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을 밤, 영웅 페르세우스는 아름다운 부인 안드로메다, 장인 케페우스, 장모 카시오페이아와 함께 행복한 만찬을 즐긴다.
우리은하에는 센타우루스 궁수 백조 페르세우스 등 4개의 나선팔(spiral arms)이 있다. 11월 밤, 아마추어들은 벙거지에 목도리를 두르고 은하 외곽에 펼쳐진 페르세우스(Perseus)의 나선팔을 올려다 본다. 그들은 지난 여름 궁수자리(Sagitarius)팔과 백조자리(Cygnus)팔의 장대함을 보았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조그만 집 뒤뜰에서 나선은하의 광활함을 실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
페르세우스는 카시오페이아와 플레이아데스 사이에 있다. 이 별자리에서 눈에 띄는 별은 '미르팍'(Mirfak)과 '알골'(Algol). 페르세우스는 왼손에 칼을, 오른손에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다. 미르팍은 페르세우스의 왼쪽 겨드랑이, 알골은 메두사의 왼쪽 눈에 해당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뱀이며, 알골은 '악마'를 뜻한다. 알골은 그저 '별'에 지나지 않는데, 무슨 악연이 있길래.
알골은 흥미로운 별이다. '알골 패러독스'라는 수수께끼로 천문학자들이 한동안 골치를 앓은 적이 있다. 알골은 청백색 주성과 노랑색 동반별로 이뤄진 쌍성계다. 사흘에 한번 질량 중심을 공전하기 때문에 밝았다 어두워졌다 하는 변화가 빠르게 되풀이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별의 밝기 차이가 1등급이 넘는다는 것. 알골의 변광을 '메두사의 윙크'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
미르팍 근처를 쌍안경으로 보면 '페르세우스 III 성협'(Perseus III Association)이 시야에 들어온다. 검은 비로드(veludo, 포르투갈어)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별의 모임이다. 하지만 페르세우스 자리의 백미는 'h-χ'(에취-크사이)라고 불리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일 것이다. h-χ는 두 개의 인접한 성단으로 각각은 NGC869와 NGC884다. 꽤 오래전, 필자가 4인치 단초점 망원경으로 본 h-χ는 가슴 벅차도록 예쁘고 아름다웠다. 겨울에 천체망원경을 볼 기회가 있거든 저배율로 아이피스 시야에 꽉 찬 h-χ를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성단은 페르세우스의 V정점과 카시오페이아 W의 끝별 사이에 있다.
M34 성단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다. 별들이 넓게 퍼져 있어 큰 망원경보다는 쌍안경으로 보는 것이 적격이다. 페르세우스에 또다른 유명한 천체가 있다면, 영웅의 발치에 있는 '캘리포니아 성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장시간 노출했을 때만 필름에 나타난다.
다시 나선팔 얘기로 돌아가서, 센타우르스 궁수 백조 페르세우스의 순서는 은하 중심에서 가까운 나선팔의 차례다. 그럼 태양은 어디 있을까. 우리 태양은 게성운 페르세우스 III 성협과 함께 백조자리 팔에 있다. 페르세우스 팔에는 '티코의 별'과 h-χ가 숨어 있다. 글쎄, 여러분의 상상은 이미 태양계를 떠나 나선팔 위에서 장엄한 은하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달의 천문현상
17일 사자자리 유성우 극대. 이 유성우는 11월 14일부터 20일 사이에 나타나며 시간당 평균 출현 수는 10-15개. 사자자리 유성우의 활동은 33년마다 활발해지며, 템플-터틀(Temple-Tuttle) 혜성의 회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래서 템플-터틀이 근일점을 통과한 직후에는 시간당 평균 수천개의 유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낙하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하며 유성흔이 남는 확률도 매우 높다.
18일 일몰 후, 남서쪽 지평선 궁수자리 부근에서 금성 화성 목성이 서로 가까이 모인다. 이 현상은 닷새 뒤인 23일에 다시 재현된다.
21일 외뿔소자리 유성우 극대. 11월13일부터 12월2일 사이에 출현한다. 보통 때는 미약하지만 10년에 한번씩 활동이 활발해져 시간당 약1백개의 별똥별이 떨어진다.
23일 수성의 내합. 지난 10월5일 외합의 위치에 있던 수성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일몰 후, 남서쪽 지평선 궁수자리 부근에서 금성 화성 목성, 그리고 초승달이 가까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