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의 유해론을 지탱하는 많은 연구들은 사회적 계층 및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기 고압선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방법보다는 단지 심증에 꿰 맞추어진 것이다.
'문명의 빛'으로 불리는 전기는 오늘날 찬란한 현대 문명을 꽃피우게 한 장본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1887년 경복궁 내 건천궁에 전등이 켜짐으로서 시작된 전기의 역사는 사실상 근대화와 동일한 궤적을 이루며 발전해왔다.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1961년 한전이 발족할 당시 36만7천kW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 3천2백만kW에 이르렀고, 이중 원자력 발전 설비용량이 약 30%나 되며, 1994년의 연간 발전량은 1천6백50억kWH로 전년에 비해 14%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송전선로 회선 연장길이는 2만2천㎞, 배전선로 연장길이는 28만㎞나 되긴 하지만, 전력수요의 증가로 전력계통을 점차 확장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위시한 대단위 발전소를 수용 중심지인 경인지역으로부터 원거리에 떨어진 곳에 건설하게 되고, 이의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되는데, 송전선로의 용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로가 통과하는 경과지의 숫자를 줄이는 연구가 한창이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80년대 초반 부터 연구해온 7백65kV 송전선의 설계와 건설도 조만간 결실을 맺을 단계에 있다.
3백45kV 이상의 송전선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설 전에 정부로부터 환경 영향평가를 받아야하며, 이때 전력회사는 주민공청회를 열어 사업설명 및 전기환경장해에 대한 대책 설계를 설명해 주민들에게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전력회사가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각종 파이프라인은 물론 철도 고속도로가 전국에 걸쳐 교차하고 주택이나 산업시설, 도로와 함께 송전선 지상권이 증가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는 송전선 부근의 전계·자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계는 전압의 크기와 무관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전계와 자계는 전자파와 전혀 다르다. 전자파는 라디오 TV 등 무선 통신 수단으로 신호를 멀리까지 전송하기 위해 일정 주파수를 발진해서 신호를 변조한다. 안테나를 통해 공중에 방사하는 전자파는 광선·열선과 같이 전계·자계의 성분이 주파수에 따라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체신부의 전파관리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전계는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1m 올라감에 따라 전위(kV)가 얼마나 높아지는가를 말한다. 지면의 전계는 0 전위이고 지표면에서 1m 높이의 전위를 재면 그 지점의 전계 크기가 되는 것이다. 전력선의 전압이 높거나 전력선의 지상고가 낮아지면 지표면 부근 전계의 크기는 커진다. 자계는 전력선의 전류에 의해서 발생하며 전압의 크기와는 관계가 없다. 전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나사 방향을 잡으면 나사가 돌아가는 접선 방향이 자계의 방향이 된다.
일반적으로 전력회사에서는 발전소와 전력 수요지까지의 거리가 먼 경우 전압을 높여서 전력을 수송하고, 거리가 짧은 경우에는 전류를 많이 흐르도록 해 전력을 수송한다.
전력선의 전압이 높아지면 지표면 전계가 높아져 주위의 금속에 손을 댈 때 정전유도 현상으로 쇼크를 받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백54kV 송전선로나 배전선로 부근에서 정전유도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1976년부터 81년까지 3백45kV 송전선로를 운전해본 결과 송전선이 횡단하는 도로에서 비가 올 때 우산을 쓰고 다니면 금속 우산대에서 유도감지가 발생한 건수가 전국 30여 곳에서 발생했다. 또 논에서 작업을 할 때 벼포기에서 유도감지가 발생한 곳도 몇군데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경우에는 10kV/m의 높은 전계에서도 정전 유도현상이 감지되지 않지만, 우리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3.5kV/m 이하가 돼야 감지 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후 건설하는 송전 선로는 최저 전선 지상고 9m에서 14m 이상으로 높이고, 민원이 발생하는 곳의 기존 선로는 이보다 5m 가량 더 높이도록 했다.
송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계를 일으키지만, 이 자계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인근 주택에 미치는 값이 아주 적어 TV와 같은 가전기기에서 발생하는 자계의 크기보다도 작다.
여기서 잠시 (표1)을 살펴보자. 세계 보건 기구(WHO) 산하기관인 국제 방사보호협회(IRPA)에서는 하루 24시간 노출된 곳이라도 5kV/m로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도로횡단개소에서 조차 9.5kV/m 이하로 규제하고 있어 훨씬 규제가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운전되고 있는 고압 송전선의 교류 전계가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발표된 결과를 보면 미국과 서유럽의 것은 보통 접하는 가공전력선 부근에 생기는 현재 수준의 전계에 사람이 노출돼도 해로운 생물학적 영향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전선에 전압이 높아지면 전선 주위에 국부적인 공기 절연 파괴가 일어나는 현상을 코로나라 한다. 코로나 현상은 맑은 날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비가 올 때 전선에 물방울이 맺혀 있으면 가청소음과 함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수신 장애를 유발한다. 이 현상은 송전 전압이 5백kV 이상이 되면 자주 일어난다.
