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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발명해낸 절름발이 왕

11월의 밤하늘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가을 밤 윤동주님의 '별헤이는 밤'을 떠올리며 여러분은 한 번쯤 별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거리에 낙엽이 쌓이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 마음은 차분해지고 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느낌 또한 달라진다. 가을별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이 사색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 밤 시 한 수를 떠올리며 메마른 우리 마음 속에서 사랑의 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대한 영웅, 페르세우스

이달에 처음으로 이야기할 별자리는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얻은 남자 별자리다. 바로 안드로메다 남편인 페르세우스 별자리다. 제우스 아들로 태어난 페르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위대한 영웅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모험은 세명의 고곤(Gorgon, 뱀머리를 가져 이를 본 사람은 무서운 나머지 돌로 변해버렸다는 괴물) 중 하나인 메두사를 죽이기 위해 출동하면서 시작 된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가 자고 있는 동안 은밀히 접근해 그녀의 목을 자르고 머리를 자루에 넣었다. 그가 돌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방패를 이용해 그녀의 그림자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날아오는 도중 그는 바위에 묶여 바다괴물에게 희생될 운명에 놓인 아름다운 공주 안드로메다를 보게 되었다. 페르세우스는 아래로 내려가 그 괴물을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해내 부인으로 삼았다.

하늘에서,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데, 그녀의 사악한 눈은 이 별자리의 버금(β)별로 아라비아 말로 악마를 뜻하는 알골(Algol)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별이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데는 메두사 머리에 위치한 것도 있지만 이 별이 갖는 또다른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그 특징이란 이 별이 규칙적인 주기로 2.1등급에서 3.4등급으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라는 것이다. 알골의 밝기 변화는 1667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게미니아노 몬타나리(Geminiano Montanari)가 처음으로 밝혔다. 그리고 그 변화 주기성은 1783년 영국 아마추어 천문가였던 존 구드리크(John Goodricke)가 측정했다. 구드리크는 또한 이 변화가 이중별의 식(蝕)현상에 의해 일어난다고 정확히 예측했다.

알골은 지구에서 볼 때 두 별이 서로의 앞을 주기적으로 가리는 식쌍성이다. 이 두 별은 망원경으로 각각을 구별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너무 가까이 있다. 그러나 알골로 부터의 빛을 분석하면 두 별중 더 밝은 알골 A(Algol A)가 태양보다 1백배 정도 더 밝은 백색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동반 별인 알골 B는 알골 A보다 더 큰 오렌지 색의 별로 식현상 동안 알골 A의 80%를 가릴 정도지만 그 밝기는 아주 희미하다. 이 별에는 또한 알골 C라고 하는 세번째 별이 있는데 이것은 식현상에 간여하지 않는다.

알골의 식현상은 2일 20시간 49분을 주기로 일어난다. 다섯시간 동안 알골은 보통 밝기의 1/3로, 즉 2.1에서 3.4등급으로 어두워진 후 다시 다섯시간 후에 2.1등급으로 밝아 진다. 이 변화는 맨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3등급인 카시오페이아자리의 버금(β)별, 2.7등급인 델타(δ)별, 2.9등급인 페르세우스자리의 엡실론(ε)별, 3.0등급인 델타(δ)별, 3.4등급인 삼각형자리의 으뜸(α)별, 그리고 페르세우스자리의 3.8등급인 카파(κ)별은 알골의 밝기 변화를 비교하기 좋은 별들이다. 두번째 극소점은 알골 A가 알골 B를 가렸을 때 일어나는데 그 변화는 극히 작아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페르세우스자리의 델타(δ)별에서 으뜸(α)별을 거쳐 에타 별에 이르는 비스듬한 곡선은 북동쪽을 향해 비교적 뚜렷한 모습으로 뻗어 있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따라서 이 곡선은 나름대로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페르세우스의 호(Segment of Perseus)가 바로 그것이다.
페르세우스의 호를 아래로 더듬어 내려가면 황소자리의 묘성(플레이아데스 성단) 앞에서 서쪽으로 약간 꺾어져 들어간다. 이 꺾인 부분을 낚시 바늘로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물고기인 묘성을 낚기 위해 낚시바늘을 물 속에 집어 넣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지나친 상상인가!

페르세우스자리는 은하수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쌍안경으로 관측하기 좋은 대상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으뜸(α)별은 1.8등급이다. 이 별은 연노란색의 초거성으로 태양보다 5천배나 더 밝고 지구에서 6백광년 떨어져 있으며 느슨한 성단을 형성하는 밝은 별들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안드로메다와의 경계에는 M34라 불리는 성단이 있다. 이 성단은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하기에 좋은 대상으로 8등급 정도의 수십개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기는 보름달 만하다. M34는 지구에서 1천4백광년 떨어져 있다.

