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서스펜션 같은 복잡한 장치가 들어간 자동차뿐 아니라 장난감 로봇을 만들 때도 각 부속품의 구조와 조립법을 자세히 적은 설계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원자나 분자로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와 분자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탄소나노튜브와 함께 펼쳐진 나노 세계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나 분자를 볼 수 있을까.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최성민 교수가 이끄는 중성자 산란 및 나노스케일 물질 연구실에서는 중성자를 이용해 nm(나노미터, 1nm=10-9m)크기의 물질을 들여다본다.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는 원자핵과 부딪히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지는데, 중성자가 원자핵에 충돌하기 전후의 진행 각도와 속도 변화를 분석하면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도 원자나 나노물질의 내부구조와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눈이 퇴화된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한 뒤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초음파의 속도와 방향으로 주변 지형을 인식하는 방식과 같다. 최 교수는 “원자나 분자 수십~수백 개가 모여 만든 여러 가지 물질의 구조와 움직임을 이해하면 스스로 결합해 특정한 모양의 구조물을 이루는 자기조립물질이나 인공피부처럼 생체 소재로 쓸 수 있는 바이오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노물질 분석에는 일반 중성자가 아닌 ‘냉중성자’를 쓴다. 냉중성자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날 때 생긴 열중성자를 영하 250℃의 액체 수소에 통과시켜 만든 중성자로 에너지는 낮고 파장은 길다. 냉중성자(0.4~2nm)는 열중성자(0.1nm 이하)보다 파장이 길어 나노미터 크기의 분자 조립체를 측정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파장이 짧은 열중성자는 원자크기(0.1nm)의 물질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고 파장이 긴 냉중성자는 원자 또는 분자들이 모여 만든 나노크기의 구조물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팀은 냉중성자를 이용한 나노물질 구조 측정법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탄소나노튜브 분산기술을 개발했다. 원래 탄소나노튜브는 물과 잘 결합하지 않고 튜브들 사이의 인력이 커서 수용액이나 유기용매에서 자기들끼리 뭉치려는 성질이 강하다. 탄소나노튜브를 산업에 활용하려면 수용액이나 유기용매에서 고르게 펼쳐져야 한다.
최 교수팀은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을 동시에 가진 계면활성분자로 탄소나노튜브를 코팅한 뒤 계면활성제와 중합반응을 시키면 탄소나노튜브가 수용액에서 단일 분자막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가량 강도가 높아 비행기 동체를 만들 수 있고 반도체와 나노로봇을 만드는 데도 쓸 수 있어 나노기술 분야의 팔방미인으로 평가받는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2007년 5월호에 발표됐다. 그 뒤 미국화학회가 화학 분야에서 우수한 논문을 선정해 게재하는 ‘하트 컷’(Heart Cut) 5월 7일자에도 소개됐을 뿐 아니라 2007년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 연구 성과 50선’에도 뽑혔다.
이런 성과 뒤에는 남모를 어려움도 많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에 2010년까지 냉중성자 연구시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냉중성자 연구시설이 없다. 그동안 최 교수팀은 미국 표준연구소의 시설을 빌려써야 했다. 연구실 박사과정 도창우 씨는 “이용 횟수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로 한정돼 있고 연구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신청한 뒤 기다리다 보면 2~3달 걸릴 연구가 1년 이상씩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나로에 냉중성자 시설이 완공되면 연구가 더 탄력받을 것”이라며 “핵분열 과정에서 탄생한 냉중성자처럼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지성으로 전 세계 중성자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연구실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탄소나노튜브와 함께 펼쳐진 나노 세계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나 분자를 볼 수 있을까.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최성민 교수가 이끄는 중성자 산란 및 나노스케일 물질 연구실에서는 중성자를 이용해 nm(나노미터, 1nm=10-9m)크기의 물질을 들여다본다.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는 원자핵과 부딪히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지는데, 중성자가 원자핵에 충돌하기 전후의 진행 각도와 속도 변화를 분석하면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도 원자나 나노물질의 내부구조와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눈이 퇴화된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한 뒤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초음파의 속도와 방향으로 주변 지형을 인식하는 방식과 같다. 최 교수는 “원자나 분자 수십~수백 개가 모여 만든 여러 가지 물질의 구조와 움직임을 이해하면 스스로 결합해 특정한 모양의 구조물을 이루는 자기조립물질이나 인공피부처럼 생체 소재로 쓸 수 있는 바이오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노물질 분석에는 일반 중성자가 아닌 ‘냉중성자’를 쓴다. 냉중성자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날 때 생긴 열중성자를 영하 250℃의 액체 수소에 통과시켜 만든 중성자로 에너지는 낮고 파장은 길다. 냉중성자(0.4~2nm)는 열중성자(0.1nm 이하)보다 파장이 길어 나노미터 크기의 분자 조립체를 측정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파장이 짧은 열중성자는 원자크기(0.1nm)의 물질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고 파장이 긴 냉중성자는 원자 또는 분자들이 모여 만든 나노크기의 구조물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팀은 냉중성자를 이용한 나노물질 구조 측정법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탄소나노튜브 분산기술을 개발했다. 원래 탄소나노튜브는 물과 잘 결합하지 않고 튜브들 사이의 인력이 커서 수용액이나 유기용매에서 자기들끼리 뭉치려는 성질이 강하다. 탄소나노튜브를 산업에 활용하려면 수용액이나 유기용매에서 고르게 펼쳐져야 한다.
최 교수팀은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을 동시에 가진 계면활성분자로 탄소나노튜브를 코팅한 뒤 계면활성제와 중합반응을 시키면 탄소나노튜브가 수용액에서 단일 분자막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가량 강도가 높아 비행기 동체를 만들 수 있고 반도체와 나노로봇을 만드는 데도 쓸 수 있어 나노기술 분야의 팔방미인으로 평가받는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2007년 5월호에 발표됐다. 그 뒤 미국화학회가 화학 분야에서 우수한 논문을 선정해 게재하는 ‘하트 컷’(Heart Cut) 5월 7일자에도 소개됐을 뿐 아니라 2007년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 연구 성과 50선’에도 뽑혔다.
이런 성과 뒤에는 남모를 어려움도 많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에 2010년까지 냉중성자 연구시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냉중성자 연구시설이 없다. 그동안 최 교수팀은 미국 표준연구소의 시설을 빌려써야 했다. 연구실 박사과정 도창우 씨는 “이용 횟수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로 한정돼 있고 연구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신청한 뒤 기다리다 보면 2~3달 걸릴 연구가 1년 이상씩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나로에 냉중성자 시설이 완공되면 연구가 더 탄력받을 것”이라며 “핵분열 과정에서 탄생한 냉중성자처럼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지성으로 전 세계 중성자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연구실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