 개막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15년간 생산이 계속된데 반해 흑백 모니터는 컬러 모니터가 등장한지 3년만에 밀려난 것이다.

14인치 컬러 모니터 또한 PC의 성능이 향상되고 윈도95의 발표로 이에 사용환경을 맞추다 보니 시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심지어 국내 컴퓨터 업체들은 11월 윈도95한글판 출시를 앞두고 17인치 대형 모니터를 기본으로 한 저가 일체형 PC를 일제히 선보일 예정이어서 생각보다 빨리 14인치 모니터는 우리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같다.
 

(표) 15인치 컬러모니터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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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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