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유전자 변이연구를 통해, 현대 인류의 발상지, 기원시기, 인종적인 기원을 알아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 인류의 발상지는 아프리카, 발상시기는 20만년 전쯤으로 추측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를 가지고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친구와 다퉈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인류의 기원을 다루는 문제에서 다시금 이런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치기가 아니라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동안 인류의 기원 연구도 공룡(Dinosaur)연구처럼 화석 및 뼈의 채취와 그 연대 측정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측정 결과는 그 오차가 상당히 크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여하튼 최근까지 알려져 왔던 현대 인류의 기원 시기는, 대략 1백만년 전쯤이다. 인류의 기원 시기조차 아직 확실치가 않은데, 하물며 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 과연 '여자냐, 남자냐'를 논한다는 것이 약간은 얼빠진 논쟁 같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성경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듯이, 인류의 탄생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성경에서는, 남자(Adam)의 갈비뼈에서 여자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혹간 남자들이 부족한 갈비뼈로 인해 다소 '허전함'을 느낀다고도 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 쓴웃음을 금치 못하는 여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요즈음도 밖에서 뛰어 노는 여자 아이들이 '남자는 오지 말고, '여자 모여라'고 외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도 똑같은 뜻의 '노 보이즈 아 얼라우도(No Boys Are Allowed)'라며 모여 노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자 중에는, 이런 아이들의 노는 소리에서처럼 수많은 세월 동안 여자는 여자를 통해서만, 혹은 남자는 남자를 통해서만 전달이 되는 유전자들이 있다. 이런 '성차별'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를 분석하면 현대 인류가 어디서, 그리고 언제 왔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 볼 수가 있다. 기존의 연구 방식인 화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남자나 여자에게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현대인류의 기원을 밝혀보는 것이다. 우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남자들을 표본으로 선정하여, 이들이 보유한 Y염색체를 분석함으로써, 남자들이 어떻게 독특하게 계승·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았다.
Y염색체는 오직 아버지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또한 이 Y염색체의 대부분은 부분적으로 DNA사슬끼리 교체되지 않는(Non recombining) 특성으로 인해, 남자들이 유전적으로 진화해 온 역사를 재구성 하는데 적합하다.
다른 유전자와 섞이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 본래의 순수성을 오랜 동안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자를 통해서만 전달·계승되는 유전자도 있다.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이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하자.
남자를 통해서, 혹은 여자만을 통해서 전달 계승되는 유전자의 분석과 그 결과의 확률 분석을 하면 현대 인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좀 더 확실히 밝힐 수 있다.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유전조작 기술은 특정 위치의 유전자끼리 같으냐 다르냐를 판단할 수가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다르냐까지 정량적으로 판가름할 수가 있게 되었다. 특정 부위 유전자의 DNA판독(DNA Sequencing)을 통해서, 각각의 염기 배열이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변성용 젤(Denaturing Gels)이라는 것을 이용하는데, 이 젤에 방사선 동위원소와 그밖에 적절한 처리를 거친 DNA조각을 흘려보내(Loading) 높은 전기장(약 1천6백V, 혹은 50-80W)을 걸어주면, 개개의 염기배열을 읽을 수가 있게끔 분리 된다. DNA 자체가 많은 음전하(Negative Charges)를 띠고 있기 때문에, 아래 쪽에서는 양극으로 끌고 위에서는 음극으로 밀어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 나타난 염기배열이 여러 세대를 거듭하면서 유전적인 변이를 통해서 달라지는 정도를 분석함으로써, 계통도상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를 알 수 있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한 유전자는 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훨씬 높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인간 유전자의 다양한 변천(Nucleotide Diversity)은 좀더 오랜 시간 동안 진화·변천해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셈이다. 반대로 염기상의 변이(Polymorphism)가 별로 없으면, 기원연도가 짧다고 볼 수 있겠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유전자의 변화패턴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어느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현재에 이르렀나를 밝히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
이에 대한 결론은 유전적인 측면에서 현대 인류는 아프리카(Africa)에서 시작되었고, 인류의 조상 역시 아프리카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시기도 화석 연구 등을 통해 알려져 온 1백만년 전과는 아주 다르다. 훨씬 최근인 20만년 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각각 독립적으로 남자의 Y 염색체와 여자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 분석을 한 결과와도 잘 일치된다.
