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나방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 대신 ‘가슴 털’로 천적인 박쥐를 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마스 닐 영국 브리스톨대 생명과학과 연구원팀은 나방의 가슴 털이 음향을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박쥐의 포식 대상인 나방 두 종과 박쥐가 먹지 않는 나비 두 종에 초음파를 쏴 가슴에 난 털이 에너지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실험했다.
실험 결과 나방은 에너지의 85%를 흡수한 반면, 나비는 20%를 흡수하는 데 그쳤다. 나방의 털은 나비보다 더 두껍고 밀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나방의 가슴 털을 제거한 뒤 박쥐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도 확인했다. 가슴 털이 없는 나방은 박쥐에게 발견될 위험이 38% 증가했다.
닐 연구원은 “나방의 털은 거의 모든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를 흡수했고, 여러 방향의 음파를 흡수할 수 있었다”며 “나방의 음파 흡수 기술을 이용하면 초소형 흡음기나 소음 제어 장치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결과는 11월 5~9일 캐나다에서 열린 제176차 미국음향학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