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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때론 거칠게 바다를 지배한다

적조 발생 원인, 조류의 생태

얼마전 우리나라 근해를 강타, 엄청난 피해를 준 적조. 그러나 적조의 실체 '조류'는 평소 수중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1차생산자다. 조류의 생활사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살펴보자.

바닷물이 푸른 것은 하늘이 푸른 것처럼 빛이 물분자나 물속 작은 입자들에 의해 산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닷물의 색깔은 물속 부유성 조류(식물플랑크톤)나 부유입자에 의해 변할 수 있다. 연안에 엽록소를 가진 식물플랑크톤이 많으면 바닷물이 녹색을 띤다. 홍해는 붉은 색소를 갖는 트리코데스미움(Trichodesmium)이라는 남조류가 많아 붉게 보이고, 황해는 물속에 점토가 많이 떠있어 누렇게 보이는 것. 얼마전 남해와 동해를 강타했던 적조현상처럼 바닷물이 마치 커피를 타놓은 긋 적갈색으로 보이는 것은 와편모조류의 일종인 코크로디니움(Cochlodinium)이 대대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물플랑크톤 중 가장 수가 많은 요각류(왼쪽)와 9월 중순 통영 앞바다에서 채집된 와편모조류, 코크로디니움.


엽록소가 기본인 하등식물

지난 9월초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적조현상은 남해안 전역과 동남해역을 거쳐 강원도 동해안으로 북상, 수백억원의 피해를 냈다.
적조에 관한 뉴스가 연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적조를 일으키는 조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조류(藻類)는 새를 지칭하는 조류(鳥類)와 조석에 의한 바닷물의 흐름을 말하는 조류(潮流)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여기서 말하는 조류란 물속에 사는 하등식물로서, 뿌리 줄기 잎의 구별이 없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조류의 종류에는 남조류, 규조류, 와편모조류, 유글레나류 및 기타 편모조류,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이 있다. 또한 강 호수 연못 등에 사는 조류를 담수조류라 하고, 바다에 살고있는 조류를 해조류라 한다.

조류를 분류하는 기준은 형태, 광합성산물, 광합성색소의 종류 등이다. 가령 엽록소(클로로필)는 모든 조류가 갖는 기본적인 광합성색소인데, 갈조류는 염록소 외에 갈색을 띠는 색소가 많으며 홍조류는 붉은색 색소가 많다.

조류는 또 생활형태에 따라 저서성 조류와 부유성 조류로 분류된다. 저서성 조류들은 바닥에 붙어 살며,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조류(파래) 갈조류(미여 다시마) 홍조류(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크기는 대부분 대형. 다시마는 수십m까지 자란다.

한편 물에 떠서 생활하는 부유성 조류는 흔히 식물플랑크톤이라 불리며 크기가 아주 작아 육안으로는 보기 어렵다. 식물플랑크톤 중 대표적인 것은 규조류와 와편모조류. 규조류는 규소를 포함한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도자기를 만들 때 쓰이는 규조토가 된다. 와편모조류는 편모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으며 유독성 적조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표) 해양에서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


몸을 줄이는 생존 투쟁

지구 표면적의 약70%가 바다고 육지에도 강이나 호수가 많으므로, 물속에 사는 조류의 분포는 육상식물의 분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식물플랑크톤은 마치 육상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생산해 육상생태계를 유지시켜 주듯이, 수중환경에서 1차생산을 담당해 수중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식물은 빛이 있어야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합성할 수 있다. 태양광선은 바다의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감소해 심해로 가면 결국 암흑의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따라서 빛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해양 식물플랑크톤의 수직분포는 자연히 광합성하기에 충분한 빛이 있는 표층에 국한된다.

식물 플랑크톤은 보통 크기가 수㎛(${10}^{-6}$m)에서 수백㎛ 밖에 안돼 현미경을 사용해야만 관찰이 가능하다. 식물플랑크톤은 왜 이렇게 작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표면적 대 부피의 비'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표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길이의 3제곱에 비례하므로, 입자가 작아질수록 표면적 대 부피의 비는 커지게 된다.

