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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통신 대표 강경석

개발 제품 300여종 모뎀 국산화로 발돋움

국내최초로 팩스모뎀과 노트북용 모뎀을 만든 바 있는 한화통신은 컴퓨터업계의 불황 타결을 비웃듯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 뒤에는 상품의 기획과 제조에 직접 참여한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 있다.

모뎀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한화(韓華)통신은 종업원 83명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작년 정보 통신부와 한국통신, 전자통신연구소가 공동으로 선정한 유망중소정보통신기업인 이 회사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핵심연구과제인 데이터 모뎀, 무선RF모뎀 등의 독자개발을 추진해 국산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올해 4월 정보통신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회사 강경석 사장(姜敬錫·44) 이통상산업부와 중소기업 협동중앙회가 선정하는 6월의 중소기업인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88년 6월 벤처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 회사가 작년 한햇동안 올린 매출은 1백억원. 올해 목표는 1백80억원을 설정했는데, 현재의 추세로 보아 8월 안에 작년 매출액 달성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올 목표 도달도 '이변이 없는 한'무난하다.

현재 한화통신은 국내 모뎀 시장에서 70%나 되는 점유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더구나 이 회사제품은 비교적 가격이 비싸기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는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가격파괴 바람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판에 80%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는 도대체 어떤 성공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모뎀 기술의 자립을 이끌어온 환화통신 강경석 사장.


"직접 개발해서 팔아야 성공한다"

서울 강남의 6층짜리 건물.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펼쳐진 사무실의 책상 사이를 죽 가로질러 가면 한쪽 구석에 칸막이로 만든 세평 남짓한 공간이 있다. 여기가 사장실이다. 소파 앞쪽에 여덟칸짜리 파일 박스가 창문쪽을 채우고 있고, 그 옆엔 과히 크지 않은 책상에 노트북 하나와 몇몇 서류만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정도 회사 규모의 사장실 이라면 제법 위엄을 갖춘 가구가 놓여 있을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이 방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기능적인 가재도구만 갖춘 '사무'실이다.

외관을 보고 사물을 평가하는데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결코 이 방을 사장실로 생각하진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지난번 받은 국무총리 표창장과 유망중소기업 선정 증서 복사본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는 벽면을 관찰했다면 이 회사가 얼마나 내실 있는지 눈치 챌 것이다.

강경석 사장은 서강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76년 KAIST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전자기술연구소에서 반도체 설계 용역에 종사하다 지난 88년 중국시장을 노리고 '한화상사'라는 이름의 모험기업을 창업했다. 당시 취급 품목은 주종목인 컴퓨터 메인보드를 비롯해 하드 디스크 컨트롤러, 프린터 포트, 미니 키보드, 모뎀 등 컴퓨터 관련 부품 대부분을 망라했다.

그는 이 시절 "내가 하면 남들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동종의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만 10여개가 난립해 있었던 데다가, 때마침 대만으로부터 수입된 제품까지 뒤엉켜 시장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혼탁한 판에서도 고집스럽게 "수입에는 손 안댄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려 했다.

"수입해다 팔면 일도 쉽고, 잘하면 돈도 더 많이 번다고들 하지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직접 개발해서 팔면 그 제품에 목숨 건 사람들이 늘어나 잘된다고 보거든요. 지금까지 개발해낸 제품만 해도 3백가지가 넘습니다 . 물론 이 중 돈되는 것은 몇개 되지 않지만, 몇 안되는 그것이 회사를 이만큼 키웠으니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백화점식의 품목 나열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92년 5월 한화상사에서 한화통신으로 상호를 변경 한 뒤 통신업에만 전념하는 모뎀전문업체로 변신했다. 작은 규모의 업체는 작은 시장에서라면 얼마든지 대기업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바탕된 것이다.
 

환화통신은 통신전문회사를 선언한 후 꽤 많은 '국내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PCMCIA 카드도 그중 하나다.


긍정적 사고, 성공의 열쇠

"우리나라는 모뎀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제가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전화 회선 보급이 잘 돼 있고, 땅덩어리가 좁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전화선이 나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 이 정도의 회선의 질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편에 속합니다. 여기에 교통난이 심한 것도 좋은 조건 중 하나겠죠."

창업 이후 줄곧 "사업에는 기적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터라' 자체 기술이 축적된 전문화'만이 회사가 명실 상부하게 자리 잡도록 하는 관건이라고 본 그는 이를 뒷받침할 자금 마련을 위해 직접 사업 계획서를 들고 정부부처와 중소기업 진흥공단 등을 돌며 지원을 호소했다.

강사장은 이렇게 해서 얻은 자금은 모두 기술 확보에만 사용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연 매출액 27-28억원 수준에 머물던 지난 93년에는 구조조정자금으로 받은 5억원을 모두 연구장비 등 기계 사는데 사용했을 정도. 이같은 자금 집행은 어떤 고난의 순간에도 '기브 엔드 테이크'(give & take)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그가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부에서 회사에 준 돈은 사장실 치장 하라는 돈도 아니고, 부동산 사서 일확천금 노리라는 돈은 더욱 아니니, 전적으로 사업에만 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기업=인격"의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국민 세금인 지원금을 도둑질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는 자신의 사업이 지금과 같은 궤도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해 '교과서의 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회사가 모뎀 업체로 변신한 뒤 획득한 '국내 최초'타이틀만 해도 꽤 된다. 91년 5월 국내 최초로 팩스모뎀과 노트북용 모뎀을 개발해 수출에 나섰다. 또 93년에는 정보통신진흥자금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PCMCIA 팩스모뎀을 개발, 수입대체효과를 거둔 공로로 정보통신진흥기금 국산화 우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정상적인 제품은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게 공식이라고 말한다. 즉 가격이 비싼 대신 회사가 이만큼 클 수 있도록 성원해준 소비자들에 대해 품질로 보답하겠다는 것. 현재 이 회사는 창업 초기 제조 판매한 1천2백 bps모뎀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1만4천4백 bps급의 최신 모뎀으로 바꾸어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교환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적음을 떠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 싶은 회사의 의도를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는 '과학동아'독자중 '미래의 사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을 마쳤다.

"엔지니어 출신인 저는 기술자를 '새로운 직업의 창출자'라고 정의합니다. 사업이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만의 몫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면 사업이 시작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대로 된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톡톡히 기회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만 기업에도 굴곡이 있습니다.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때로는 견디기 힘든 순간도 있을 것이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시 밝은 빛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항상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네거티브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안될 일은 더 안되고, 결국 나도 그런 세상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이래서는 절대 발전을 기대할 수 없지 않겠어요? 긍정적 사고, 또한 결코 내가 이 세상을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빌 게이츠 부럽지 않은 결과가 반드시 올 겁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이 회사에 몸담고 있다는 것에 자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다. 나로 인해 이 만큼 이루어냈다는 자세 때문에 '1당 백'은 몰라도 적어도 '1당 10'의 몫을 해내고 있다고 보는 그의 자신감이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 자신 기술자 출신이긴 하지만 강사장은 연구 개발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진 않는다. 연구 개발진 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모두가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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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기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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