그러나 페르세우스자리의 진짜 보물은 카시오페이아자리와의 경계에 있는 쌍둥이 별무리로 이중성단(double cluster)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것은 칼을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의 손에 해당한다. 맨눈으로 볼 때 이 성단은 은하수가 엉겨있는 매듭처럼 보인다.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볼 때 이것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것은 작은 관측기구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광경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중성단의 각각은 보름달보다 더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성단은 완전히 쌍둥이는 아니다. 페르세우스자리 h별로 알려진 NGC869가 둘 중에서 좀 더 별이 꽉 차 있다. 그 옆의 성단은 크사이(χ)별로 알려진 NGC884로 일단의 적색 거성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NGC869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NGC884가 더 오래되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두 성단은 모두 우리 은하의 나선팔에 위치한다. NGC884가 약간 더 먼 7천5백광년의 거리에 있고 NGC869는 대략 3백광년 정도 더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먼 거리로 미루어 볼 때 각각의 성단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들은 오리온자리의 리겔이나 베텔기우스같은 아주 밝은 초거성들일 것이다. 만약 이중성단이 오리온자리의 별들처럼 우리에게서 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면 굉장히 크고 밝게 보였을 것이다.
 

황소자리의 별들


겨울이 오는 신호

페르세우스 뒤를 이어 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는 별자리는 5각형 모양을 한 마차부자리다. 페르세우스자리의 화려한 모습과 비교할 때 마차부자리는 약간 어두운 감도 있다. 그러나 그 뚜렷한 5각형 모양은 겨울이 오는 신호로 아주 잘 알려져 있다. 마차부자리의 주인공은 보통 네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발명한 아테네의 절름발이 왕 에릭토니우스로 전해진다. 에릭토니우스는 아테네 여신의 아들로 아테네의 네번째 왕이다. 그는 다리가 벌어져서 걷는 것에 매우 불편을 느꼈던 사람이었다. 그는 다리의 불편을 덜기 위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발명했고, 그 일로 제우스신의 호감을 사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로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아들로 말을 잘 다루는 미르티루스가 마차부자리의 주인공이라고도 한다. 또 일설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바다께서 나올 때 해마들이 끄는 마차를 탄 모습이 마차부자리라고도 한다.
 

하늘에 보이는 마차부자자리의 별들


이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은 카펠라(Capella)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카펠라는 0.1등급의 별로 전하늘에서 여섯번째로 밝은 별이다. 이 별은 밤하늘의 모든 1등성 중에서 가장 북극에 가까이 있으며, 1년을 통해 7월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산이나 다른 방해요소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카펠라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 뒤를 이어 겨울의 많은 1등성들이 떠오른다. 매일밤 남보다 먼저 북쪽하늘에 나와 계속되는 다른 밝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아라비아 사람들은 이 별을 '별의 수행자' 또는 '묘성을 끌고 오는 낙타 심부름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카펠라는 노란색 거성으로 태양보다 60배나 더 밝고 지구에서 42광년 떨어져 있다.

카펠라의 바로 서쪽에는 엡실론(ε)별과 에타(η)별, 그리고 제타(ζ)별로 이루어진 작은 삼각형이 있는데 이들은 로마의 히파르쿠스시대때부터 키드(The kids, 새끼염소)로 불려지고 있다. 키드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새끼염소자리로 불려졌고, 성좌그림을 보면 노인의 가슴에 안겨 있는 새끼염소로 돼 있다.

이들 중 제타 별은 이 별자리에 있는 두 개의 비정상적인 식쌍성 중의 하나다. 그것은 태양보다 1백배 정도 큰 오렌지색의 거성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레굴루스를 닮은 청색 별로 구성돼 있다. 비록 이 청색별은 그 주성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태양보다는 그 지름이 네 배나 더 크다. 두 별의 광도는 각각 태양의 7백배와 1백40배다. 일반적으로 제타 별은 3.7등급으로 빛나는데, 매 2년 8개월마다 청색별이 적색별에 의해 가려지기 때문에 그 밝기가 4.0등급으로 떨어진다. 그 식현상은 6주 동안 지속되며 그 후 이 별은 다시 정상 밝기로 돌아간다.

좀 더 비정상적인 것이 엡실론 별인데, 이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식쌍성 중에서 가장 긴 27년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주성은 아주 밝은 백색 초거성으로 그 밝기가 태양보다 20만배, 크기는 지구 궤도만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별들 중 가장 거대한 별 중의 하나이며 지구에서 4천5백광년 떨어져 있다. 보통 그것은 3.0등급으로 보이는데 27년마다 밝혀지지 않은 어두운 동반별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진다. 약 넉 달간 이 별의 밝기는 3.8등급으로 점차 떨어지며,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약 14개월이 걸린다.