이 비가 커지면 식물플랑크톤에게는 여러가지 장점이 생긴다. 즉 이 비가 클수록 마찰저항이 커져 침강속도가 줄고, 결국 광합성을 위해 빛조건이 좋은 표층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 또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클수록 주변에서 영양염류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대형조류의 생식방법은 종류에 따라 특이하고 복잡하다. 기본적으로는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는 무성생식 세대와 배우자가 접합해 번식하는 유성생식 세대가 있으며, 생활사를 통해 무성세대와 유성세대를 교대로 거치는 세대교번을 한다. 반면 단세포생물인 식물플랑크톤은 세포분열 그 자체가 바로 번식이 된다. 즉 세포가 2개로 나누어져 각각의 세포가 독립된 개체가 되는 것. 이들은 분열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나면 하루에도 1-2번씩 분열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도중에 죽는 것이 없다고 가정하면 사흘 뒤에는 처음 숫자의 8-16배에 도달하게 된다. 일부 와편모조류는 환경이 악화되면 휴면포자를 만들어 바닥에 가라앉아 다시 번식할 시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계절을 민감하게 탄다

식물플랑크톤 중에는 야광충(Noctiluca)처럼 빛을 내는 종류가 있다. 야광충 크기는 1mm정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식물플랑크톤으로서 와편모조류에 속하나, 다른 조류나 동물플랑크톤의 알 등을 먹기도 해 원생동물로도 구분된다. 야광충은 자극을 받으면 빛을 내기 때문에, 밤에 물결을 가르며 배가 지나가거나 바닷가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이들이 내는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 바닷가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필히 야광충에 의해 밤바다가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광경을 보기 바란다. 평생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봄이면 새싹이 돋고 여름에 잎이 무성해지며 가을이면 낙엽이 지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것이 온대지방 육상식물의 모습이다. 그러면 조류들은 어떨까. 대형조류들은 오히려 겨울철에 잎이 무성해지며 여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황폐해진다. 식물플랑크톤 군집 역시 계절별 변화를 보인다.

봄에 일조량이 늘고 수온이 올라가면 규조류들이 번성한다. 이 때 영양염류들도 물속에 풍부하게 있어 식물플랑크톤의 번식에 최적조건이 된다. 여름에는 일조량과 수온등은 좋은 조건이 되나 표층과 저층사이에 수온약층이 형성돼 상황이 변한다.

수온약층이란 수심에 따라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수층을 말하며 여름에는 표층수온이 높고 저층으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심한 온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 온도가 낮아 밀도가 무거운 저층수와 밀도가 낮아 가벼운 표층수 사이에 혼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바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재생된 영양염류의 공급도 원활하지 못하고 식물플랑크톤의 번식으로 영양염류가 많이 소비된 상태여서 봄에 비해 규조류의 숫자가 줄어든다. 대신 영양염류가 부족할 때도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와편모조류들이 번성하게 된다.

가을에는 흔히 봄철보다는 숫자가 적지만 규조류들이 다시 번성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낮은 수온과 적은 일조량 등으로 광합성이 활발하지 못해 식물플랑크톤도 그 숫자가 줄어든다.

적조는 생태계의 적신호

'적조'란 플랑크톤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에서 그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이들이 가지는 다양한 색소로 인해 바닷물의 색깔이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바닷물 색깔이 붉게, 혹은 녹색 갈색으로 변할 때 우리는 이런 현상을 각각 녹조 녹조 갈조라 부르기도 하고, 보통은 '적조'로 통칭하기도 한다.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은 편모조류나 규조류가 대부분이나. 때때로 유글레나류나 원생동물인 섬모충류도 적조를 유발한다(표 참조).

적조가 발생할 때 해수 1L에는 수백만에서 수천만의 플랑크톤이 포함돼 있다. 이번 적조의 원인은 유독성 와편모조류인 코크로디니움이다. 크기는 30-40㎛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9월과 10월에 출현하며 수온이 18-23℃일 때 적조를 유발한다.

이 종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적조를 일으켰으며, 바닷물 1mL당 2천마리 이상 존재할 때 어패류의 폐사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들이 만드는 독으로 마비성패독증세(PSP, Paralytic Shellfish Poisoning)와 유사한 증세가 발생, 신경계가 마비되고 호흡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녹조는 부영양화된 담수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 9월말 낙동강 하류에서는 남조류에 의한 녹조가 발생, 물이 진한 녹색을 띠었다. 미국의 동부 연안에서는 최근 바닷물 빛이 누렇게 변하는 갈조(褐潮)현상이 발생, 조개 일종인 가리비 양식에 큰 피해를 주었다. 갈조의 원인은 오리오코코스(Aureococcus)라는 크기2-3㎛의 편모조류. 이들이 대규모로 번식하면 바닷물의 투명도가 떨어진다. 결국 물속으로 투과되는 햇빛의 세기가 약해져 어린 가리비들이 붙어 사는 해초들이 잘 자라지 못하게 돼 결국 가리비 생산이 감소한다.


