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냄새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지만 악취는 두통은 물론 소화기능까지 저하시킨다.
현대인들은 주로 시각과 청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갈수록 후각이 퇴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경제적인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 예로 국민 소득이 7천달러 이상이 되면 향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좋은 냄새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지만 악취는 두통을 유발하거나 소화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냄새는 인간의 정서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쾌적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각이나 청각이 물리적인 자극을 수용하는 감각기관이라면 후각은 화학적 자극을 수용하는 감각기관이다. 우리의 비강 내에 있는, 약2.5㎠면적에 불과한 후각표피에는 약5백만개의 후각 수용기가 분포돼 있어 공기중에 포함돼 있는 여러가지 화학물질들을 구별한다.
공기중의 화학물질 농도(자극의 강도)와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세기에는 베버-페크너 법칙이 적용된다. 베버-페크너의 법칙이란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세기(S)와 외부적인 자극강도(X) 사이에 지수 관계가 있다(S=alogX)는 법칙으로, 예를 들어 악취 물질을 99% 제거하더라도 1%의 악취물질은 30%의 악취강도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기관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므로 냄새에 대한 환경을 평가할 때는 화학물질의 농도만을 평가하는 것보다 실제로 몇%의 사람들이 얼마 만큼 냄새에 대해 불평을 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후각은 '선택적 피로현상'이란 특성을 가지고 있어, 동일한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매초 2.5%씩 후각의 민감성이 감퇴돼 1분 이내에 약70%의 민감성을 상실한다. 달리 말해 후각의 피로와 순응을 통해 특정 냄새에 대해 쉽게 둔감해지긴 하지만 30%의 민감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냄새를 완전히 못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활 환경에서의 냄새나 몸에서 나는 체취 등에 둔감하다가도 여행 등 환경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 냄새를 느끼는 것도 바로 후각의 선택적 피로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냄새의 존재를 파악하는 후각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 지금까지 나온 어떤 인공 센서보다 훨씬 정확하다. 썩은 계란에서 나는 냄새는 공기 1L당 0.00018mg만 들어 있어도 냄새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자극의 강도를 변별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청각의 경우 음 높이(pitch)가 0.3%만 차이가 나도 구별할 수 있지만 후각의 냄새 농도차이가 26% 정도는 나야 다른 것으로 구별한다.
냄새에 대한 민감성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냄새에 민감하다. 선천적으로 특정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도 약5-10%에 달하는데, 이는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하루중 아침이 저녁보다 4-10배 가량 냄새에 민감해지고 습도가 높으면 냄새에 대한 감도가 떨어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향 화합물의 휘산성이 높아져 냄새를 강하게 느끼지만 35℃이상에서는 향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동안 냄새를 분류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있었으나 실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빛의 삼원색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구성하는 원취(原臭, primary odor)를 찾기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아무어란 학자는 38종의 원취를 분석해내기도 했으며, 각 기업은 자신들이 각종 이미지 분석법을 통해 밝혀낸 결과에 따라 냄새를 특성별로 분류해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향이 내는 효과를 좀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뇌파, 심장박동의 변화, 동공 수축의 변화 등 생리 지표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돼 왔다. 라벤더향은 중추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반해 자스민향은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다든지 레몬향은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α파를 감소시킨다든지 등은 이들 연구를 통해 각종 향이 인간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낸 것들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냄새에 제조 상품의 생명이 달린 화장품 회사와 같은 곳 뿐만 아니라 빌딩의 공조시스템을 통해 향을 주입함으로써 작업 능률을 올리는 방법으로까지 응용되고 있다. 특히 냄새가 가진 높은 상업적 효과에 일찍 눈을 돌린 일본에서는 통산성 주도로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