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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단백질은 유전공학과 생화학 지식을 활용, 천연단백질의 일부를 뜯어고치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처음부터 원하는 단백질을 설계 합성해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단백질은 어떤 경우 천연보다 우수한 성질을 갖게 된다.

인공단백질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합성하려면 천연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사이의 법칙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단백질 구조형성의 원리와 구조와 기능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지금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끌어모아 원하는 인공단백질을 설계하고 합성해 가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면 인공단백질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알아보자(그림1).
 

(그림1) 인공 단백질의 설계와 합성


첫째, 유전공학과 생화학 지식을 활용한다. 천연단백질의 일부를 뜯어고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이는 원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대로 설계하고 합성해내는 것이 아니다. 이를 사람 몸에 비유한다면 다리가 짧아서 멀리 뛸 수 없으니 말처럼 잘 뛸 수 있는 다리로 바꾸어준다든가, 망원경으로 보듯 먼곳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 바꾸어 넣어준다든가 하는 식의 방법이다.

이 방법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고 합성하는 경우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 애써 설계하고 합성했는데 전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기형단백질이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의 상관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설계에서부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단백질 일부만 뜯어고친다는 것은 단백질을 만들고 있는 아미노산 사슬중에서 어떤 특정 아미노산 하나 또는 몇개를 다른 아미노산으로 바꿔치기 한다는 뜻이다.

이는 유전공학적 기술로 가능하다. 즉 천연단백질 일부를 개조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개조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생화학적, 물리화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생물활성이나 물리적 성질을 조사하고 이 단백질의 어느 자리의 어느 아미노산이 생물활성이나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를 알아낸다. 필자는 일본 오사카대학 단백질 연구소의 초빙교수(1992-1993)로 있으면서 소(牛)의 위에서 얻어낸 개스트릭신이라는 단백질 소화효소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이 효소는 같은 단백질 소화효소인 펩신과는 그 생긴 모습이나 하는 일이 많이 닮아서, 서로 사촌간과 같은 사이다.

이 개스트릭신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을 유전공학적 방법을 써서 다른 아미노산으로 갈아끼움으로써 천연 개스트릭신에 대해 개조 개스트릭신을 만들고 효소로서 촉매활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밝혀냈다.

그 결과 다른 단백질 소화효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활성화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내용은 지난 해 일본 기후에서 열린 산성단백질 분해효소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발표했다.

다음으로는 원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 합성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만들고자 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설계하고 합성한다. 유전자를 합성하는 이유는 모든 천연단백질은 그 단백질을 낳게 하는 유전자가 있고, 그 유전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맞추어 단백질이 합성되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설계할 때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의 상관관계에 관한 최대한의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단계로는 설계를 할 때 이미 우리가 구조와 기능을 알고 있는 단백질을 모방하는 정도이지, 자연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깜짝 놀랄 새롭고 신비스런 단백질 유전자를 합성한다는 것은 기대할수 없다. 그것이 가능한때는 생명과학 발전의 일대 전환기가 될 '단백질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 된다.

유전자 합성이 끝나면 유전공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한다. 유전자 정보대로 단백질을 합성해줄 세포를 찾아 그 속에 합성한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대장균 세포, 효모 세포, 경우에 따라서는 식물이나 동물세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장균 세포를 택했다면, 합성한 유전자를 대장균 세포속에 밀어넣고 배양하면 대장균은 새롭게 들어온 유전자의 정보대로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게 된다.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은 유전자를 설계할 때 바랐던 인공단백질이 되는 것이다.

천연보다 우수한 인공 단백질 설계가능

지난 1988년 필자는 미국 코넬대학 방문교수 시절 캘모듈린이라는 칼슘결합 단백질의 유전자를 설계하여 합성하고, 이 유전자를 대장균에 밀어넣어 인공 캘모듈린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 콩과 인삼에서 캘모듈린 단백질을 순수하게 정제해내고 이들의 아미노산 서열을 밝히기도 했다.