엡실론 별의 어두운 동반별은 천문학자들의 수수께끼였다. 오늘날 실제로 식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어두운 먼지 띠로 둘러싸여 있는 한 쌍의 별이라고 생각되어 지고 있다. 엡실론 별은 1982년에서 1984년에 식현상이 있었고, 다음의 식현상은 2009년에 시작될 것이다.

마차부자리에는 인상적인 세 개의 성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36 M37 M38이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모두 쌍안경의 한 시야에서 볼 수 있다. 쌍안경 속에서 이들은 희미한 빛 덩어리로 보이는데 작은 망원경 속에서는 각각의 별들이 구별되어 보인다. 각 성단은 명백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M36은 셋 중에서 가장 작고 가장 밀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4천1백광년 떨어진 9등급 정도의 희미한 별들이 대략 60개 정도 모여 있다. 쌍안경 속에서 그것은 가장 뚜렷한 모습으로 보인다.

마차부자리 성단 중에서 가장 크고 많은 별을 가진 것은 M37로 대략 4천4백광년 떨어진 1백50개 정도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밝은 오렌지 색의 별이 보인다. 이 성단들 중에서 가장 산만한 모습을 한 것이 M38로 4천3백광년 거리에 있는 1백개 정도의 희미한 별이 모여 있다.
 

반성과 알골의 광도 곡선

 

알골의 광도 곡선

알골은 쌍성의 식현상으로 인해 매 2. 87일을 주기로 그 밝기가 2. 1등급에서 3. 4등급으로 변한다.

이달의 길잡이 별

은하수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를 가로 질러 서쪽 지평선으로 호를 그리고 있다. 여름철의 대삼각형은 못내 아쉬움을 남기며 서쪽 산등성이 아래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페가수스 사각형은 여전히 남서쪽 하늘 높이 올라와 가을 별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정남쪽으로는 뚜렷하게 밝은 별이 없는 공허한 하늘에 물고기 고래 에리다누스자리가 보인다. 황소의 눈에 해당하는 붉은 색 알데바란과 마차부자리의 노란색 카펠라는 남서쪽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겨울을 알리는 쌍둥이자리와 오리온자리가 떠오를것이다.

이달의 행성들

금성 초순에는 새벽에 사자자리에서 볼 수 있으나 곧 처녀자리의 경계선을 지나 29일에는 스피카 옆에 있게 된다. 11월2일이 최대 이각(각도상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지점)이며, 그 밝기는 -4.1 등급이다.

화성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볼 수 없다. 11월 8일이 합(태양의 정반대편에 있게 되는 날)이다.

목성 사자자리에 있으며 밝기는 -1.6 등급이다.

토성 염소자리에 있으며 밝기는 0.8 등급이다.

이달의 유성우

11월에는 두 개의 유성우를 볼 수 있다. 황소자리 유성군과 사자자리 유성군이 바로 그들이다. 황소자리 유성군은 활동하는 기간이 길다는게 특징인데 11월 3일에서 13일까지 약 10일간에 걸쳐 최대치를 보이며 매 시간 열두개 정도의 유성이 히아데스 성단과 플레이아데스 성단 근처로부터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황소자리 유성우는 주기가 3.3년인 단주기성 혜성엔케(Encke)가 궤도 상에 뿌려놓은 부스러기로 인해 나타난다고 여겨지고 있다. 황소자리 유성군은 숫자는 적지만 상대적으로 밝은 별똥별이 많고 속도도 느려서 매우 인상적으로 보인다.

사자자리 유성군은 사자자리의 감마별 근처에서 나타나며 11월 17일 경에 극대치를 보인다. 사자자리 유성군은 종종 마지막에 섬광을 발하기도 하며 상당수는 긴 꼬리를 남긴다. 사자자리가 떠오르는 사간이 늦기 때문에 관측자들은 자정이 넘어야만이 이 유성군을 볼 수 있다. 사자자리 유성군은 33년의 주기를 가진 템펠-튜틀(Tempel-Tuttle)혜성과 관련이 있다. 속도는 보통이며 한시간당 열개 남짓한 유성이 보인다. 그러나 33년을 주기로 템펠-튜틀 혜성이 태양계 내부로 들어와 지구가 이 혜성 먼지의 밀한 부분과 맞부딪치게 될 때는 멋진 별똥별의 폭풍우가 나타난다. 가장 가까운 예가 1966년 미국에서 관측된 것인데 이때 유성이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1분에 1천개 이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 혜성이 돌아오는 1999년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좀 걱정이 되는 것은 이 혜성이 1886년부터 1966년까지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번의 방문 여부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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