독성 식물플랑크톤을 잘 먹는 유종섬모충류. 크기는 약 2백 μm이며 원생 동물에 속한다.


예방이 최선

현재까지 적조를 예방하거나 적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연구됐다. 우선 적조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영양염류를 포함하고 있는 오·폐수의 유입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폐수를 방출하는 공장에 폐수 재처리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생활하수종말처리장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환경문제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오염물질을 되도록 적게 버리고, 어민들은 양식장에서 나오는 각종 사료 찌꺼기 및 배설물에 의한 부영양화를 막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적조가 발생하면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화학약품을 뿌리거나 초음파 분쇄기, 오존 발생기,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물리화학적으로 적조생물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또한 점토를 이용, 적조 원인생물을 흡착시켜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방법도 개발됐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아직 어느 것도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한편 생태계 내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이용, 원하지 않는 생물을 제거하는 생물학적 방법도 있다. 동물플랑크톤은 종류에 따라 좋아하는 먹이 생물이 다르므로 적조원인 생물을 효과적으로 먹어치울 수 있는 천적생물을 찾아 이들을 대량 번식, 적조 초기에 투입해 적조를 방지하는 것도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사진은 장만 박사와 필자가 제공한 것입니다).

발생과 피해의 메커니즘 - '부영양화' 넘어 '과영양화'로 물고기 떼죽음

적조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수온, 염분, 빛의 세기, 영양염류와 같은 물리화학적 요인,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동물플랑크톤의 숫자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 조류(潮流)나 해류 같은 바닷물의 이동과 물의 순환, 그리고 기상조건 등이 모두 적조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생활하수나 공업폐수 등도 적조생물의 번식을 돕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적조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우리나라의 적조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기름 유출사고에 따른 과다한 유처리제 사용, 폭우로 말미암아 육상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 태풍으로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유기물들이 떠올라 영양염류가 늘어난 것, 과다한 축산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 수온이 적조생물 번식에 알맞았단 점 등이 그것. 그 결과 부영양화(富營養化) 현상이 발생했다.

부영양화는 식물플랑크톤이 번식하기 위해 필요한 질소 인 등의 영양염류가 물속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현상을 말한다. 영양염류는 생활하수에 특히 많이 존재하는데, 각종 음식찌꺼기와 분뇨 합성세제 등이 주된 오염원이다. 따라서 인구가 증가하고 생활하수가 늘면 당연히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영양염류의 양이 증가할 것이고 결국 부영양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또한 공업용 폐수에도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물질들이 들어 있어 산업화로 인한 폐수의 증가는 식물플랑크톤의 빠른 번식을 돕는다. 이런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부영양화 보다 더 심한 '과영양화'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우리나라의 적조발생 역사는 조선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조실록'에는 태종과 세종 때 남해안 일대에서 적조가 발생,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렇듯 오래전에도 적조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 적조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진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적조가 일어나면 식물플랑크톤이 분비하는 점액질 때문에 물의 점성이 커져 어류가 헤엄치기 힘들다. 또한 물이 아가미를 통과할 때 식물플랑크톤들이 아가미를 막아 어류들이 질식하게 된다. 유독성 와편모조류가 적조를 일으킬 때는 이들의 독이 어류의 신경을 마비시켜 죽게도 한다.

적조의 독성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유독성 식물플랑크톤을 섭취한 어패류를 사람이 먹으면 마비성패독 설사성패독 기억상실성패독 등과 같은 다양한 패독현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독성 식물플랑크톤을 섭취한 홍합을 먹고 마비성패독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또한 어떤 식물플랑크톤은 사람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체를 내뿜기도 한다.

적조의 피해는 식물플랑크톤이 죽은 후에도 나타난다. 박테리아는 죽은 식물플랑크톤을 분해하는데, 이 때 물속 산소가 소비되어 산소가 결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어패류들이 호흡장애로 죽게 돼 수산업과 양식업에 큰 피해를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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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웅서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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