캘모듈린은 세포 내에서 칼슘이온 농도가 변하면 그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고, 그 모습의 변화는 여러가지 효소들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현상을 학술용어로는 '정보전달'이라 한다. 이는 마치 인간이 아름다운 노래라는 정보를 전달 받으면 그것을 청각기관을 거쳐 뇌에 전달함으로써 마음이 흐뭇해지고 즐거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캘모듈린 단백질은 칼슘이온 농도의 변화라는 정보를 받으면 그 정보를 어떻게 효소에 전달하여 그 효소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있을까, 캘모듈린은 정보를 받으면 스스로의 입체구조를 바꾼다. 이 변화는 곧 활성화 될 효소에 전달되고 마침내는 효소 활성화로 이어진다. 캘모듈린은 말이나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칼슘이온 농도 변화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몸을 비틀고 흔들어서 몸짓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 앙징스런 행위는 얄밉기까지 하다.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정보전달은 세포 분열, 세포주기 조절, 세포의 암화, 세포의 노화, 또 발생 과정 등 아주 중요한 생명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분자작용이다.

이 캘모듈린 유전자를 설계, 합성하여 만들어낸 인공 캘모듈린은 천연 캘모듈린보다 그 생물활성이 우수하였다.

둘째, 단백질의 입체구조 해석으로 얻은 지식을 활용한다. 단백질은 저마다 독특한 입체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 입체구조는 단백질의 생물활성 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입체구조를 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X선 결정해석이라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수백 종류의 단백질 입체구조가 밝혀졌다. X선 결정해석은 단백질을 먼저 결정으로 만들고 X선 회절상을 얻어 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구조가 결정되면 구조와 기능 사이 관계를 아주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으므로 여기서 얻은 지식은 단백질 공학 연구에 가장 유효하게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단백질 분해효소인 천연 개스트릭신과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이 효소의 아미노산 몇개를 갈아끼운 개조 개스트릭신에 대해 X선 결정해석을 해보면 아미노산 교체가 이 효소 단백질의 입체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며 개조된 효소의 입체구조 변화가 생물활성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한편 NMR(핵자기공명)에 의한 단백질 입체구조 해석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단백질공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전자현미경으로도 단백질 구조해석이 가능해져서 단백질 공학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같이 X선 결정해석, NMR, 전자현미경 등으로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밝혀내고 있으므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의 상관관계 연구는 빠른 속도로 발전될 것이다. 많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 연계고리가 풀려 나가면 인공단백질 설계와 합성에 관한 연구 또한 지금 이상으로 신속하게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이론적인 계산결과를 활용한다. 천연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물리적 성질을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이론적 계산으로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인공단백질의 설계가 이론적 계산으로 가능한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단백질 분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하므로 현재의 최고속 슈퍼컴퓨터를 이용해도 이론적인 계산으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입체구조나 기능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가능한 것은 구조를 이미 알고 있는 단백질에 대해 그 단백질은 어떤 상태에서 가장 안정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일이다. 또 단백질은 주위환경(pH, 온도 등)에 따라 수시로 그 모습이 변한다. 즉 일정한 고정된 모습을 지니지 않는다. 이같이 변하는 모습에서 어떤 환경일 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아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개량된 컴퓨터가 나온다면 인공단백질의 설계가 이론적인 계산으로도 가능해 질 수 있을지 모른다.

넷째, 데이터베이스 해석결과를 활용한다. 데이터베이스는 지금까지 단백질에 대해 얻은 실험적인 사실이나 측정한 결과를 모아서 정리한 것으로 대단히 귀중한 정보원이다. 이들은 앞의 일들을 해내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해석으로부터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근본적 법칙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위의 방법들을 활용해 인공단백질을 만드는 일에는 컴퓨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입체구조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천연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을 찾아내고, 이것을 활용하여 인공단백질을 설계하는 순서를(그림2)에 나타냈다.
 

(그림 2)인공단백질 설계를 위한 데이커 베이스 해석 방법


인공단백질 설계방법

이제 구체적으로 인공단백질 설계방법 5가지를 알아보자.

우선 천연단백질의 어떤 특정한 자리에 있는 아미노산 하나 또는 몇개를 다른 아미노산으로 갈아끼운다. 그 특정자리의 아미노산이 그 단백질의 생물활성이나 안정성 유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

둘째, 한 천연 단백질의 부분구조와 다른 천연 단백질의 부분구조를 짜깁기 식으로 이어 붙인다. 이 방법으로 한 단백질에 두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기능을 갖도록 할 수 있다.

셋째, 전혀 새로운 아미노산 서열을 가진 단백질을 설계한다. 이렇게 설계하고 합성한 단백질은 구조도 기능도 지금까지 볼 수 없던 것이 될 것이다.

넷째, 천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합성아미노산, 또는 화합물을 합성하려고 하는 단백질 분자속에 끼워넣는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항체반응을 이용하여 효소를 합성한다. 이 경우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얻어질 것이다.
 

단백질 공학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축산업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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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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