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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정점으로 한 철저한 독재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재롱이」는 찬스포착에 재빠르다.

2년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동물 가운데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하는 가를 설문조사한 바 있다. 이 인기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차지한 동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원숭이'였다. 원숭이 우리 앞에는 언제 보아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 들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원숭이류는 원래 영장류(primates)에 속한다. 학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는 2아목(亞目) 15과(科) 2백10여종으로 분류한다.

이들 중에는 유인원(類人猿)이라 부르는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가 있다. 이들은 두발로 걸어다닐 수 있고 몸의 구조도 사람과 많이 닮았다. 특히 뇌(腦)와 태반(胎盤)은 매우 흡사하다. 또 털이 적으며 맹장을 가지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
 
망토원숭이 부부의 정다운 모습

●- 눈만 굴려서는 볼 수 없다

원숭이가 사람과 닮은 점은 이밖에도 몇 가지 더 있다. 다른 동물들의 두 눈은 대부분이 동시에 좌우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원숭이류만은 사람과 같이 두 눈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옆을 쳐다 보려면 눈만 굴려서는 안되고 사람처럼 고개를 돌려야 한다.

콧구멍도 사람과닮았다. 다른 동물들은 콧구멍 사이가 넓지만 원숭이류는 가까운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의학자들은 원숭이를 인체실험용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원숭이류는 지능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원시적이긴 하지만 장난감이나 도구를 이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숭이류의 지능은 사람의 지능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지능이 발달되어 있다는 침팬지의 지능도 3살 짜리 어린애의 지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원숭이류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자기네들 끼리는 간단한 소리나 몸짓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도 대단하다.

러시아의 동물학자 '반페트로비치 파블로프'는 한쌍의 침팬지를 데려와 실험한 일이 있었다.

그는 실험실을 마치 일류호텔과 같이 꾸미고 침팬지가 생활하도록 했다. 또 실험실에 식당과 목욕탕과 오락실을 만들고 침실엔 침대, 식당엔 식탁까지 모두 갖추어 주고 침팬지의 생활을 면밀히 관찰했다.

침팬지 부부는 처음 이 호화판 생활공간에 어리둥절했으나 점차 잠재능력을 발휘, 제법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해 나갔다.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을 옆으로 밀어 놓고 접시에 직접 입을 대고 핥아 먹는 것, 그리고 잠을 잘 때 베개에 머리를 얹는 대신 머리위에 베개를 얹는 짓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 모습이 날이 갈수록 사람다워졌다.

나중에는 다락에 과일을 넣어 두었더니 실내에 있는 나무토막들을 날라서 차례로 쌓은 뒤 그 위에 올라가 과일을 꺼내 먹을 정도였다. 그러나 침팬지는 그 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했다.

파블로프는 원숭이류가 아직도 몸에 털이 많고 손과 발의 구별이 없으며 안면각이 작은 것을 보면 원숭이는 원숭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생태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여 보면 흥미로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원숭이는 대개가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런 집단생활을 유지하자면 어디엔가 그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규율이 있기 마련이다. 통수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원숭이의 사회에선 이 체제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야생의 경우 뿐만 아니라 사육중인 경우에도 이 규율만은 확립되어 있다.

그들 사회에선 언제 어디서든 보스가 있고 이 보스를 정점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보스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있는 일이다.

원숭이 사회에는 선거제도와 같은 것이 없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동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힘의 대결로 무리의 보스를 뽑는다. 가장 힘이 센 수컷이 보스가 되는 것이다.

무리중에서 보스가 될 '야심'이 있는 놈은 우선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원숭이를 불러 세워 자신을 왕으로 추대할 것을 강요한다.

그 과정 또한 재미있다.

보스는 먹이를 먼저 시식하고 암컷을 독차지하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그래서 힘 센 수컷(보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에 다른 수컷이 도전하는 사정없이 공격을 한다.

보스가 된 원숭이는 동료에게 허리를 구부리게 하고 그 위에 올라탄다. 일종의 보스취임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보스로서의 위엄의 표시이며 또한 자신에게 복종하라는 시위인 것이다.

●- 성행위로 착각해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보고 성행위인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암컷이 보스가 되는 예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보스가 일단 정해지면 차례로 서열이 매겨진다. 물론 이 서열 역시 힘의 서열임은 두 말할 나위없다.

원숭이의 사생활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한 예로 일본 우에노(上野) 동물원 원장을 지낸 동물학자 '고가'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원숭이는 부부애가 자극한 동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동물원에 망토원숭이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암컷이 병에 걸렸다. 동물원 진료팀은 암컷의 병세가 악화되자 하는 수 없이 부부를 별거시키고 암컷을 격리치료하였다. 그랬더니 수컷은 밥도 먹지 않고 매일같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끝내는 그 녀석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수컷 원숭이는 한숨을 푹푹쉬면서 때로는 암컷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울부짖곤 했다. 암컷은 의료진의 정성어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1주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상처(喪妻)를 한 남편 원숭이 역시 상심 속에서 며칠간을 보내다가 죽고 말았다.

'고가'씨는 이 부부원숭이를 한곳에 묻어주고는 원숭이의 부부애는 어쩌면 사람보다 나은지도 모르겠다고 술회했다.

원숭이의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뿐 아니라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다.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낳으면 한시도 새끼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사육사가 어미로부터 새끼를 잠시 떼어 놓기라도 하면 생난리를 친다.

어미는 길길이 뛰면서 아우성을 친다. 또 갑자기 난폭해져 땅바닥에 딩굴다가 아무 것이나 닥치는대로 집어 던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자식에 대한 애정이 인간 못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성애를 발휘해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원숭이

2백여 마리 이상의 원숭이가 한꺼번에 군서생활을 할 경우에는 한마리의 보스가 다 다스릴 수 없다. 그때는 보통 7마리 정도의 중간보스들의 의견을 참작해 통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가 최고통치자가 늙어 힘이 빠지게 되면 7명의 중간보스들은 이 최고 통치자를 상징적인 보스로 물러나 앉게 하고 그 다음으로 힘이 센 보스를 왕으로 추대한다.

새 보스가 권좌에 오르게 되면 원로보스는 실권이 없어지지만 그는 무리의 존경과 권위를 한 몸에 받는다.

원숭이 암컷은 가을의 산들바람이 불 무렵 바람이 나기 시작한다. 궁둥이가 마치 잘 익은 호박처럼 붉어지면서 괜시리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그리고 수컷들이 모여 있는 데로 파고 들어가서 궁둥이를 흔들어댄다.

바람이 난 암컷들을 보고 있는 수컷들은 군침을 삼키지만 보스의 위력 때문에 좀체로 암컷에게 접근을 못한다. 그러다가 잠시라도 보스가 한눈을 팔면 암수는 잽싸게 으슥한 곳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원숭이의 임신기간은 보통 2백10일 정도인데 암컷이 임신한 동안 수컷은 암컷을 극진히 보살핀다. 암컷의 등을 긁어 주는가 하면 불어나는 아내의 배를 쓸어주기도 한다. 또 맛있는 음식은 아내에게 먼저 먹인다.

원숭이의 식성은 잡식성이나 초식성인 종류도 있다. 주로 과일 야채 나뭇잎 새알을 먹고 산다. 그외에도 때로는 곤충 도마뱀 새 개구리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 먹기도 한다.
가장 힘 센 원수이를 중심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198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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