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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틀 대표 이한순

올드미디어로 첨단미디어 교육한다

PC통신 초창기부터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클틀'이 최근들어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이한순 사장은 동영상 정보를 가공해 통신망에 올리기 위한 미래 산업의 초석을 다지느라 바쁘다.

'PC 1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80년대 초반 8비트 애플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불붙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 붐을 이끌어온 이들은 책상 위로 올라온 컴퓨터가 바꾸어놓을 세상을 꿈꾸며 우리의 컴퓨터 문화를 이끌어왔다.

통신회사 '큰틀' 대표이자 여러 컴퓨터 전문지와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이한순씨(34) 역시 이 1세대 인물중 한 명. 하이텔 전신인 케텔과 천리안 전신인 PC서브에서 온라인 학원 역할을 했던 각종 강좌를 통해 입지를 다져온 그는 세월이 변한 지금도 여전히 PC통신망에 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큰틀 대표 이한순
 

미래 흐름 읽기로 승부

그가 컴퓨터를 '업'으로 삼은 것은 한양대 전자학과 재학 당시인 지난 83년부터. 청계천 상가를 들락거리다가 우연히 알게 된 한 업체로부터 사무자동화용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받은 그는 "프린터 한번 맘대로 써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플로피드라이브 한대 갖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 이었던 시절인 만큼 잘 갖추어진 장비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

그가 이 기회를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시의 경험이 이후 급속도로 전개된 'PC의 대중화' 흐름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작업을 계속 하던중 군에 입대, 전산실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 그는 엄청나게 빨리 변하는 컴퓨터 환경의 변화속에서 '남들이 손 안대는 것'을 계속 궁리하게 됐고, 자신의 앞날을 데이터베이스 설계 쪽으로 정리했다.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가정정보시스템'(HIS)이란 프로그램을 기획, 2주만에 개발을 마치고 이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흐름 읽기'의 결과였다. '가정 주부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란 아이디어를 구현한 이 프로그램은 요리 미용 교통 등과 같은 생활정보를 아무런 입력 절차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좇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각 정보를 하이퍼텍스트 방식으로 연결한 것도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기법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쏟아진 찬사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주고 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한다는 그의 사업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프로그램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통신에 눈을 돌리게 된다. 막 케텔이 문을 열고 무료로 모뎀을 나눠주며 사용자를 확보해가던 때라 전망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의 큰틀 서비스는 그동안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내용을 몇차례 바꾸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강좌가 끝난 뒤 한동안은 각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관련된 정보를 취급해 특히 초보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고, 또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각종 소식을 한군데 모아 뉴스방 역할을 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통신서비스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년 9월 '큰틀'을 법인으로 전환한 그는 최근들어 인터넷 웹 서비스와 관련된 컨설팅과 제작대행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이렇듯 통신은 그의 '밥벌이'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데이터베이스다. 달리 표현하자면 통신은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에 머문다.

따라서 그는 현재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열풍에 대해서도 '형식보다는 내용'이라는 애초의 입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구축중인 그의 회사 홈페이지에는 용어사전 등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들이 수록될 예정인데, 그래픽보다는 정보의 질로 승부를 낼 계획이라는 것.

"웹이 기존 문자 위주의 정보에 그래픽이 가미됨으로써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탓에 대부분의 홈페이지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의 관점에서 보자면 웹은 그래픽이 전부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갱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사이트라도 한 번 들러본 뒤에 다시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각종 이벤트가 가미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동영상 정보를 가공해 통신망에 올리기 위한 미래 산업의 초석을 다지느라 바쁜 이한순 사장
 

'제대로 된' 컴퓨터 비디오 제작

요즘 이한순씨는 컴퓨터와 관련된 또다른 새 사업에 몰두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전달 된 '큰틀=통신회사'의 이미지에 '동영상 정보 전문회사'를 추가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는 멀지 않은 장래에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영상 매체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부에서 조심스레 시도하고 있는 VOD(주문자 비디오 제공 서비스)나 비디오 CD 등이 모두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예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지난 10월부터 작업에 들어가 12월 중으로 발표될 컴퓨터 교육용 비디오는 이런 그의 생각이 구체화된 첫 결과물이다. 모두 6개의 테이프에 담길 이 비디오는 'PC뱅크'란 제목으로 워드프로세서 컴퓨터그래픽 스프레드시트 인터넷 등 컴퓨터 전반에 걸친 내용을 알려주고 있다.

출연 강사진도 화려하다. 곽동수(컴퓨터 테크니컬 라이터) 이대윤(컴퓨터 아트협회 회장) 박수민(천리안 아트미디어 동호회 시삽) 정수천(표계산연구소 소장) 등 당대 최고를 자랑하는 스타들과 함께 인터넷 강의에는 이씨가 직접 출연한다.

각 비디오는 5분짜리 짤막한 클립을 책의 단락 나누듯 20개로 잘라 제작된다. 그는 "그 동안 국내에서 제작된 교육용 비디오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것으로는 국내 처음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보다 다소 '시대에 뒤진 매체'로 인식되는 비디오에 '컴퓨터 전문가'가 눈을 돌린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말도 많았던 모양. 그러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에게 그가 건넨 말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현재를 탄탄하게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시대를 제대로 읽자"였다. 컴퓨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잘 쓰고 있는 사람보다 많은 현실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매체인 비디오는 그 간격을 메우는데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란 말을 들어온지도 꽤 오래 됐습니다만, 과연 우리는 그 화려한 단어에 어울리는 준비를 해왔는지 되묻고싶군요. 예를 들어 문자 위주의 매체인 신문이 과연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준비를 해놓은 게 있습니까. 아마 영상 매체도 미리 준비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미디어가 지나온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비디오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현실적인 지금의 필요와 함께, 앞으로 필요한 동영상 정보를 미리 확보한다는 두가지 의미 모두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이란 이 시대 최고의 테크놀러지와 영상물을 결합하려는 그의 시도가 앞으로는 어떤 영역으로 확대될지 궁금하다.


남들이 손안댄 영역을 앞서 시작한다는데 큰틀팀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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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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