남자들, 즉 아버지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Y 염색체에 대해서는 앞서 이미 간단히 설명을 하였다. 그러면 여자들, 즉 어머니만을 통해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이 mtDNA는 세포핵 밖에서, 세포의 에너지를 생성·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 속에 있는 유전자다. 진화하는 속도가 다른 어떤 세포핵 내 유전자보다 빠르다. 또한 mtDNA는 난자의 생성을 통해서 오직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만 전달이 되며, Y 염색체와 같이 DNA 사슬끼리 교체하지 않아서 동질성 보존이 쉽다.
현재 아프리카 및 전세계에 살고 있는 여성들을 표본으로, 그들의 mtDNA의 타이프를 분석해본 결과, 아프리카에서 사는 여성들의 유전자 변이가 가장 심했는데, 이것이 바로 여성의 시조가 아프리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아프리카 이브(Eve)설의 근거다.
이 현대 여성 시조의 기원연도도 앞서 밝힌 결과들과 놀랍게 잘 일치한다. 대략 현대 여성의 조상은 비교적 최근인 20만년 전쯤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그 이전에는 침팬지 등과 같은 원숭이에서 인간이 비롯된 것인가? 또한 왜 하필이면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되었나? 등의 의문점에 부닥치게 된다.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몇가지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침팬지 등의 원숭이와의 연관성은, 유전자 배열의 75% 가까운 유사성에서 기인한다고 보겠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영리하고 인간과 유전자 상의 유사성을 가진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원래부터 인간과 원숭이류는 거리가 있었던 듯하다.
침팬지 등을 태어나서부터 사람과 똑같이 키워, 그 행동양식 및 발달과정을 비교·관찰해 보아도(뉴욕대학의 전문 연구기관 보고;6-9-95, FOX TV 보도), 근본적으로 침팬지류의 손은 엄지손가락 끝과 검지손가락의 끝을 붙일 수가 없기에 정교한 작업 등은 할 수가 없다. 당연히 정교한 도구의 제작 및 사용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유전자 변이에 따른 계통수적인 분포에서도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인간은 원숭이류와는 출발점이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면 왜 아프리카에서 현 인류의 시조를 찾게 되는가에 대해서, 앞서 밝힌 내용 외에 지질학적인 측면을 조금 가미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인류 탄생 훨씬 이전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이며 다양하고 풍부한 곳을 꼽으라면 6대주 중에서 단연 아프리카와 아마존강이 흐르는 남아메리카를 떠올릴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최근에는 에볼라(Ebola) 바이러스나 에이즈(AIDS) 바이러스 등 희귀하면서 거의 불치의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의 발생지로도 유명하다. 이 바이러스들은 옛날부터 존재해 오던 중, 인간들의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인간세계로 노출됨으로써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칭형의 닮은 꼴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서도 그렇지만, 일부 지질학자들의 주장대로 그 옛날에 아프리카에 남아메리카까지 서로 붙어 있었다면, 생태계의 풍족함과 다양함 등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더군다나, 위치상으로도 아프리카는 유럽대륙과 근접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은 아시아와 연결되어 있고 이어서 북아메리카와도 연결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첫 현대 인류가 파생돼 분산되었다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볼 때, 다른 어느 지역에서보다도 훨씬 가능한 일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설 또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추측에 불과하다.
결국 '여자가 먼저냐, 남자가 먼저냐'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아직 얻을 수가 없지만, 우리가 어디서, 언제 왔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데에 조금이나마 근접했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