1960년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라디오와 TV 수신장애 대책을 주로 연구했으나 69년 미국 AEP(American Electric Power) 전력회사가 초기 7백65kV 송전선로를 운전해본 결과 가청소음이 59dB(A)까지 발생해 주변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건설하는 송전선로는 전선을 더 굵게 하여 가청소음을 55dB(A) 이하로 낮추도록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7백65kV 송전선 건설 및 설계에 대한 연구를 80년대 초부터 시작하면서 실제 규모의 시험선로에서 장기간 소음 측정을 하고 있다. 이 때 가장 역점을 둔 사항은 정전 유도의 감지를 줄이기 위한 전선의 높이 선정과 가청소음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전선의 크기와 조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송전선 공사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력회사에겐 대단히 중요한 결정사항이다.
가청소음을 50dB(A)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선의 조수를 6도체로 해야 하고, 소도체 직경은 30㎜ 이상 되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음의 크기는 우천시 평균 소음을 말하며, 맑은 날에는 이보다 7dB(A) 가량 낮다.
정해진 인가의 소음 규제치가 50dB(A)이므로 앞으로는 우천시 평균 소음이 규제치 이하가 되도록 직경 30.4㎜, 6도체 전선을 선정해, 건설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가청소음이 50dB(A) 이하이면 라디오나 텔레비전 수신에는 장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영향 미친다고 설명할 근거가 없다
직선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도선 둘레에는 동심원 모양의 원형자계가 생겨난다. 이것은 전선 둘레에 자침을 높여 자침의 움직임으로 자계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오른 나사가 진행하는 방향을 전류의 방향으로 했을 때 자계의 방향은 오른 나사를 돌리는 방향과 일치한다.
전계는 물체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지만 자계는 물체를 뚫고 들어 갈 수가 있어서 자계에 의해 나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 지금까지 송전선로 아래가 자계에 노출돼 생물학적으로 해로운 영향이 나타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향을 주는 자계의 크기는 송전선로 아래에서 나타나는 자계의 크기보다 일반적으로 훨씬 크기 때문이다.
3백45kV 송전선 아래에서 최대 자계의 크기는 전류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상당 1천A가 흘렀을 때는 0.1 가우스 미만이다. 자계의 크기는 선로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그 크기가 현격히 떨어진다. (표2)에서 보듯 IRPA의 규제치가 하루에 몇시간 노출된 지역에서 10 가우스임을 고려하면 이 값은 아주 적은 것이다. 또한 진공청소기나 마이크로웨이브 등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자계의 크기는 0.1—0.2 가우스이므로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자계의 크기는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자계보다도 적다고 할 수 있다.
1985년에 스미알로비츠는 극저주파 전자계의 면역학적 영향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혈액 및 면역계통, 또는 세포에 대해 극저주파 전자계가 생리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극저주파 전자계에 의해 유발된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미약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유사한 노출 조건 및 실험적 변수가 사용됐을 때 조차도 일관성있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은 유기된 극저주파 전자계가 매우 미약하며, 혈액 및 면역 계통에 대해 생리학적으로 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전자계에 대한 노출이 일반 주민의 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대표적 연구로는 1979년과 1982년에 베르트하이머와 리퍼에 의해 수행한 연구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덴버지역에서 전력선과 소아 암 위험도 사이의 관계를 살핀 이 연구의 결과, 단지 사례 집단의 주택이 비교집단의 주택보다 더 높은 자계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조사했을 뿐이고 직접적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연구는 사례집단과 비교집단의 전계·자계 크기를 조사해 비교하고 있으나, 비교집단의 선택에 따라 그 차이가 많아 이러한 연구방법은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유해론을 지탱하는 많은 연구들은 사회적 계층 및 기타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고, 전자계에 대한 노출 측정도 노출 가구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타당성 있는 자료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옛 소련에서 연구한 보고서는 일반 가공송전선 부근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하등의 나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고전압 변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두통 불면증 호흡장애 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몇몇 서방국가들이 같은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옛 소련에서 발표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차이는 아마 옛 소련에서의 설계가 서방국가들보다 안전성이 떨어진 것에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식물 동물 사람에게서 유도전류에 의한 장기간 영향은 없었다. 한 예로 미국 AEP 전력회사에서는 인디아나주에 있는 7백65kV 송전선로가 곡물의 성장과 수확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상권 내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성장 속도 색깔 및 다른 외관 특성을 지상권 밖에서 자란 식물과 비교한 결과 밀 옥수수 콩의 성장이나 수확에 어떤 영향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다. 현재 3백45kV 1백54kV 2백29kV 배전선과 송전선로 밑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은 성장이나 수확에 영향이 없으며, 고창의 7백65kV 시험선로에서도 콩 보리 등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성장과 수확을 관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