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보석과 같은 성운·성단들로 치장한 백조를 타고 한여름밤의 은하수를 여행해보자. 8월 12, 13일에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맞이하며 소원을 빌어보자.
별들은 마치 하늘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거리가 다르다. 천체의 거리를 재는데는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개 1년 이상의 시간과 정밀한 관측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천문학자들이 계산한 견우별까지의 거리는 16.2광년, 직녀별은 24.5광년, 데네브는 2천광년이다. 그럼 '광년'은 얼마나 먼 거리일까?
여러분이 1백㎞/시의 속도로 차를 운전한다면 1년 동안 약 87만6천㎞를 달릴 수 있다. 따라서 1광년을 여행하려면 1천80만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차 속에서 보내야 한다. 예컨대 1세대가 평균 30년을 운전한다면 대대손손 36만 세대가 지나야 이 기나긴 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문에서 이 일을 성취한다면 전대미문의 가업이 되리라.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아주 멀리 가서 '여름의 대삼각형'을 본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견우와 직녀의 거리에 비해 데네브는 어림잡아 1천배 쯤 더 멀고 세 별은 거의 직선을 이루게 된다. 이제 우리는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한가지는 별들 사이의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는 위치에 따라서 별들이 공간상에 분포하는 모양이 달라진다는 그것이다.
한여름밤, 은하수를 따라 남쪽으로 날아가는 백조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다(사진1). 이 별자리는 남십자보다 큰 십자 모양을 이루는데, 가장 밝은 별 데네브(Deneb)는 백조의 꼬리 끝이며 그 반대편 끝별은 알비레오(Albireo)다. 백조의 머리인 셈이다. 알비레오는 푸른 별과 노란 별의 짝으로 분리되어 보이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처음 이중성을 관측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랍어로 '꼬리'를 뜻하는 데네브는 태양보다 25배나 무겁기 때문에 수백만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만 주계열에 머무른다. 따라서 우리의 먼 후손은 적색거성이 된 데네브를 보게 될 것이고 백조자리는 '붉은 꼬리 백조'라는 애칭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별자리는 개개 별들의 고유운동으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백조자리의 십자 중심에 있는 별은 사드르(Sadr), 동쪽 날개 끝 별은 기에나흐(Gienah) 이다.
백조자리는 은하수에 잠겨 있기 때문에 은가루를 뿌린 듯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으며 볼만한 성운, 성단들도 제법 많다. 이 별자리 감마별인 사드르는 밝은 성운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한편, 데네브 바로 동쪽에는 북아메리카 성운이 있다. 신기하게도 북미대륙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닮은 이 성간구름은 사진에서 붉은 빛을 띤다. 그 오른쪽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펠리컨 한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펠리컨 성운).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천체가 있다. 여러분은 기에나흐 동쪽, 우아하게 펼쳐진 면사포성운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약 3만년전에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이다. 최근의 HST 사진들을 통해서 우리는 면사포성운의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사드르와 알비레오 사이에는 백조자리 에타별이 있는데 이 별 동쪽에는 강력한 블랙홀 후보로 알려진 백조자리X-1(Cygnus X-1)이 있다. 백조자리와 그 주변에 있는 메시에 천체는 M29와 M39이다. 여름의 대삼각형 가운데 베가(Vega)는 거문고자리 알파별이며 '직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별자리는 거문고로 번역되었지만 사실은 옛 그리스의 하프를 형상화한 것이다.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유명한 천체는 반지성운(또는 고리성운)으로 불리는 행성상성운 M57이다. 그런데 M57의 경우 고배율에서 보다는 합성초점 1천㎜ 미만으로 촬영했을 때 조그맣게 나타난 반지가 더 예쁘고 깜찍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성운은 각크기가 작고 어두운 편이라서 작은 망원경으로는 날씨가 아주 좋은 날만 겨우 볼 수 있다.
이 별자리에는 보석이 하나 더 숨어 있다. 거문고자리 입실론별. 이 희귀한 별은 1백 ㎜ 망원경에 고배율 아이피스로 보면 두개로 분리되어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이 두별은 또다시 둘씩 쌍을 이루고 있다.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의 신기함이란! 이들은 모두 중력으로 묶여져 있다고 한다.
이 달 중순은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극대기다. 6, 7년 전 한여름 밤, 여럿이 모기불을 피워놓고서 별이 쏟아지는 멍석 위에 누웠다. 그 날 밤하늘은 오직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우리는 별똥별이 길게 꼬리를 그으며 떨어질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올 8월 중순은 월령이 나빠서 유성우 관측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8월의 천문현상
8일 물병자리 유성우 극대
12-13일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 이 유성우는 매년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나타난다. 시간당 평균 출현개수는 보통 80이지만 작을 때는 4, 많을 때는 2백에 육박하기도 한다. 유성의 낙하속도는 매우 빠르며 평균등급은 2.3이다. 출현 유성 가운데 약 45%는 유성흔을 남기는데, 복사점은 적경 방향으로 1.4°/일, 적위 방향으로는 0.25°/일 만큼 움직인다.
이것은 유성우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한여름 밤 그 이름에 걸맞는 장대한 광경을 연출한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에 관한 기록으로는 AD 30년에 쓰여진 중국의 것이 있다. 그 이후 8세기에서 11세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중국 일본의 여러문헌에 나타나지만, 12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는 기록이 간헐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궤도를 처음 계산해 본 사람은 스키아파렐리로서 주기혜성인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궤도와 이 유성군의 출현을 비교해 본 결과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그 모혜성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유성이 혜성에 기원을 둔다는 사실을 밝힌 최초의 발견이다.
1973년 마스덴(Brian G. Marsden)은 1981년 9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근일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의 발표는 많은 유성 관측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혜성의 회귀로 말미암아 유성우의 활동이 활발해지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1966년부터 1975년까지 평균 출현개수는 65에 지나지 않았는데 1976년부터 1983년까지 90으로 뛰어 오르더니 1984년에는 1백87로 폭등했다.
스위프트-터틀 혜성은 1992년 다시 근일점을 통과했는데, 1993년에는 예견했던 것만큼 화려한 장관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러한 경향은 1994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지금까지의 관측결과를 살펴보면 1983년의 극대치를 고비로 시간당 출현개수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21일 금성의 외합
별을 찾아 떠나는 관측여행
오랜 장마가 끝나고 마지막 불볕 더위가 시작되는 8월 초순. 찌들었던 마음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맑고 깨끗한 별을 보러 떠납시다. 장소는 변산 반도, 조각가 김오성씨의 조각공원에 있는 개인 천문대(8인치, 7인치 굴절 망원경 소장)입니다. 천체를 주제로 한 김오성씨의 독특한 조각 작품들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새까만 밤하늘의 아름다운 천체들을 보며 즐긴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되실 겁니다. 밤새 별을 보고 난 다음날에는 기암 괴석으로 유명한 채석강과 고풍스런 내소사(寺)를 답사할 계획입니다.
● 장 소 : 변산반도 '금구원 조각 공원'(김오성씨 개인 천문대)
● 일 시 : 1995년 8월5일-6일
● 대 상 : 천체 관측에 관심있는 일반인
● 참가비 : 3만5천원
● 모임장소 : 서강대학교 정문, 8월5일 오후 1시
● 주 최 : 신태양쇼핑(주)☎778-4656, 319-0303
(※ 천체 망원경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개인 장비를 가지고 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