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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지위 높을수록 번식력 약하다

비비 암컷에 대한 25년간의 연구결과는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비비의 경우, 이는 높은 유산율과 불임으로 나타났다.
 

비비


버라이어티 쇼 스타 소피 터커는 일생을 통해 가난한 적도 있고 부자인 적도 있었다. 그녀가 부자였던 쪽이 낫다고 장담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믿었다. 부, 명예, 성공, 사회적 지위,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넣기 힘든 것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탐내는 인생의 화려한 요소이기도 하다. 어느 누가 정상의 위치에 따르는 숱한 이익에 회의적이겠는가?… 그러나 비비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탄자니아의 곰베(Gombe) 국립공원에 사는 올리브비비(olive baboon) 암컷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는 집단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물이 그들의 지위로 인해 많은 영양적 생식적 보답을 받는 반면, 뜻밖의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암컷 위주인 고도의 계급사회에서 가장 '알짜'라고 할 수 있는 비비들, 즉 여왕계급과 그 딸들은 가장 좋은 먹이가 나는 장소를 독점할 수 있다. 야자열매가 있는 좁은 땅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하위 비비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먹이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으므로 이들은 더 빨리 성숙한다. 자손들의 생존가능성이 더 많으며 딸들은 역시 상위 암컷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출산후 하위계급에 비하여 더 빨리 다음 임신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위에 있는 암컷들은 하위 비비들보다 유산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고, 어떤 경우에는 전혀 번식을 할 수 없었다. 이는 포유류 암컷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우두머리 비비가 되는 일에는 번식능력 감퇴라는 무시무시한 대가가 따른다고 제안한 이 새로운 연구보고는 '네이처' 최근호에 실려 있다.

남성호르몬 영향설

미네아폴리스 소재 미네소타 대학의 크레이그 팩커 박사는 명망있는 동식물학자인 제인 구돌(Jane Gudall)및 그녀의 동료와 함께 곰베국립공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우위에 있는 암컷들이 겪고 있는 번식상의 문제는 공격성과 연관이 깊다는 제안이다. 즉 암컷의 지위가 높을수록 더 공격적이 되기 쉽고, 따라서 이들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더 많이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량의 안드로겐이 번식력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학자들은 이같은 번식력 감퇴가 암컷들이 왜 더 많은 공격성을 띠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는가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제안한다. 공격성을 가지면 먹이를 더 잘 모을 수 있고, 경쟁 상대인 암컷을 혼내줄 수 있으며 그들에게 폭군 노릇을 하는 수컷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높은 지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윈저 공작부인의 말을 인용하며 팩커 박사는 말했다. "우리가 시험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부유한 것이 어떤 결핍과 통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사회적 계급 조직의 상층과 하층에 위치해 있는 동물들의 소위 합목적성(fitness)이라 불리는 평생의 번식행위의 양을 재려는 가장 방대하고 가장 장기간에 걸친 노력 중 하나다.

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지도자들은 유전적으로 우세한 지위와 영생을 운명적으로 타고 태어난다는 안이한 가정을 비난한다. 연구자들은 25년간 1백38마리 암컷 비비의 5백84번에 걸친 임신 사례를 관찰 자료로 사용했다.

구돌박사는 침팬지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지만 비비 관찰에도 헌신해 왔다. 이 원숭이가 분석 대상이 된 이유는 침팬지보다 수명이 짧아서 연구결과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동물행동학자들은 이 연구의 폭과 정확성을 칭찬했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은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그 자료는 역시 높은 지위에는 생산성(다산성) 증대라는 부수적 이익이 따른다는 전통적인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다년간 비비를 연구해온 시카고 대학 진 알트만 박사는 불임비비 몇몇을 분석에 포함시킨 것이 결과를 왜곡시켰고, 그런 명백하고 병적인 경우를 자료에서 제거하면 우두머리 암컷의 생산 행위는 하위 비비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연구자들이 실제로 지위 높은 비비 암컷들의 안드로겐 수준이 높은지, 혹은 특징적인 어떤 다른 호르몬을 갖고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는 어떤 연구도 아직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여성의 공격성은 남성의 경우와는 달리 테스토스테론이나 다른 안드로겐과 그렇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호르몬들, 예를 들면 프롤락틴이 여성과 임산부의 공격성을 조정한다는 힌트들이 많이 있다"고 얼룩하이에나를 연구하고 있는 미시건 대학 이스트 랜싱교의 케이 E. 홀캠프 박사는 말했다.

얼룩하이에나는 암컷의 과잉 공격성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는 포유류 어미의 새끼들을 지키려는 본능"이며 안드로겐이 그같은 행동 전부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비는 수명이 짧아 생식에 대한 각종 연구를 하기에 알맞다.


보통 비비보다 유산율 두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비에 관한 연구는 우월한 지위에도 위험한 면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증명했다. 완전히 불임인 비비를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지위가 높은 암컷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서열상 낮은 위치에 있는 암컷들에 비해 유산율이 두배나 된다고 팩커 박사는 말했다.

상위 비비들은 더 많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들의 좌절로부터 빨리 회복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특발성 유산이 되기 쉽다는 것은 우세한 지위의 비비의 숫자에 상한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다.

