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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에디터 노트] 슈뢰딩거와 고양이의 과학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봄이 온다’ vs. ‘물이 된다’ 답변에 따라 문과생과 이과생을 구분하는 우스갯소리가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문・이과가 통합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과생 출신으로서, 조금 억울하기도 합니다. 아니, 당연히 물이지, 어떻게 봄을 떠올릴 수 있단 말입니까? 농담이고,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너무 감성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쉬운 거죠. 과학이 때론 얼마나 로맨틱하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데요! 

     

    최근 이 점을 새삼 깨달은 계기도 있습니다. 지난달 과학동아의 40주년을 홍보하기 위해 ‘슈뢰딩거의 고양이 뱃지’라는 굿즈를 깜짝 선보였는데, 크라우드 펀딩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헤일메리 작가와 협업한 이 뱃지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에 착안해 돌려보기 전까진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예요. ‘결정되지 않은 미래는 열려 있다’라는 멋진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렇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좋아해 주실지는 몰랐어요. 단 2주 동안에 3500명 이상의 후원자가 모였고, 후원액이 1억 원을 넘겼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뱃지를 후원한 분들이 기존 과학동아 독자층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20~30대 여성층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소비자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압도적인 비중이었습니다. 과학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냐는 칭찬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역시 답은 고양이인가, 아니 결국은 굿즈인가 생각이 많아졌지만, 이내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기사와 논문을 읽으며 과학을 탐구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전시나 SF 영화를 보면서 과학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잡지든 굿즈든 과학을 소유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과학동아의 역할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과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요? 눈이 녹으면 상변이가 궁금해지는 사람도, 눈이 녹으면 봄이 기다려지는 사람도, 사실은 모두 과학을 좋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양자역학 마니아와 고양이 집사 모두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겠습니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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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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