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에는 스스로 날아와 아이언맨에게 착용되는 ‘마크 3’ 수트가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해졌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의장)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사용자에게 직접 걸어와 저절로 몸에 착용되는 웨어러블 로봇(사람의 몸에 착용하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개발했다.
워크온슈트F1은 10월 27일에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사이배슬론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주관하는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매번 새로운 미션이 발표된다.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해 걷는 미션을 포함해 로봇 의수, 의족, 휠체어 등 다양한 종목에서 경쟁한다.
공 교수팀은 워크온슈트F1로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참가했다. 워크온슈트F1은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장애인의 하체를 대신한다. 무릎, 발목, 발가락 등 다양한 관절 부위마다 모터가 장착돼 움직이는 힘을 낸다.
워크온슈트F1에는 이전에 교수팀이 개발한 수트보다 출력이 강한 모터가 적용됐다. 각 관절의 유연성과 움직임이 대폭 향상됐다. 또한 모터가 장착된 관절의 수도 증가해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사용자가 발을 내디딜 땐 ‘6채널 지면반력 센서’를 통해 지면에서 발생하는 힘을 초당 1000번 측정해 더욱 안정적인 보행을 지원한다. 상부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카메라와 연산을 처리하는 AI 보드는 장애물을 감지한다. 모든 기술과 부품은 국내에서 개발하고 수급했다.
워크온슈트F1은 좁은 의자 사이로 옆걸음 걷기, 박스 옮기기, 지팡이 없이 보행하기, 문 통과하기 등 6가지 미션을 6분 41초만에 완벽히 수행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태국 팀은 제한시간 10분을 모두 사용하고도 두 가지 미션밖에 완료하지 못했다.
공 교수팀의 주장 박정수 연구원은 “우리 스스로와의 경쟁이라 생각하며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며 “앞으로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엔젤 로보틱스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워크온슈트F1’.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트를 착용할 수 있도록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아래는 워크온슈트F1을 개발한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맨 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연구팀의 단체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