상위 암컷들 대부분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한 결과, 비교적 어린 나이에 초경을 경험했다. 반면 일부는 초경이 늦었는데, 이는 음식 섭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팩커 박사는 이와같은 발견이 왜 얼룩하이에나와 같은 포유류들이 자연계에서 그렇게 유별난 존재인지를 설명해 준다고 믿는다. 하이에나 암컷은 아직 태내에 있을 때 높은 수준의 안드로겐에 노출되므로 못살게 구는 수컷을 허용하지 않는 겁없는 성품과 함께 수컷과 매우 유사해 보이는 생식기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하이에나는 첫새끼의 사망률이 높고 산도를 포함하고 있는 어미의 생식기가 수컷의 음경과 형태가 비슷하여 몹시 고통스러운 산고를 겪는 등 번식에 있어 역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른다.

비비 사회에서 자연의 힘으로 지배계급 수를 억제하는 것은 아마도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사회가 점잖은 전원 생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비비는 가장 널리 분포된 아프리카산 영장류로, 사회의 핵심은 암컷이다. 어미 딸 이모와 조카딸들이 모두 모여 사는데, 평균 11-17마리의 성숙한 암컷이 한 무리를 이룬다.

수컷들은 왔다갔다 하며 암컷에게 접근하기 위해 서로 심술궂게 경쟁한다. 수컷이 자기들끼리 난투를 벌이는 반면 암컷들은 엄격하고 적당하게 안정된 계급조직을 유지한다. 오늘의 우두머리 수컷은 내일이면 실패자로 전락할 수 있지만, 우두머리 암컷은 죽을 때까지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딸들도 어미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막내 딸이 제일 높은 지위에 오르고 나이 순서대로 지위가 낮아지는 이상한 서열이기는 하지만.

암컷들은 위계질서를 삶의 실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알트만 박사는 상위 암컷이 하위 암컷과 싸울 때에는 무리의 다른 암컷들이 우위에 있는 비비를 방어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말한다.

"이는 두 수컷 사이에 싸움이 붙었을 때와 대조된다. 그런 경우, 주변 수컷들은 하위 수컷 편에 합류하여 결국은 하위 비비들의 연합을 이루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계급사회의 평형상태를 인정한다고 해서 암컷 사회가 유쾌하고 협동적인 것은 아니다. 팩커 박사는 이들간에도 사소한 시비를 벌이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거나 쫓아가 덥석 물기도 한다고 말했다. 종종 통치권을 갖고 있는 암컷이 하위 비비를 좋은 먹이가 나는 장소에서 비키게 하려면 이 암컷은 자기보다 더 열세에 있는 비비의 꼬리 밑을 무는 등 공공연히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무리는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이런 괴롭히는 경쟁적인 관계가 계속된다"고 팩커 박사는 말했다. 통치권을 가진 암컷은 자주 지위가 낮은 비비가 낳은 새끼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여 저항하는 어미로부터 새끼를 잡아 채 달아나 머리부터 생식기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수컷이 무리에 들어왔을 때 보이는 유아살해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비비사회의 핵심은 암컷이다. 이들은 평균 11-17마리의 성숙한 암컷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산다.


공격적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설

팩커 박사와 공동연구자들은 공격적인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암컷의 번식능력을 저하시키는 일반적인 요인이고,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는 일에는 어떤 동물에나 희생이 따른다고 제의한다.

그러나 그 보고서에 딸린 논설에서 리버풀 대학의 로빈 I.M. 던바 박사는 또다른 해석을 제시하였다. 권력을 잡기 위해 분투한 암컷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타고난 지도자'다. 내분비계가 그들의 위치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있어서 높은 지위에 따르는 생식상의 이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종류다. 다른 하나는 신경질적인 부류. 심한 사회적 경쟁의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덜 갖추어져 있어, 야망의 대가로 유산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는 종류다.

그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다투는 수컷들 중에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사회적 압력에 반응하여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나타낸다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높은 계급 중에는 처음부터 고귀한 신분을 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고, 그들의 최대능력 이상으로 도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팩커 박사가 곧 시작하려 하는 비비 암컷의 내분비에 대한 연구가 암컷 지배의 근저에 깔린 생화학적 의문에 대해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이 새 연구가 인간과도 연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영원히 해결 불가능한 문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화제를 불러 일으킬 문제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교의 영장동물학자 사라 블래퍼 흐르디 박사는 인간을 포함, 영장류 여러 종에서 사회구조를 결정하는데 있어 암컷간 경쟁의 중요성에 대해 광범위한 저술을 남긴 바 있다. 그리고 현재의 연구는 암컷간의 경쟁이 가장 중요한 과업인 번식에 미치는 효과에 치중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 생물심리학 교수로 많은 포유류들의 번식 행위와 호르몬 사이 관계에 대해 연구해 온 마사 K. 맥클린토크 박사는 유력한 비비 암컷과 유력한 인간 여성을 그럴 듯하게 비교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녀는 "우세한 비비를 변호사나 기업체의 이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과 비교해야 할까? 아니면 중국이나 이탈리아의 할머니와 같이 대가족의 여자가장이 더 적절한 비유가 되겠는가?"고 말했다.

한편 가장 성공적인 여성이 가장 공격적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지나친 스트레스가 생식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스트레스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종종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캑몰름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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