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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교류할 때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특히 북한의 농업과학기술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교류를 통해 서로가 유익한 정보를 얻고 양측의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보급할 작물을 시험재배하는 석정리농자.슈퍼옥수수 푸보들이 자라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면서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 방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경제분야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려는 가운데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2001년에 슈퍼옥수수 개발 완료

특히 농업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경북대 김순권 박사의 슈퍼옥수수와 생명과학연구소 정혁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 씨감자는 이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협력사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김순권 박사의 슈퍼옥수수 개발 보급 계획은 1998년부터 시작돼 이미 3회의 시험파종이 이루어졌고, 머지않아 북한의 풍토에 맞는 슈퍼옥수수가 개발, 보급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북한 농업과학기술자들과 교류를 확대해온 김순권 박사는 2001년 3월에 보급형 슈퍼옥수수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옥수수재단(이사장 김순권)에 따르면, 김순권 박사는 3천종의 옥수수 씨앗을 북한에 파종해 시험재배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 후반에 개발된 수원19호도 9천5백여t이나 북한으로 보내 약 5천ha에 파종했다고 한다. 시험용 옥수수 파종까지 합하면, 약 1만
ha가 김순권 박사를 통해 북한에 보급된 옥수수로 심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화성1호와 은산7호도 남한의 수원19호와 함께 심어, 수확량을 비교하고 교배를 시도하는 등 옥수수에서만은 이미 남북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 결과 1998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3년간 계획된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에서 이미 약 50여종의 우량종을 선별했고, 그 중 5-6종은 지금 당장 슈퍼옥수수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량한 종으로 판명되고 있다.

옥수수는 북한의 주요곡물로 농업과학원의 약 2백50명 연구원들이 매달리고 있을 정도다. 이들 중 석사급 이상의 우수 연구자들도 상당수 있어 남북한이 농업분야의 과학기술 교류로 얻게될 성과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인공씨감자로 수확량 2배 늘려

한편 KAIST 정혁 박사팀이 198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씨감자도 북한에 심어지고 있다. 인공씨감자는 조직배양을 통해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감자를 콩알만한 크기의 씨감자로 만든 것이다. 한개의 씨감자를 심으면 약 20개의 새로운 감자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감자 또한 병충해에 강하고 순도가 높아 다시 이것을 씨감자로 써서 식용의 일반 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

정 박사팀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씨감자를 공급해 왔다. 지금까지 약 5백만주 정도가 북한으로 들어갔는데, 만일 북한에서 씨감자를 잘 심어 가꾸었다면 북한은 약 1억개의 우량씨감자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 박사팀은 그동안 인공씨감자 시험재배에 관한 자료를 전혀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정 박사는 “병에 안 걸리는 순도가 높은 종자여서 체계만 잘 갖추면 북한의 식량난은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교류가 계속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북한의 감자는 1ha당 평균수확량이 12t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수준은 25t으로, 북한은 거의 국제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정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씨감자는 감자에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남한의 남부지방에서도 1ha당 20t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 북한에서 인공씨감자를 통해 1ha당 20t 정도만 수확하더라도 지금보다 약 2배의 증산효과를 내는 것이므로 식량난 극복은 어렵지 않다.

다행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감자를 통해서 공화국의 식량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감자에 관심이 크고, 이번 정상회담을 고비로 조성될 화해와 협력이 본격화되면 인공씨감자 기술을 통한 남북한의 교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콩알만한 인공씨감자.보통감자의 크기와 비교된다.


서로가 이익 보는 교류협력

슈퍼옥수수나 인공씨감자 기술을 중심으로 보면 북한의 농업기술이 형편없고, 우리가 뭔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설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다녀온 전문가들은 특히 농업과학기술분야에서는 이것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옥수수 화성1호와 은산7호는 남한의 품종에 비해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농업과학기술분야에서는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이익을 보는 점도 많다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 공업국이기보다는 농업국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농업기술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연구가 축적돼 있다고 한다. 다만 전력문제, 홍수나 가뭄 통제문제, 비료문제 등 여러가지 사회적인 여건의 미비로 식량난 해결의 실마리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다음의 일화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북한에서 해일피해를 입어 염분이 생긴 농토가 있었다. 이에 북한을 방문한 김순권 박사가 간척지에서 염분을 빼내는 일을 잘하는 남한의 과학자들을 소개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의 과학자들은 “그럴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북한도 농업과학기술분야는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이룩한 상당한 기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막연히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시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던 남북한 과학기술 교류가 이제는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실질적인 교류로 나아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일화다.


북한이 개발한 우량감자인 함육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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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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