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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소 안전성 연구 센터 노정구 박사

"물질특허제도의 시행은 국내의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것입니다"


노정구 박사
 

매년 2천종 이상 새로합성되는 확학물질. 이들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중독과 부작용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의약품 농약 및 화학약품 등 화학물질과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안전성연구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물질특허제도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연구의 필요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힘으로 신물질을 창출하는데 이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독성시험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장치를 갖추고 있는 한국화학 연구소의 화학물질 안전성 연구센터 노정구(盧正久·43)실장을 만나보았다.

-지난해 7월 화학과 의약업계에서 물질특허제도 도입에 따라 스크리닝독성시험센터를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을 발표했읍니다. 여기서 스크리닝과 독성시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우선 기존의 신물질에 관한 정보를 포함해 제반 기술정보와 신물질 시장의 경제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화학물질을 합성하거나 추출하기로 결정하지요. 이 후보 신물질은 여러가지 용도, 예컨대 살충효과를 얻을 것인가 대머리의 치료에 이용할 것인가 등에 따라 가능성을 검토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스크리닝이라고 하는데 모래를 여러가지체로 쳐 사금을 얻어내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지요. 처음 검토한 1만가지 화학물질중 후보 신물질이 되는 것은 10종, 다시 걸러내 최종합성대상이 되는 물질은 1가지라는 식으로 어려운 '보물찾기'라고 볼 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요. 인간이나 환경에 독성을 미치고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나 걸르는 작업이 또 필요한 겁니다."

-그러면 화학물질 안전성연구센타에서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앞으로 새로 개발되는 화학물질을 포함해서 인간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위해성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쥐, 토끼, 개 등의 동물에 실험하려는 물질을 투입하여 그 영향을 임상적으로 관찰, 측정하고 또 해부하여 병리학적으로 조직의 변화를 검색합니다."

안전성 연구센타에는 유전독성실험실, 어독성(魚毒性)실험실, 환경화학실험실, 병리조직실험실 등이 마련돼 있고 온실 등의 부대설비가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소동물실험실. 8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해 6월 완공된 이 실험실은 국내에서 처음 세워진 것이다. '요즘 쥐를 키우느라고 정신없다'는 노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실험실에서는 실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쥐를 무균상태에서 키워야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 못지않는 항온(恒溫) 항습(恒濕) 항진(恒塵) 장치가 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안전성연구는 어느 수준에 와있는지요.

"선진국의 연구활동은 매우 활발해서 미국은 50개, 일본은 30개의 안전성용역연구기관이 정부와 기업의 연구를 돕고 있지요. 현재 한국화학연구소와 국립보건원이 시설과 인원확보에 착수한 단계인 우리나라는 약 20년정도 뒤떨어져 있다고 보입니다. 화학연구소의 경우 90년대 초까지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사실 안전성연구엔 엄청난 비용이 들어 웬만한 대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외국의 경우 수백명의 연구원이 이 문제에 들러붙는 정도니까요.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의 정밀화학 수준은 아직까지 의약품이나 농약의 신물질은 하나도 창출하지 못한데서 볼 수 있지요. 지난60년대는 완제품을 수입했고 70년대는 일부 단계의 합성을 하였으며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원료에서 제품까지의 합성이 가능하게 되었읍니다. 물론 수입대체의 차원이지요.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이며 그때 약효의 스크리닝과 독성연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노실장은 1966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74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77년부터 84년까지 KAIST생물공학부의 선임·책임 연구원을 역임했다. 화학연구소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84년부터.

-새로운 분야인 독성 안전성 연구에는 여러가지 애로가 있었을 텐데요.

"전인미답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읍니까. 예컨대 '쥐 키우기' 만해도 동물실험실을 지어본 업자나 설계자가 전무한 실정이었으니까요. 이 분야 연구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깨우치는 것이 정작 어려웠읍니다. 그러나 '독성연구를 해서 무엇하나, 외국에 의뢰하면 되지'라는 몰이해는 정작 농약을 수출하려 할 때 독성실험 결과를 요청해온 데서부터 해소되었읍니다. 우리가 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드니까요. 물질특허의 도입은 연구의 당위성을 위해서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지요."

어렵게 안전성 연구라는 황무지를 개간해 놓았더니 이제 그 필요성을 인정받게되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는 노실장에게서 선구적 연구를 하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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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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