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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속에서 살랑거리다 못해 온몸을 간질이는 시원한 바람. 그래~ 이런 날씨에 집에만 있으면 죄다 죄! 야외에서 도시락도 먹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기차를 기다리는데 역내 방송에서 이 역을 정차하지 않는 기차가 통과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고속열차인 KTX다. 어라, 그런데 KTX가 다니는 선로와 무궁화호가 지나가는 선로가 똑같이 생겼다. 가만, 전동차 선로도 비슷하잖아? KTX 같은 고속열차는 전용 선로도 있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눈으로 볼 때는 왜 일반선로와 차이가 없을까.

모든 선로의 너비는 1.435m

1800년대 마차는 나무 목재로 만든 선로 위를 다녔는데 이것이 철도의 선로를 제작할 때 기준이 됐다. 당시 나무선로의 폭(궤간)은 마차를 끌던 노새의 엉덩이 너비였다. 사람만큼이나 노새도 몸 크기가 지역마다 달랐다. 이 때문에 선로도 폭이 제각각 다르게 건설됐다. 러시아는 1.534m의 넓은 궤간(광궤) 선로가, 일본은 재래선에 1.067m의 좁은 궤간(협궤) 선로가 남아 있다.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서 아시아의 구 영국령 국가에는 영국이 물자를 빠르게 수송하려고 건설한 초협궤 선로와 1.676m짜리 세계 최대 광궤선로가 동시에 있다.






















선로마다 궤간이 다르면 기차가 운행을 멈추거나 승객이 기차를 바꿔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선로 폭은 1.435m로 일정하다. 이 수치는 철도가 최초로 건설된 영국에서 사용되던 궤간을 국제철도연맹이 표준궤간으로 지정한 것이다. 경부선이든 호남선이든, KTX, 무궁화호, 새마을호, 지하철 모두 이 표준궤간에 맞춰 제작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모든 기차들은 한 선로 위에 놓일 수 있고 이동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이동 가능한 수준’이고 열차가 제 속도로 운행하려면 특별한 구조와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선로 안에는 열차의 발에 꼭 맞추기 위한 각종 과학적 장치들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빠른 KTX 실어 나르려면 레일 강도 커야

우리나라 선로는 열차의 수송량과 운행속도를 기준으로 1급선에서 4급선까지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1급선의 기준은 KTX 같은 고속철의 하한속도인 시속 200km이며 2급선은 새마을호 같은 디젤기관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150km, 3급선은 현재 전동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110km를 감안해 시속 120km, 4급선은 시속 70km로 각각 설정돼 있다. 대부분의 지하철 선로는 4급선 수준이다. 따라서 등급이 높아질수록 선로는 열차의 하중과 속도를 견디기 위해 강한 레일을 사용한다. 레일에는 열차의 무게가 수직으로 내리누르는 힘 외에도 외부 온도에 따라 레일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신축력, 곡선에서 레일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횡압력이 작용한다.

레일의 강도는 레일 무게에 비례한다. 레일의 크기는 1m당 무게(kg)로 표시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 2급선에 60kg의 레일, 3, 4급선에는 50kg의 레일을 사용한다. 60kg의 레일이 50kg의 레일보다 단면적이 더 넓고 기둥이 높아 강도가 더 세다. 이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을 견디기에 좋은 구조다.

그렇다면 왜 레일의 모양은 대문자 I형일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이지하 연구원은 “레일을 옆으로 미는 수평방향의 힘은 열차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수직방향의 힘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수평방향의 힘을 견디는 기둥 옆부분이 얇아도 구조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일에 작용하는 힘의 분포를 보면 레일의 머리와 받침 부분이 가장 크고, 기둥의 옆 부분이 가장 작다. 결국 레일의 기둥은 재료를 아끼는 차원에서 얇게 만드는 셈이다.

KTX 선로에 터널이 많은 이유

등급마다 달라지는 선로의 또 다른 특징은 곡선반경이다. 철도건설규칙에서는 4급선에서 1급선으로 갈수록 400m, 800m, 1200m, 2000m씩 최소 곡선 반경을 확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열차의 속력이 빨라질수록 열차가 받는 원심력은 커진다. 최소 곡선 반경을 여유 있게 하지 않으면 열차가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원심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속도가 빠른 열차의 선로는 가능한 한 곡선구간을 만들지 않고 직선 형태로 건설하는 편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고속철 운행구간에 터널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열차가 탈선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데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곡선구간에는 열차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안쪽레일보다 바깥쪽레일을 높여주는 ‘캔트’라는 구조를 설치한다. 좌측행 곡선구간이라면 왼쪽궤도보다 오른쪽궤도를 높게 건설해서 고속으로 주행할 때 차체가 오른쪽 밖으로 쏠리는 원심력을 잡아준다.




만약 캔트가 너무 높게 설치되면 열차 무게가 안쪽레일에 편중돼 레일이 쉽게 손상되고 궤간이 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캔트의 높이가 너무 낮으면 원심력을 받은 열차의 무게가 바깥쪽레일에 편중되므로 레일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차량이 탈선할 위험이 있다.

선로, 점점 똑똑해진다

19세기 초, 영국의 스톡턴에서 달링톤을 달린 세계 최초의 열차는 시속 16km의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이 때문에 말을 탄 기마수가 열차 앞을 달리면서 선로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기관사에게 알렸다. 1874년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에서 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열차의 통과와 진입을 알리는 일종의 운전허가증인 ‘통표’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의 열차 선로들은 궤도회로를 이용한다. 레일을 전기회로의 일부로 사용해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를 검사하거나 열차와 지상 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서울 지하철 1, 2호선은 안테나를 사용해 위험신호를 알린다. 일정한 구간마다 선로 바닥에 설치된 ‘자동열차정지장치’(ATS) 안테나는 한 구간 안에 여러 대의 열차가 들어오면 충돌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열차에 있는 ATS 안테나로 열차의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만약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강제로 멈추라는 명령을 내린다. 서울 지하철 3~8호선은 이보다 한 단계 진보한 ‘자동열차제어장치’(ATC) 방식을 사용한다. 한 궤도 안에 두 대의 열차가 진입하면 두 열차 사이의 위치를 파악해 적절한 운행속도를 알려 준다. ATS는 작동하지 않아도 열차가 운행할 수 있지만 지하철 3~8호선의 ATC는 작동하지 않으면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 역간 거리가 평균 1.5km밖에 되지 않는 지하철 선로에서 ATC는 필수 안전장치인 셈이다.

고속철도만을 위한 특별한 장치도 있다. 고속철도는 선로 양쪽에 설치된 ‘차축온도검지장치’(HBD)로 양쪽 바퀴의 온도를 각각 재서 마모를 판단한다. 둘 사이의 온도 차가 너무 크면 바퀴를 제어하는 베어링 한쪽이 과열로 마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선로의 중앙에 60km마다 ‘끌림물체검지장치’가 설치돼 있다. 차체에서 떨어져 나온 부속품이 없는지 즉각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전자장치들이 KTX 전용선로를 구성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열차제어연구실장 김용규 박사는 “현재의 선로 기술은 궤도회로로 열차의 속도를 제어하던 2, 3세대 방식에서 무선통신을 이용한 4세대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선로 외부에 설치된 무선안테나로 지상과 열차가 끊어짐 없이 통신할 수 있고 이는 무인운전까지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는 도심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빠르면 올해부터 용인지역에서 경전철이 개통된다. 경전철에는 본격적으로 무선통신기반의 열차제어시스템이 적용된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철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똑똑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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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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