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우리가 모태에서 태어날 때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생명의 기원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현대 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최대 과제 중의 하나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초기의 지구 환경에서 물질진화의 필연적인 결과로 원시생명이 출현했을 것이라는 러시아 생화학자 오파린의 이론체계를 수용하는 추세다.
오파린은 다음 3단계를 거쳐 생명이 탄생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① 원시지구에서 메탄 암모니아 등의 반응에 의해 최초의 질소유도체가 출현했고 ② 간단한 유기물의 중합(重合)에 의한 단백질 등 폴리머(polymer)가 출현했으며 ③ 코아세르베이트가 형성돼 물질대사가 가능해졌다.
현대 생명과학은 여러가지 에너지를 사용해 단백질 핵산 등 생명의 기본물질의 소재가 되는 분자나 준단백질(proteinoid), 코아세르베이트 등을 합성하는 데 성공, 오파린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의 밀러를 비롯한 여러 생화학자들이 이론적·실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생명 자체는 거시적 차원 뿐만 아니라 원자 이하 수준에서도 고려돼야 할 미세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이 이 미시적 현상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구 역사 초기에 등장한 생물이 어떤 것들이고 어디에 살았는지는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고생물학자들은 지구 역사 초기에 생성된 암석에서 옛날 생물의 흔적을 찾아 생물 역사를 연구한다. 이 암석들은 지구 역사 초기에 등장한 생물에 대해 상당한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38억년 전 바다 원핵생물 화석이 단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38억년 전 바다에 살았던 단세포 원핵생물(prokaryota)이다. 즉 박테리아와 청록조류 등이 약 30억년 간 바다에 살아 시생대와 원생대 해성층에 주요 화석으로 나타나고 있다.
약 10억년 전에는 이들 원핵생물에서 진핵 생물(eukaryota)이 등장해 진화의 발판을 마련, 고생대 이후 다양한 생물이 등장할 수 있었다. 가령 고생대 직전 퇴적층에서는 호주의 에디아카라동물군이 나타난다. 이들은 진핵생물로부터 진화한 다세포동물들로서 고생대 이후의 다양한 생물 역사에 출발 신호를 알린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육상에 생물이 등장한 것은 고생대 전기가 끝날 무렵 바다에 살던 식물이 해안가에 상륙하고, 동물들이 뒤따라 육상에 올라와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따라서 우리에게 익숙한 육상생태계의 역사는 약 5 억년이 안된다고 볼 수 있다.
창조론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1백50만종에 달하는 다양한 생물들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 지구 위에 최초로 생존하기 시작한 생물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온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아직 명쾌한 해답이 없는 질문일 것이다.
1936년 소련 생화학자 오파린은 '생명의 기원'이란 책에 원시지구에서 생명체의 자연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안함으로써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듯했다. 오파린은 최초의 원시생물에 필요한 유기물은 무기물로부터 자연발생됐고, 원시지구의 대기가 메탄 수소 암모니아 수증기 등 환원성 대기였다고 가정했다.
시카고대 화학자 밀러와 유레이는 1953년 오파린의 가설대로 실험을 실시했다. 작은 플라스크에 물을 넣은 다음 공기를 빼 진공상태로 만들고 일정한 비율의 메탄 수소 암모니아의 혼합물을 채웠다. 그 다음 플라스크의 물을 끓여 수증기가 이 혼합기체와 섞이게 한 후 높은 전압을 걸어 방전 에너지에 의해 화합물이 생성되도록 했다. 이 생성물을 냉각기를 통해 농축한 결과 아미노산과 약간의 염기가 발생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 실험으로 오파린의 가설이 옳았으며, 원시지구에서의 자연발생이 실험실에서 재연되어 입증된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원시지구에서 자연발생에 의한 생명의 형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자연발생설, 객관적 근거 결여
먼저 오파린 가설의 문제점부터 생각해 보자. 첫째 원시지구는 환원성 대기로 구성돼 있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가장 오래된 지층에도 항상 산화물은 존재하므로 지구에는 처음부터 산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면 대기권 밖 성층권에 오존층이 없었을 것이며 결국 지구는 아무런 생명체도 생성되거나 생존할 수 없는 삭막한 행성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구를 외부의 강한 우주선이나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오존은 산소가 원자 상태로 깨진 후 성층권에서 산소분자와 결합하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둘째 오파린 가설을 믿는 학자들이 주장하는 산소의 기원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현재 대기의 20%를 차지하는 산소가 광합성 생물의 진화 결과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현재의 광합성 식물들이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합성식물도 산소가 필요한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할 때 생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소없이 식물이 살아 활동하며 광합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산소를 생성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의 산소가 광합성의 결과라면 산소가 없었던 원시지구에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지금의 산소량만큼 있어야 한다. 만약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20% 정도 있었다면 온실효과에 의해 지구는 너무 뜨거워 어떤 생물도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밀러와 유레이의 실험을 생각해보자. 첫째 밀러가 실험에 이용한 전기방전 에너지는 지구에 들어오는 모든 에너지의 0.002%에 불과하다. 또한 지구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에너지인 태양에너지는 유기물 합성에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밀러의 실험은 원시지구와는 거리가 먼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밀러는 합성된 물질을 냉각기로 바로 농축시켰다. 그러나 원시지구에서 어떻게 이런 효율적인 냉각방법이 있어 합성된 물질이 다시 분해되지 않도록 농축될 수 있겠는가.
셋째 원시지구에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로 농축된 수프(soup) 상태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아미노산이 무한히 합성됐다 할지라도 이것이 생체를 위한 단백질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자연의 아미노산 형태는 L형과 D형 2가지다. 그러나 생체에는 오직 L형만이 존재한다. 즉 자연적으로 D형이 생체에서 배제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파린의 가설을 기초로 한 밀러와 유레이의 실험은 자연발생을 통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